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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풍에 깨진 유리창 시험…두께 3㎜ 이상은 깨지지 않았다

[취재파일] 강풍에 깨진 유리창 시험…두께 3㎜ 이상은 깨지지 않았다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번 태풍은 비도 많이 뿌리지만, 강풍이 대단합니다. 현재(23일 18시 기준) 최대 풍속이 초속 35㎧인데, 시속으로는 126km/h에 달합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6km/h로 달리는 차에서 몸을 내민다고 생각하면 '솔릭'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상상이 됩니다. 집집마다 유리창 깨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어떻게 하면 유리창 파손을 막는데 도움이 될지, 여러 보도가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리창에 테이프를 X자로 붙이든, 신문지를 붙이든, 최근 나오는 보도는 대부분 2012년 당시 '국립방재원'(현재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시험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연구원은 '생활 공감형 연구시리즈'라는 제목으로, 유리창이 강풍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을 실시했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그때부터 테이프를 붙이는 건 큰 효과가 없고, 신문지를 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테이프나 신문지 붙이세요, 라는 보도가 지금도 나오고 있긴 합니다.

● 3㎜ 얇은 유리가 50㎧ 강풍에도 안 깨져

연구원은 2012년 이후 이 실험을 업그레이드해서 실시하거나, 관련 연구를 추가로 진행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시험의 상세한 결과를 받아 검토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당시 시험을 하면서 깨진 유리는 모두 3㎜짜리, 무척 얇은 유리였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처음에 16㎜ 복층 유리(유리 2장을 압축해서 만든 것)에 20~50㎧의 강풍을 불어봤지만, 유리는 깨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이 준비한 유리는 16㎜가 가장 두꺼운 것이었고, 그 다음이 5㎜였습니다. 그런데 5㎜ 유리도 안 깨졌습니다. 심지어 3㎜ 가장 얇은 유리까지 50㎧ 강풍에 깨지지 않았습니다. 50㎧ 강풍은 현재 태풍의 강도 구분 기준에 따르면, '매우 강한' 수준입니다. 태풍 '솔릭'의 강풍보다 훨씬 강한 수준입니다. 풍속 180km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3㎜짜리, 가장 얇은 게 안 깨졌습니다. 문제는 유리가 아니었던 겁니다.

● 보조창을 떼어낸 뒤에 깨진 3㎜ 유리

3㎜ 유리가 깨졌다고 했다가, 안 깨졌다고 했다가, 헷갈리실 겁니다. 두 시험의 시료와 조건이 달랐습니다. 연구진은 원래 3㎜ 유리의 양쪽 보조창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그러니까 일반 가정집의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강풍을 불었습니다. 창문 하나만 달랑 설치된 집이 많지는 않죠. 창문이 두 개 이상 달린 곳이 대부분일 겁니다. 왼쪽을 열든, 오른쪽을 여는 식이죠. 그런데 보조창이 있는 상태에서는 3㎜도 안 깨졌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그럼 어떤 상황에서 유리창이 깨지는지 파악해보기 위해서, 양쪽 보조창을 제거하고 강풍기를 돌렸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시험을 설계한 것이 아니고, 유리가 파손되는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당시 연구 담당자는 설명했습니다.
양쪽 보조창을 제거한 뒤 시험(출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위 사진은 유리창이 깨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하얀색 창틀의 가운데 창문이 위치해 있는데, 창문은 그거 하나입니다. 보조창은 떼어낸 것이죠. 실제로 태풍이 닥칠 때, 거실에 저런 식으로 창문 떼어놓고, 강풍 다 들어오게 하는 집은 없을 것입니다. 보조창을 떼어내면 창문이 강풍에 흔들릴 때, 창문을 잡아주는 힘이 약해집니다.

사진을 보면, 창틀의 아래 위는 창문을 잡아주지만, 창틀의 좌우는 창문을 잡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보조창이 있을 때는 안 깨졌던 유리창이, 저렇게 창문을 잡아주는 힘을 약해지도록 시험 조건을 만드니까, 강풍에 깨지더라, 하는 것이 시험 결과입니다. 그러니까 유리가 박살나는 시험 영상을 보고 너무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태풍이 올 때, 유리창 일부를 떼어내는 황당한 일만 하지 말고, 창문을 닫은 뒤 창틀에서 분리되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잘 고정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 창호업체 "22~24㎜ 복층 유리 판매량이 70%, 나머지도 3㎜ 이상"

시험에서 깨진 유리의 두께가 3㎜였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3㎜ 유리를 쓰는 곳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취재한 대형 창호업체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는 유리창의 유리는 '복층 유리'라고 부르는데, 유리 두 장을 붙여서 압축하는 방법으로 제작하는 것이고, 유리의 두께는 22~24㎜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 두께의 유리창이 연간 판매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나머지 30%는 16㎜와 31~43㎜, 52㎜ 이상 두꺼운 복층 유리가 각각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3㎜ 얇은 유리도 있긴 하지만 복층 유리 형태로 아파트나 건물에 시공을 하지, 3㎜ 한 장만 끼워서 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창호업체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가정집에 시공된 유리창의 상당수는 시험에서 깨진 3㎜ 유리보다 더 두껍고, 이중으로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시험 영상을 보고 우리 집 것도 깨지는 거 아닐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시공된 창문이나, 창문과 창틀 사이에 공간이 많아 쉽게 흔들리는 경우, 또 아파트가 아닌 가건물이나 건물 복도 등에 설치된 얇은 창문이 위험합니다.

● 신문지 붙이는 것은 시험 결과 '효과 없음'

신문지에 물을 뿌려서 붙이는 것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붙인 유리창이 36㎧에서 깨졌는데, 신문지 붙인 유리창은 38㎧에서 깨졌습니다. 그래도 2㎧ 정도 더 버텨준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 연구진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유리가 강풍을 맞아서 그 힘으로 깨진 것이 아니라, 창문이 강풍을 맞아 창틀에서 분리되면서, 프레임이 뒤틀리면서 유리가 깨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문이 흔들리는 걸 막거나, 창문이 창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잡아줘야 유리 파손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유리 표면에 붙이는 신문지는 효과가 없는 셈입니다.

● X자 테이프는 효과 있다? 효과 없다?

유리 표면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도 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있느냐, 사실 그것도 불확실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시험 자체가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테이프 효과 여부를 보려면, 두 개의 시료가 필요합니다. 테이프를 붙인 유리창과,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유리창이 필요하죠. 다른 조건은 모두 같아야 합니다. 그래야 테이프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에 쓸 창문이 부족해서 그렇게 못했습니다.
별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이고 시험(출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당시 연구 담당자는 시험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3㎜ 유리창에 테이프를 붙여서 강풍을 불었더니 50㎧에서도 깨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유리창에서 테이프를 떼어내고 다시 강풍을 불어봤다. 그랬더니 45㎧에서 유리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이 시험으로 테이프 부착의 효과를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연구 담당자도 같은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시험을 더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테이프를 떼어냈는데도 더 약한 바람에 유리가 깨진 것은, 첫 실험에서 50㎧ 강풍을 불었을 때 이미 창틀이 변형됐기 때문입니다. 테이프의 효과 여부가 명확하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태풍이 올 때마다 '그래도 붙여서 손해보는 일은 없겠지'하면서 테이프를 꺼내 드는 집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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