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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V] "폭우로 범람? 아니면 부실 시공으로 붕괴?" 라오스 댐 사고 둘러싼 '진실 공방'

서울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일요일 밤, 베트남과 태국 사이에 자리한 인구 7백만 명의 나라 라오스에서 사고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며칠간 쏟아진 큰 비로 댐이 무너져 주민 수백 명이 실종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아찔한 상황. 이 댐을 만든 시공사는 우리나라의 SK 건설이었습니다.

■ "라오스 댐 건설을 왜 한국 기업이?"…'동남아 배터리' 프로젝트

대형 홍수가 시작된 곳은 라오스 남동부의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물을 가둬두던 역할을 하던 보조댐이 무너진 것이 재앙의 시작이었습니다.

50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한꺼번에 댐 아래에 있던 6개 마을을 덮치면서 1,300여 가구가 물에 잠겼고 7,000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AFP 통신은 쏟아진 물의 양이 올림픽 수영장 2백만 개 규모라고 보도했습니다. 라오스 총리까지 현장을 찾고 실종자 수색에 군과 경찰이 총동원됐지만 구조는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고가 난 댐은 한국 기업들이 건설과 운영을 맡은 수력발전용 댐입니다. 메콩강 지류에 수력발전소를 지어 이웃 나라인 태국에 전력을 수출하는 이른바 '동남아 배터리' 프로젝트였습니다.

우리 정부의 공적개발 원조기금 955억 원이 투입됐고, 시공은 SK 건설이 운영은 한국서부발전이 맡아 32년 동안 운영할 예정이었습니다. 발전 용량 410 메가와트로 국내 최대 수준인 충주댐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20여 명…국가 간 '외교 비화' 가능성까지 

우리 정부는 급히 대책을 내놨습니다. 30여 명 안팎의 긴급 구호대를 라오스에 파견하고 구호금 지원까지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해외 공사를 수주하는 우리 기업에 악영향을 주고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정부 대응과 별개로 문제의 기업에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가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붕괴 징조가 포착됐다는 주장까지 나와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댐의 운영을 맡은 한국서부발전은 붕괴가 일어나기 사흘 전인 지난 20일 이미 보조댐 중앙부에서 침하가 발생했고, 이틀 뒤에는 댐 상단부 10곳 이상에서 침하가 추가로 생겼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에도 댐 상단부가 1m 정도 무너져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병숙/한국서부발전 사장 : (7월 23일) 13시 30분경 저수지 안의 물이 댐을 넘기 시작하면서 댐의 일부가 유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댐의 설계와 시공을 맡은 SK 건설은 홍수로 물이 넘치면서 무너진 거라고 주장합니다. 붕괴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유실이었으며 기록적인 폭우 때문에 일어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양측의 말이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사고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목 전문가 : 붕괴라고 하면 설계나 시공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SK 건설은 안 받아들일 거예요. (범람에 따른) 유실로 인해서 홍수 피해가 났다고 하면 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부발전 쪽에서 부담이 될 거예요.]

■ 인명 구조가 급선무…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필요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인명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부실 시공 등 기업의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져야 할 범위는 넓어집니다.

라오스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에게 쏠릴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합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기업이라는 오명도 쓸 수 있습니다. 앞으로 수습과 대응이 정부나 기업에게 더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 SBS 뉴스의 오디오 특화 콘텐츠 '보이스'가 '보이스 V'라는 이름의 비디오 콘텐츠로 새롭게 단장해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당신이 원하는 뉴스, 당신을 위한 비디오 콘텐츠. SBS 보이스 V.

(SBS 보이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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