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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투자하고도 못 받는 원유…석유공사 '시간끌기 협상' 논란

<앵커>

쿠르드 유전 개발에 1조3천억 원을 투자하고도 원유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고 SBS가 연속보도하자, 석유공사는 원유를 돌려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하고 있다고 해명해왔습니다. 하지만 석유공사 내부에서조차 시간 끌기 협상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지난 10년간 허술하게 일했던 게 드러났는데 계속 잘될 거라고만 말하는 이유는 뭘까요.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쿠르드의 하울러 광구입니다. 석유공사가 탐사한 광구 가운데 유일하게 석유가 나온 곳입니다.

공사는 2014년 4월, 창사 이래 최대 매장량을 확보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20년간 3천900만 배럴 확보, 4조 원의 수익 예상.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울러 광구에서 석유공사 몫으로 받은 원유는 9만 7천 배럴, 67억 원어치에 불과합니다.

[고기영/한신대 교수 (해외자원개발 혁신 TF 위원) : 워낙 다른 광구가 나빴기 때문에 (하울러 광구를) 상대적으로 자신들은 좋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패한 광구고요.]

석유공사는 앞서 쿠르드 정부와 계약을 맺어 탐사 지역 5곳을 확보했지만, 탐사 결과 4곳에서 석유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전 평가가 엉터리였기 때문입니다.

지질 평가에서 위험요소가 전혀 없다며 일률적으로 최고 등급을 부여한 겁니다.

발견 확률을 계산한 직원은 입사 3년 차에 평가 경험은 단 한 차례였고, 윗사람들이 원해서 임의로 높은 수치를 적용했다고 뒤늦게 털어놨습니다.

석유공사는 탐사광구가 대부분 실패했던 2012년에도 국회에서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성훈/당시 석유공사 사장 직무대행 : 기름이 안 나오면 2013년에서 2015년에 걸쳐서 개발되거나 발견될 유전에서 지분을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손해는 없습니다.]

광구의 지분을 받는 협상은 쿠르드와 이견으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대신 현물로 받는 협상을 1년 넘게 하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원유를 받을지 또 세금은 누가 내야 할지, 여전히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손에 쥔 협상 카드도 없으면서 잘될 거라는 말만 합니다.

[석유공사 관계자 : 별다른 지장 없이 진행되고 있거든요. (잘 되고 있으면 (담당자가) 안 바뀌었겠죠.)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고요.]

석유공사 내부에서는 협상에 실패할 경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시간 끌기 협상을 하는 거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VJ : 김준호, 화면제공 : RUDAW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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