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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B 재판 ⑧ - 삼성의 '프로젝트 M', 그리고 MB 정부의 비선 실세

[취재파일] MB 재판 ⑧ - 삼성의 '프로젝트 M', 그리고 MB 정부의 비선 실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씩 잊히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전직 대통령 구속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5월 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됐지만, 검찰 조사를 거치며 웬만한 것들이 다 나와 별로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수사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 논리가 팽팽하게 맞붙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진실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20여 년 이상 제기된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진실에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재판 실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 혐의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이다. 68억 원에 달한다. 다스의 미국 소송을 미국계 대형로펌 에이킨 검프가 대리했는데, 변호사 비용을 삼성이 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 청탁을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에이킨 검프의 소송 대리는 무료 변론으로 알았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소송비만 수십억 원이 드는데 왜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변론을 해 주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삼성의 소송비 대납 과정의 핵심 인물인 이학수 삼성그룹 전 회장의 자수서 내용과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 이학수 전 부회장 찾아온 김석한 변호사…왜?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전 부회장은 과거 에이킨 검프 소속이던 김석한 변호사를 통해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2018년 7월 10일, 12회 공판)

"(이학수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서) 2008년 하반기나 2009년 초반, 이건희 회장 보좌 업무를 맡는 자기 사무실에 김석한 변호사가 찾아왔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김백준 기획관을 대신해 만나러 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서 에이킨 검프가 소송 대리를 하게 됐고, 이명박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그 돈을 마련할 수도 없고, 정부가 지급하면 미국에서도 불법으로 비쳐질 수 있어서 삼성에서 대신 납부해 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청와대도 고마워 할거다고 제안했다. 당시 다스 소송비용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청와대와 관련한 미국 내 법률서비스 비용으로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김석한 변호사는 이학수 전 부회장과 어떤 관계이기에 이렇게 찾아왔던 걸까?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이기에 이 전 대통령 측 입장을 전한 것일까?

검찰(2018년 7월 10일, 12회 공판)

"(이학수 전 부회장에 따르면) 미국 에이킨 검프에 근무하던 김석한 변호사는 1990년대부터 삼성의 미국 내 법률 관련 일을 많이 해서 알던 사이라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과도 잘 아는 사이고, 홍석현 회장과도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라 김석한이 속인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했다고 한다."

"김석한 변호사 관련 김성환 전 외교안보수석 전언에 따르면, 김석한 변호사는 VIP(이명박 전 대통령)와는 서울시장 퇴임 후 미국 연수 중에 알게 됐다고 하고 대선 기간 중에 나름대로 지원을 했다고 한다."


● 프로젝트 'M' = MB vs Mandarin

이학수 전 부회장은 자수서와 검찰 조사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이 회장의 사면을 바라는 것은 대통령이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2018년 7월 10일, 12회 공판)

"이학수 전 부회장은 신문에도 나오고 경제계의 건의도 있었던 만큼 삼성이 (이건희 회장) 사면을 원한다는 건 청와대도 당연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소송비 대납은) 이건희 회장 사면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삼성이 '프로젝트 M'이란 이름으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에이킨 검프에 송금한 내역 중에 끝에 '프로젝트 M' 등으로 기재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프로젝트 M'의 'M'은 MB를 의미한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오인이라고 맞섰다. '프로젝트 M'의 'M'은 'Mandarin' 즉, 삼성의 중국 사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2018년 7월 10일, 12회 공판)

"검찰은 '프로젝트 M'은 MB 법률지원을 위한 뇌물지급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뇌물 주는 사업에 이름 붙이는 건 특이하다. '프로젝트 M'은 검찰의 주장과 달리 삼성 반도체 중국진출 사업이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있어서 생산 공장 위치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주변 땅값 오르고 인건비 등이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 공장 짓는 위치가 미리 알려지면 큰 문제가 생긴다."


● MB 측 "소송비 대납이 아닌 무료 변론"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에이킨 검프의 다스 미국 소송 대리가 '무료 변론'으로 알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인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며, 김 전 기획관이 '제3자 대납'과 '무료 변론'을 오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도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2018년 7월 10일, 12회 공판)

"김백준 전 기획관 진술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 같은 조서에서도 무료 변론과 소송비 대납이 병행돼서 오락가락한다. 에이킨 검프에 대한 수익은 어떻게 약정했느냐고 묻자 김백준 전 기획관은 모른다고 답했다. 현대차와 삼성이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진술이 있는데, 같은 날에도 (무료 변론과 소송비 대납을) 구별 못 하고 있다."

"(김백준 전 기획관 진술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김석한 변호사는 무료 소송을 제안했다. 김석한 변호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무료 소송을 해 줄 테니 (에이킨 검프에) 현대차와 삼성 관련 사건을 밀어 달라고 했다. 이런 내용은 2018년 1월 24일 김백준 전 기획관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등장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 일관성 부재와 함께 김석한 변호사가 말을 지어내거나 잘못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석한 변호사를 한 번 봤을 뿐이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검찰은 김 변호사가 2008년 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2번의 청와대 출입 기록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물론 이것이 22차례 대통령을 만났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 하지만, "김석한 변호사를 한 번 봤다"는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 김석한 변호사는 MB 정부의 비선실세?

10일 재판에서는 김석한 변호사가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것 외에도 MB 정부를 위해 다른 역할을 내역도 공개됐다. 김 변호사 혹은 김 변호사가 속한 에이킨 검프가 대통령 이미지, 소위 PI(President Identity)에 대한 조언과 외교 현안에 대한 조언도 했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순실씨가 했던 역할에 비견될 수 있는 것으로 김 변호사가 MB 정부의 비공식 핵심 실세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검찰(2018년 7월 10일, 12차 공판)

"2009년 6월 3일 작성된 한미정상회담 관련 제언 문건이다. 작성자는 에이킨 검프이고,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대비한 4.27일자 보고서를 보완하기 위해 작성한 후속보고서이다. 2010년 3월 25일 작성된 '한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진' 보고서다. 내용은 미국 유대인 단체와 관계를 돈독히 해서 영향력 증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5월 19일자 보고서는 차기 주한 미국대사 관련 내용이다. '높아진 한국 위상 맞게 VIP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캐나다 G20에서 직접 언급하는 게 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 증거는 에이킨 검프의 당시 이명박 대통령 PI 추진 자료이다. 피고인(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석한 변호사에게 PI(president identity)까지 받은 것까지 확인되는 증거이다. 이미지 메이킹 컨설팅까지 추진한 게 확인되는 것이다. 이 금액 역시 피고인이 삼성에서 받은 돈에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보면 김석한 변호사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PI를 추진하는 것이 확인이 됐고, 영포빌딩 압수 문건에서 해당 내용이 확인된다."


이 전 대통령은 10일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가다가 검사석을 한 동안 응시했다. 그리고는 방청석에 있던 가족 등을 한 명 한 명 손으로 가리키며 인사를 하곤 법정을 빠져나갔다. 삼성 뇌물 혐의는 '충격'과 '모욕'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이었지만,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해 검찰과 공방을 마치고는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오늘 재판에서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된 검찰의 서면증거 조사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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