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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마블링 적어도 높은 등급…한우 등급제 개편 까닭은?

<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오늘(16일)은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권 기자는 소고기 살 때 뭘 따져봅니까?

<기자>

다른 분들과 똑같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좋은 고기 먹고 싶죠.

<앵커>

좋은 고기라면 등급을 생각하게 되는데 한우 등급제가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 맞습니까?

<기자>

올해 안에 한우 등급을 가르는 평가 기준이 조금 변경이 되는데요, 지금 한우는 흔히 투뿔, 원뿔 이렇게 얘기하시죠. 맛을 기준으로 5단계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 맛을 가르는 기준이 잘 아시다시피 지방이 얼마나 하얗게 눈 내린 듯이 잘 베여 있는지 보는 마블링이잖아요.

그런데 오는 29일에 입법예고를 하고 변경이 되는 새 등급제는 이 지방이 더 적은 고기에도 투뿔, 원뿔을 주겠다는 겁니다.

지금은 한우에서 지방량이 17%는 돼야 투뿔, 1++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15%만 돼도 투뿔을 줄 수 있게 됐고요.

또 전 같으면 지방 함량이 12에서 13% 사이의 고기들은 세 번째 등급인 1등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고기들도 1+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마블링이 적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개편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지금 개편안의 가장 큰 핵심은 한우농가를 보호하겠다는 게 큽니다. 마블링이 잘 되게 하려면 곡식 사료 먹이고 움직임 제한해서 한마디로 비만 소를 만들어야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키우려면 31개월까지 살찌기를 기다렸다가 도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쟁상대인 미국산 쇠고기 같은 경우에는 22개월 정도면 잡습니다.

그러니까 한우 한 마리 키우는 데 훨씬 더 오랜 기간이 들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지금의 일본 와규 수준, 와규는 29개월 정도까지 키워서 상품이 되는데요, 그렇게까지 시간을 단축 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게 적은 차이가 아닌 게 한우 한 마리를 키워서 시장에 내보내는 데까지 45만 원 정도의 비용이 줄어들 거라는 예상입니다.

<앵커>

축산 농가에서 들어가는 비용이 45만 원 정도 줄어들 거라는 얘기죠?

<기자>

대신에 마블링 외에 다른 기준들, 고기의 색깔이나 조직감, 이건 탄력이나 수분 정도를 얘기하는 거고요. 또 얼마나 어린 소인지 늙은 소인지 그런 부분을 지금까지는 보조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도 따로따로 평가에 반영을 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보는 육질 등급에서 더 높은 등급을 받기 까다로워지는 쪽으로 변하는 건 사실상 별로 없고요.

오히려 60개월 이상, 많이 늙었다고 치는 소의 등급이 일정 이상 낮춰지던 것을 지금보다도 좀 완화되는 점은 있습니다.

<앵커>

자, 그럼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예를 들어서 생산 비용이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높은 등급의 소고기를 좀 싸게 살 수 있는 건지, 또 마블링이 적어도 투플러스 등급이 된다면 예전의 그 투플러스 등급의 기대했던 고소한 맛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건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거든요.

<기자>

일단 가격을 보면 당국에서는 한우농가의 생산비용이 말씀드린 것처럼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한우가 저렴해질 수 있다고 기대를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그렇게 안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지금 최고등급 한우 비중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는 세 번째 등급 한우, 그러니까 1등급 한우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거든요.

그런데 최상급 한우 투뿔 원뿔 이런 고기들은 지금도 대부분 고급식당, 전문점, 또 요새는 일본 같은 데로 수출도 됩니다,

지금도 수요가 훨씬 더 초과인데 공급을 늘려주는 거라서 가격 면에서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미지수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생산자 입장에서는 비용 줄고 가격 때문에 점점 더 비중 커지는 가정용 미국산, 호주산이랑 경쟁은 덜 하면서 높은 등급 받아서 팔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 일석삼조입니다.

가정용 1등급 이하 한우는 오히려 양이 줄어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축산 유통업자 : 실제로 생산단가가 내려가는 거랑 판매가가 내려가는 건 완전 다른 얘기거든요. 판매가는 '수요-공급'으로 맞춰지는 거고,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생산단가(인하)가 판매가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요.]

가격 외의 문제로 하나 더 따질 건 있습니다. 지금처럼 마블링에 너무 의존하는 등급제는 먹는 사람 건강에도 그렇고 사육방식이 좀 비인도적이죠.

그래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건 어쨌든 소비자 입맛이 변해야 하는 문제고요.

지금까지 들으셨지만 이번 개편은 그 사육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소고기 등급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그런 기대가 충족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단 앞으로는 당국이 장기적으로 지방이 좀 적어도 아무래도 덜 고소해도 건강한 소고기, 이런 부분에도 조금 더 방안을 강구하고 질을 따진다는 방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또 따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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