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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경찰특공대가 박살 낸 집…누가 배상?

[월드리포트] 경찰특공대가 박살 낸 집…누가 배상?

위 동영상을 보셨는지요?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 주 지역방송에서 보도한 뉴스의 일부분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경찰특공대가 가정폭력범을 잡기 위해 한 집에 들어가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집안 곳곳이 크게 부서지고 엉망이 돼버렸습니다. 문제는 경찰특공대가 진입할 당시 집 안에는 경찰이 쫓던 남자도 없었고, 파손된 집이 그 남자의 집도 아니었다는 겁니다. 난장판이 된 집 때문에 화가 난 집주인이 어떻게 배상을 받아야 할지 걱정한다는 내용의 뉴스입니다.

위 영상에도 일부가 나옵니다만, 경찰특공대가 집주인의 동의도 없이 체포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집 안으로 던지는 바람에 집 유리창 여기저기가 깨졌고, 최루탄이 터지면서 집 안 가구들이 부서졌습니다. 또 경찰특공대가 집 안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문이 박살 나고, 미닫이 현관 유리문은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렸습니다. 게다가 경찰특공대가 범인을 잡기 위해 집 안을 뒤지면서 여기저기가 난장판이 돼버렸습니다. 집 정원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까지 박살이 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경찰이 쫓는 범인은 마이클 챔프맨이라는 남자인데, 콜로라도 주 아르바다라는 지역과 조지아 주에서 저지른 가정폭력 혐의로 수배된 상태입니다. 챔프맨은 피해를 당한 집 주인의 딸과 한때 사귀었던 사이인데, 현지시간 지난 주 화요일 저녁에 무단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 집주인의 딸을 붙잡고 있다가 뒷문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뒤늦게 챔프맨이 해당 집에 있다는 걸 알고 찾아온 경찰은 집주인의 딸이 챔프맨에게 강제로 붙잡혀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챔프맨이 집 안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곧바로 경찰특공대를 불러 체포작전을 벌인 겁니다.

여러분이 집주인이라면 얼마나 화가 나시겠습니까? 경찰특공대가 범인도 없는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만큼 당연히 경찰이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같았으면 집주인이 당장에 경찰서로 찾아가 난리를 피웠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서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가 봅니다.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경찰이 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피해를 본 집주인이 시 당국과 경찰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은 자치경찰제이기 때문에 각 지역 경찰은 시 정부에 소속돼 있습니다) 사건마다 배상을 해줄지 말지 결정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현지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피해를 본 사건들의 경우 대부분 집주인들이 자기 돈으로 집을 수리한다고 합니다.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비슷하게 경찰특공대 진입으로 피해를 본 집주인이 시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자, 시 정부의 변호사가 한 말입니다.

"이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까 집 주인들이 집에 보험을 들어야 한다. 집에 불이 나서 소방관들이 출동해 불을 끄는 과정에서 지붕에 구멍을 뚫었다고 치자, 그렇다고 소방관들이 수리비용을 물어주지는 않는 것과 같다."

이번 사건도 일단은 경찰이 쫓던 남자가 집 주인의 딸을 강제로 붙잡고 있었고, 그 때문에 경찰특공대가 출동했다는 점에서 집 주인이 원하는 만큼 시 당국이나 경찰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배상을 받으려면 아마도 법적 소송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슷한 사건이 생겼을 때 배상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한 제 기억에 그와 관련한 뉴스를 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당한 집주인이 어떻게 대응할지, 손해배상은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나중에라도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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