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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불러주면 어디라도"…절박한 취준생들

<앵커>

생활 속 친절한 경제 한승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취업준비생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거 정말 심각하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기자>

질문이 '취직한다면 어디에 취직하고 싶냐?"라는 거였습니다. 잡코리아라는 취업포털이 진행한 설문 조사입니다.

쉽게 생각하기에 공기업이나 대기업 아닐까 싶었지만 가장 많은 답은 '취업만 된다면 어디든 가겠다.'였습니다. 설문 대상이 1천387명이었는데 29.3%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종 학력에 따라 차이는 좀 있었는데요, 고졸이거나 전문대 졸업자인 경우에는 41.7%, 33.3%로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후로는 중견기업, 중소기업 순으로 가고 싶다는 답이 많았고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은 순위가 공기업, 중견기업으로 조금 달랐습니다. 어디든 가겠다는 답은 3위였는데요, 그런데 이 경우에도 3가지 답변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성별로 보면 기업 종류는 가리지 않겠다는 비율이 여성이 35.4%로 남성 23.7%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그만큼 여성들이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게 수치 하나하나 자체에 의미를 다 부여할 정도로 아주 정교한 설문 조사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나 이런 건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임금이나 복지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만큼 절박하단 얘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자리의 질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취업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차원의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돈 더 준다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더라도 이전 직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당장 많이 오르기는 쉽지 않죠. 그리고 이게 빈부 격차가 대물림되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부모가 교육도 많이 시키고 대학 잘 보내고 하면 좋은 일자리 갖기가 쉬워지는 건 이제 거의 상식이 됐지만, 또 한 가지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거나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은 부분인데요, 부모가 부자라는 게 취업을 앞둔 자녀한테는 일종의 보험이 된다는 겁니다.

가난한 집의 취업 준비생은 내가 처음 잡은 일자리가 좋든 안 좋든 그냥 갈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그래야 빨리 가계에 보탬도 되고 학자금 대출도 갚죠. 더 좋은 직장 구할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겁니다.

제가 지난주에 부자 보고서 말씀드릴 때 부자들 돈 어떻게 굴리나 소개했지만, 말씀 안 드렸던 것 중의 하나는 자녀 세대는 부모 도움 없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답이 부자들 사이에서 80%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런 취업 현실은 이른바 계층 사다리를 더 높이 만든다는 측면, 또 한편으로는 이미 높아진 사다리 때문에 아무 직장이나 들어가겠다는 답이 많이 나왔을 수 있다는 측면, 어느 쪽으로 봐도 쉽게 넘길 일이 아닌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래 보이네요.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될 고용 동향 수치에 또 관심이 모아지고 있죠?

<기자>

제가 이 시간에 경제성장률 말씀을 한 번도 드린 적이 없는데, 고용 얘기는 또 하게 됩니다. 실제로 요즘엔 GDP보다는 실업률이나 고용률, 취업자 수 같은 고용 관련 지표들이 그 나라 전반적인 상황을 더 잘 반영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까지도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가 10만 6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죠. 사실 젊은이들이 줄고 있어서 취업자 숫자만 가지고 보면 안 된다는 정부 해명은 분명히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2, 30만 명씩 늘던 게 올 2월 들어서 갑자기 너무 큰 폭으로 떨어졌고 다른 경제지표들도 여러 가지 안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상황이 아닌 건 맞아 보입니다.

이상한 규제 하나 풀어서 일자리가 확 늘거나 정말 참신한 정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될 일이면 진작 됐겠죠.

최근 김동연 부총리를 만난 대기업들이 채용, 투자 계획을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하반기 공채도 시작되는데 경제 전반에 활력이 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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