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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원내대표단이 전한 폼페이오 방북 막전막후(幕前幕後)

[월드리포트] 원내대표단이 전한 폼페이오 방북 막전막후(幕前幕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둘러싸고 빈손 방북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이달 6일부터 이틀간 3차 방북의 막전막후(幕前幕後)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미국을 방문한 국회 5당 원내대표단과 문답 과정에서 왜 협상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과 미국 모두 자신의 요구사항을 다 던졌고, 그걸로 회담은 사실상 끝이었다.
스티븐 멀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틀간 9시간에 걸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협상의 베이스라인(baseline), 즉 기본 토대 3가지를 명시했다고 한다. 그 세가지는 크게 1. 폐기 대상 핵무기 목록 2. 비핵화 시간표 3.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파괴와 같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약속의 이행이었다.

비핵화의 첫 단추라고 할 신고 대상을 어디까지 할 지와 비핵화의 실행 과정을 담은 시간표, 그리고 북측의 실천 의지를 가늠할 실험장 파괴를 요구한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비핵화 시간표(timeline)이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 미사일의 1년내 폐기' 시간표를 꺼낸 바 있지만 국무부는 '우리는 시간표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런데 방북 시 요구사항을 보면 미국이 북한에 ‘너희가 먼저 시간표를 제시해 봐라’고 역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진전이 어느 정도 이뤄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시간표와 관련해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시간표가 어떻게 짜일지를 정립하려면 여전히 많은 일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3대 요구사항에 대해 북한은 즉답하지 않고 체제 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제 보장 조치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종전 선언을 요구했다고 한다.

회담 당시 공개된 발언으로도 김영철 부위원장이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답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에서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 중이며, 함흥 미사일 공장을 확장 공사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사실 여부를 추궁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떠난 뒤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추가로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후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했지만 외교 용어로 생산적이라는 말은 ‘서로 할말을 다했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3차 평양 회담 전후로 벌어진 이런 양측의 대치가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원내대표단의 전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90년대 북핵 업무를 실무적으로 다룬 존 루드 국방부 정책차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며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미측의 의지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가 한국 원내대표단에게 기밀 사항으로 분류될 수 있는 북미 회담 발언을 공개한 것은 비판 여론에 대한 대응 성격이 크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폼페이오 3차 방북을 놓고 ‘빈손 방북’과 ‘양보만 했다’는 비판이 미국 안팎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러기에 ‘미국은 비핵화와 관련한 정당한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전달했지만, 북한이 이에 불응하고 있다’는 틀과 그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사정에 정통한 국무부가 원내대표단에게 이런 말을 전했을 경우 당연히 보도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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