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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1년에 1400명 청년 이주, 이 시골 마을에 무슨 일이?"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8월 13일 (월)
■ 대담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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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시·군·구 10곳 中 4곳 사라질 위기
- 日 광역단체 중 가장 인구 적은 '돗토리현'…인구 늘리기 성공
- 日 정부, 농촌 이주 청년들에게 경제적 지원…해마다 젊은 층 천 명씩 이주
- 이주 청년들 장점으로 '자연환경, 적게 드는 생활비, 낮은 스트레스 지수' 꼽아
- 돗토리현, 자연환경 이용 교육시설 특화·재택근무 가능한 IT 기업 적극 유치하기도
- 돗토리현 지사, 청렴한 지자체장으로 꼽혀
- '작은 서울 만들기'로는 지방 살아나지 않아…지역 특성 살려야



▷ 김성준/진행자:

저출산과 고령화로 전국 시군구 열군데 중에 네 곳이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나 전남, 경북, 강원, 전북, 이런 순으로 소멸 위험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방 제조업의 위기, 또 젊은 층의 수도권 유출, 참 복합적인 요인들이 농어촌 소멸지수를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옆 나라 일본에서는 말이죠. 요즘 경기도 좋다고 합니다만, 시골에서도 인구 늘리기에 성공한 곳들이 있다고 합니다. 주목 받는 곳들, 비결이 뭔지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전화로 연결해서 얘기를 한 번 나눠보겠습니다. 성 특파원, 안녕하십니까?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도쿄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디가 그렇게 시골인데도 인구 늘리기에 성공을 한 건가요?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일본 서부에 있는 돗토리현입니다. 우리 강원도와 동해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한 곳입니다. 해안가에 남북으로 2.4km, 동서로 16km에 걸쳐 모래 언덕이 있어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관광도 많이 가죠.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일본에는 모두 47개의 광역자치단체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 바로 이 돗토리현입니다. 올 봄 기준으로 현재 인구가 57만 명인데요. 명색이 광역지방자치단체지만, 도쿄 시의 한 구청 규모가 안 되는 그런 적은 인구를 갖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우리나라 광역단체와 비교해도 굉장히 적네요.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웬만한 대형 시보다도 훨씬 적은 인구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 시골과 도시를 구분할 때 대부분 지역에 신칸센이라는 고속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데, 신칸센이 안 다니는 지역은 일본에서도 시골 대접을 받습니다. 돗토리현도 이런 지역입니다. 공항이 있기는 하지만 신칸센도 없는 시골이 바로 돗토리현입니다. 인구도 1980년대에는 60만 명 정점을 찍고 난 다음에 지금 계속 줄어들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돗토리현은 인구 60만 명이 무너진 8년 전부터 결사적으로 인구 늘리기에 나서고 최근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떻게 해서 늘어난 겁니까?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일단 제일 손쉬운 방법에 집중했는데, 외부에서 젊은 사람들을 많이 이주를 시키자, 이런 목표를 세웠습니다. 젊은이들이 처음에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는 해마다 천 명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인구 1만 명이 지역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런 수치인 상황에서 1년에 젊은이들이 천명에서 많게는 1400명까지 늘고 있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젊은이들의 이주 때문에 아주 적은 수치지만 인구 감소를 멈추는 데에 일단 성공을 했고, 이주해 온 젊은 청년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지난해에는 47개 일본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출생률 순위로 7위를 기록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우리나라도 사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시골로 와서 농사도 짓고 일을 하면서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희망들을 다 갖고 있는데 그게 사실 잘 안 되는 거잖아요? 어떤 비결로 돗토리현은 이걸 가능하게 한 겁니까?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물론 돗토리현 만의 노력은 아니고요. 일본 정부가 일단 인구 감소가 시작된 다음부터, 특히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니까 지방에 청년들이 가게 되면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는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3년을 조건으로 하고 있고요. 어떤 지역은 2년이고, 각 지역마다 실정은 다릅니다. 그렇지만 이런 중앙 정부의 지원 때문에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거나, 본인이 전원생활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들이 상당히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돗토리현 같은 시골들은 이런 제도를 통해서 시골에 내려 온 젊은이들이 살아 보면서 매력을 느낀 다음 아예 눌러 앉는 경우가 꽤 있는데, 돗토리현은 바로 여기에 비중을 뒀습니다. 제가 지난 주 출장에서 만나 본 젊은, 그러니까 20대와 30대 이주자들은 일단 돗토리현의 자연환경, 그리고 적게 드는 생활비와 여유 있고 스트레스가 적은 직업적 환경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사람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돗토리현청의 목표 의식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지역사회와 젊은 이주자들의 평가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면 어느 시골이나 자연환경 좋고 한가하고 생활비 적게 들고 여유 있고 이럴 텐데, 돗토리현 만의 비장의 무기 같은 게 있다면 혹시 소개해주실 게 어떤 게 있을까요?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돗토리현은 다른 시골에 비해서는 산과 바다를 함께 갖고 있는 그런 지형적으로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이런 자연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건데요. 돗토리현은 그걸 활용한 교육환경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숲 속의 유치원이라는 겁니다. 건물이 없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뛰어 놀게 하는 그런 자연친화적 유치원 제도를 많이 도입을 해서 전체적으로 확대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이런 교육제도를 홍보를 하고, 또 여기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IT 기업을 정말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업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지만, 관련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돗토리현에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현청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냥 오라고 해서는 안 오지만 기업을 유치하면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하는 게 돗토리현 정책의 핵심 방향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돗토리현 지사인 히라이 신지 지사의 리더십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현이 시마네현인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시마네현은 독도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반대로 돗토리현은 우리나라 강원도와 자매 결연을 맺고 끈끈한 협력을 아주 실질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쉰 살에 무소속으로 처음 지사에 당선된 공무원 출신의 히라이 지사가 현재 3선을 내리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히라이 지사가 강원도를 직접 여러 번 방문을 했고요 그래서 자매결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고,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전부 비행기는 이코노미석 만을 이용하는,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아주 청렴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됐는데 이 10년 동안 청년 이주와 인구 늘리기, 관광 산업 강화 같은 새로운 업종 유치 뿐 만 아니고 기존의 정책에도 아주 열성이어서요. 산업 구조 개편이 조금씩 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우리가 귀농, 시골로 간다, 이런 얘기를 할 때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낯설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잘 섞여 살기도 힘든데 텃세까지 있다, 이런 얘기들이 있단 말이죠.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돗토리현은 이걸 극복할 방법이 있었습니까?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그렇습니다. 텃세라는 게 어떤 양상으로 표현되는지는 각 지역마다 다르겠지만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 가끔 정말 어이없는 그런 텃세 사례들이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일본은 저희처럼 그런 노골적인 텃세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이주자들은 젊은 사람들이고,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훨씬 나이가 많은 고령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돗토리현이라고 예외는 아닌데요. 기존 거주자들과의 융화, 그리고 이주자들 스스로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공동체를 꾸며서 활동하도록 하는 그런 시스템이 도입이 됐습니다.

특히 돗토리현에서 제가 지난 주 직접 가서 취재했던 한 다이센초라는 작은 마을에서 있는 생활공동체 가운데 한 군데를 갔습니다. 그 중에서 마부야라는 공동체를 방문해 봤습니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평범한 시골 마을에 있는 공동체인데, 마부야라는 이름은 진정한 친구를 만든다는 일본어에서 응용한 이름입니다. 20여 년 전부터 돗토리에 이주한 청년들이 하나 둘 모여서 가까운 곳에서 생활을 하다가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서 5년 전인 2013년에 자연스럽게 결성한 생활공동체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 직업도 다양합니다. 목수, 화가, 잠수사, 요리사 등 30여명 가까운 숫자들이 공동으로 협력을 해서 서로 돕는 그런 공동체입니다. 마부야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나카무라라는 잠수사를 제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야말로 생활의 모든 문제를 돕는 공동체가 자신들의 활동이다, 누가 아프면 젊은 사람이 운전을 해서 병원에 데려가 주고, 또 화가인 이주자는 동네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무료로, 주부들은 음식을 만들어서 마을회관에 물론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음식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또 목수 출신인 커뮤니티 회장은 공동체 생활관을 건립할 때부터 상담과 동네 주민들의 모든 목공에 어드바이스를 해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동네 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 부럽네요. 마지막으로 돗토리현의 성공사례 쭉 취재하시다보니까 우리도 지방을 활성화하는 데 아무래도 고민이 많은데 그 고민의 해법, 해답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찾으셨던 것 같은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떤 게 되겠습니까?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제가 취재했던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돗토리현에서 히라이 신지 지사가 표방하는 작은 서울, 작은 도쿄를 만들어서는 지방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충분히 활용하고 여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줘야 한다, 이 말로 제 취재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잘 알겠습니다. 도시를 본 따서 작은 도시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SBS 성회용 도쿄 특파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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