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터키발 금융불안이 신흥국 전체로 번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터키가 98년 한국 경제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에르도안 터키대통령이 리라화가 폭락하자 금과 달러, 유로화로 리라화를 사들이자는 캠페인을 하자고 했는데,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외형상의 유사성은 있지만 터키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쪽이 우세한 것 같습니다. 터키가 국내총생산의 세계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라며 부정적 여파가 크지 않을 거고, 스페인 등 유럽 금융기관들이 2012년 재정위기 전후로 건전성을 높여놨기 때문에 유로화 불안이 급작스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또 그때 위기 국면과 비교해볼 때 주요 신흥국 외환보유고와 단기 대외부채가 나아진 상황이어서 신흥국에 광범위하게 타격을 입히는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안영진 SK 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위기설의 발원지인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일부 남미 국가의 달러화 부채 위험성과 재정 건전성이 문제지만, 이들 경제 규모와 파급력이 94년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외환위기, 98년 한국 IMF 위기로 대표되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주된 근거"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부진한 모습을 겪고 있지만 대외건전성을 고려할 때 경상수지 등에서 신흥국 중 양호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터키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풀리기 어려운 악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즉 1990년대 위기 때와는 다른 정치적 이슈가 개입돼있다는 거죠. 그 당시 시장의 대 전제가 미국이 세계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데 협조하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시기라 회복 국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경제부에선 이 뉴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금융시장 동향을 보며 논의를 했습니다. 과도한 우려 또는 불안을 자극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절박한 경각심을 주지 않아서도 안되고,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차에, 검색엔진 상위 단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신선한 충격이랄까? 통상 이런 이 시점의 예상 가능한 단골 검색어인 '금융위기 여파', '블랙먼데이' '시장 공포' 등이 아닌 '터키 직구' '터키 버버리' '터키 여행'이 실검 상위에 랭크돼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으로 직배송 어렵고, 직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라 인지도 있는 배송대행업체도 찾기 어렵다는 점, 현지 정세가 불안해 제품을 제대로 받아볼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 또 터키 화폐 환전 시 앞으로 더 추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은 잘 살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이런 다소 '발랄한' 반응은 물론 터키가 우리경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망과 별개로,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글로벌 시장의 출렁임으로 큰 어려움에 노출됐던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데도, 이런 실용적인 시장 반응이 나타나는 건 현재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시적인 나라 걱정, 미래 경제 어떻게 될지 뜬구름 잡는 얘기하기 보다는, 작더라도 내 자신이 행복하고 이 국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며 살고 싶다는 겁니다. 요즘 대세 트렌드인 '소확행'이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해외 변수로 금융시장이 급격히 출렁이면 바로 '블랙 먼데이' '위기' '공포'라는 단어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긴장감을 주로 가졌었다면, '직구' '여행' 등 실검 순위를 보며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뉴스 수요자의 관심이 이렇게 변한다면 공급자로서도 여러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뉴스가 뭔지,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접근은 뭔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향후 미국과 터키의 관계에 따라 터키 경제위기가 어떻게 파급되는지 현상을 취재해 보도하는 책무는 기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