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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일전 준결승 정조준!" 여자축구 '12골 폭격'의 숨은 이유

[리포트+] "한일전 준결승 정조준!" 여자축구 '12골 폭격'의 숨은 이유
대한민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어제(2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A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무려 12골을 뽑아내며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뒀습니다.

승부를 뒤집기 어려운 큰 점수 차이였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쉬는 선수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앞서 두 경기에 승리하며 8강행을 이미 확정했던 대표팀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21득점 1실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며 가뿐하게 A조 1위에 올랐습니다.

결승까지 남은 경기는 단 2경기뿐입니다. 8강전을 넘고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금메달이 눈앞입니다.

■ 남자축구보다 저조한 관심…그런데 뚜껑을 열어봤더니?

여자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 남자 대표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의 감동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과 조현우가 출전하는 남자 축구에 대한 기대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메달을 따면 해결될 손흥민의 군 복무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몫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남자 대표팀이 조별리그 E조 예선 2차전에서 피파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 분기점이었습니다.

기대는 한순간에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피파랭킹 92위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는 그나마 천금 같은 손흥민의 발리슛으로 승점 3점을 지킬 수 있었지만, 감독의 작전과 선수들의 플레이 모두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달랐습니다. 피파랭킹 15위인 우리 대표팀은 42위 타이완에 1점 차 신승을 거두며 1차전을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2차전에서 119위 몰디브에 8 대 0 대승을 거둔 뒤 3차전에서는 77위 인도네시아를 무려 12 대 0으로 대파했습니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을 상대로도 골 폭격을 멈추지 않으며 최고의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고구마 남자 축구' '사이다 여자 축구'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리포트+] '한일전 준결승 정조준!
■ "지소연부터 이민아까지"…전력도 분위기도 역대 최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건 역시 선수들입니다. 대표팀의 선봉장은 에이스 지소연입니다.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 최고의 클럽 첼시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지소연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뛰고 있는 이민아는 킥과 패스는 물론 절정의 볼 키핑 능력을 매일 선보이고 있고 전가을, 심서연, 임선주도 한층 원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리그에서 뛰는 대표팀 주장 조소현까지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어제 훈련에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어제 인도네시아전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부는 마지막까지 상대를 몰아쳐 결국 12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교체 투입된 지소연이 추가시간에 골문 앞까지 달려들어 기어이 추가 골을 뽑아내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게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선수들이 끝까지 다득점을 노린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A조 3위인 인도네시아의 골 득실 점수를 최대한 낮게 만들어야 B조 3위가 유력한 홍콩이 우리와 8강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우리 대표팀이 인도네시아를 12골이 아닌 11골 차 이하로 꺾었다면 8강에서 C조 3위인 태국을 만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윤덕여 감독은 인도네시아전이 끝난 뒤 "12골이라는 점은 저와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다만 12골이 쉽지 않은 득점이라 의식하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어서 우려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마지막 추가 시간까지 골을 넣어줬다"고 말했습니다. 피파랭킹 28위인 태국은 우리가 조별리그에서 2 대 1로 꺾은 42위 타이완보다 순위가 높습니다. 8강전 상대로 홍콩보다는 좀 더 부담스러운 팀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대표팀에는 8강을 쉽게 넘고 4강전을 잘 준비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4강전 상대로 유력한 팀이 바로 '숙적'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한일전 준결승 정조준!
■ 이번에도 넘어야 할 일본과 북한…준결승 한일전 빅매치 가능성

8강전 상대로 확정적인 홍콩은 우리가 12 대 0으로 격파한 인도네시아보다 한 단계 높은 피파랭킹 76위 팀입니다. 인도네시아전처럼 우리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뛴다면 이기기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4강전부터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우리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할 경우 만나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상대는 피파랭킹 6위 일본입니다. 일본은 조별리그 C조에서 태국을 2 대 0으로 꺾은 데 이어 피파랭킹 37위 베트남에 7 대 0 대승을 거두며 조 1위로 8강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한 팀인 일본은 8강전에서 B조 2위와 맞붙게 됩니다. 상대로는 각각 2승 무패를 달리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오늘 맞대결에서 패배한 팀이 유력합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지난 대회 우승팀인 북한이 피파랭킹 17위 중국에 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8강전 상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될 경우 일본이 어렵지 않게 4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우리 여자 대표팀이 4강에서 일본을 넘는다면 결승 상대는 북한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우리 여자 대표팀은 지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 승리로 대회 2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준결승에서 우리를 막아선 상대는 두 번 다 북한이었습니다.

8년 전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을 꺾은 북한은 결승에서 일본에 져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역시 준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을 제압한 뒤 결승에서 일본에 설욕전을 펼치며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결국 우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일본과 북한을 넘어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윤덕여 감독은 어제 경기 직후 "우리가 목표한 경기는 준결승, 결승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므로 피로에 지친 선수들에게는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 관리를 해줄 생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8강전을 넘어 준결승과 결승에 대비한 전략을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여자 대표팀의 숙명의 승부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픽 :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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