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여의 회의는 백악관 밖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진행됐습니다. 심지어 국무부는 그 시각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관련 추가 보도자료를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 취소 트윗을 접했죠. 제가 24일 8뉴스에서도 설명드렸지만 국무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SBS의 서면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폼페이오 장관의 리트윗으로 갈음하겠다. 취소는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 팀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속 시원하게 답을 할 수 없는 상황과 또 그렇게밖에 답할 수 없는 국무부의 당혹스러움이 충분히 와 닿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끼워 넣었지만, 핵심은 북한에 대한 불만과 또다시 빈손 방북이 될 것에 대한 우려로 봐야 할 겁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하루 전 기자들 앞에서 직접 방북을 발표했다는 건 북한과 방북 일정 협의가 끝났다는 이야깁니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았을 리도 만무하고요. 북중 밀착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죠. 그런데 이를 하루 만에 뒤집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와는 다른 라인(예를 들어 볼턴의 NSC나 중앙정보국)으로부터 폼페이오 방북 시 성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보고를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3차 방북'에서 무산된 김정은 국무위원장 면담에 대해 북한이 끝내 확답하지 않으면서 역정을 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지난 4일 성김 대사 편에 친서까지 추가로 보내면서 신뢰를 표시했는데, 폼페이오 4차 방북에서도 김 위원장 면담이 불확실하다는 건 모욕으로 느꼈을 수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비핵화 진전 부족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짐작이 되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원자로와 재처리 공장의 설비를 가동시키는 등 핵 개발을 계속 진전시킨 흔적이 있다'는 내용의 2018년도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이 핵활동과 핵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비롯해 북한으로부터 감지되는 최근의 신호에 대해 언짢아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취소 트윗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다. 곧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한 것은 주목됩니다. 비핵화 진전이 실무선에서 풀리지 않으면 백악관이든, 마라라고 별장이든 둘이서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