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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금감원장 "불완전 판매는 갑질…금융회사들과 전쟁할 것"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0일)은 한승구 기자와 조금 살벌한 금융권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어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앞으로 금융 회사들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을 했어요?

<기자>

네, 기관장이 공식 석상에서 한 얘기치고는 좀 이례적인 수준이어서 화제가 됐습니다. 예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얘기한 적은 있었죠. 영화까지 나왔었죠.

아무래도 이게 연상이 안 될 수가 없으니까 은행, 증권사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굉장히 당혹해하면서도 "아니 우리가 무슨 범죄집단이냐." 이런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비자 보호에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어떻게 보면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제 금감원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라는 걸 발표했는데 이 중의 소비자 보호 부분, 특히 불완전 판매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금융상품이라는 게 대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는 분야입니다. 파는 사람은 이 상품이 어떻게 구성이 돼 있고 얼마나 위험이 있는지 알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그만큼 모르죠.

불완전 판매라는 건 금융상품을 팔 때 이런 부분을 고객들한테 제대로 설명을 안 하고 파는 겁니다. 금감원은 자료에서는 "이런 불완전 판매는 소비자들에게 위험과 비용을 떠넘기는 갑질이다." 이렇게까지 표현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자세히 일러주지도 않고 사인했으니 책임은 당신 몫이다. 사실 화날 법 하거든요. 최근에 금리 조작 문제나 삼성증권 사태나 금융권 쪽에 안 좋은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기자>

네, 삼성증권 직원들 일부가 어제 결국 검찰에 구속 기소까지 됐습니다. 그때도 황당한 일이었지만, 이게 수사 결과까지 나오고 나니까 정말 기가 찹니다.

이게 1천 원을 배당해야 되는데 실수로 주식 1천 주씩 배당된 사고였습니다. 이렇게 배당된 주식이 28억 주였습니다.

실제 삼성증권 전체 주식보다 많은 숫자가 배당됐는데 이런 게 가능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자기 계좌에 그렇게 많은 주식이 들어오면 이상하다 알아보는 건 증권사 직원이 아니어도 당연한 건데 이 사람들은 회의실에서 모여서 상의까지 해 가면서 주식을 팔았다는 겁니다.

말씀하신 대출 금리도 그렇습니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서류를 많이 내는 이유가 "내 소득이나 재산이 이만큼 됩니다." 하고 알려주면 은행이 그걸 보고 "아 그렇군요, 당신 상태를 보아하니 금리가 이 정도 되겠습니다." 결정을 하는 건데 소득 증빙을 해도 소득 0원, 이렇게 입력을 해서 금리를 올렸잖아요.

경남은행에서는 이런 게 100개 점포에서 1만 건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 고의다. 최근에 이런 일들이 많이 터지니까 금감원이 이건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내부 통제를 어떻게 할 건지 TF 운영도 하고, 잘못되면 경영진에 책임도 더 세게 지우고, 암 보험금도 제대로 주는지 들여다보고 금리 산정 과정도 따져 보겠다. 이런 게 다 어제 발표 내용에 들어가 있습니다.

<앵커>

금융회사들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폐지됐던 종합검사 부활까지 얘기가 되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사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던 게 종합검사입니다. 통산 2, 3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받게 되는데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부터 세세한 경영 상황까지 전부 다 봤거든요.

그랬다가 이제 자율적으로 한번 잘 해봐라 해서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가 됐습니다. 이걸 올해 4분기부터는 다시 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금융사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니까 다 하는 건 아니고 대상을 선정해서 하겠다고는 했는데 점검 방식도 감독 목표나 보고 내용 진위 여부 확인 위주로 하겠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금융사들한테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겁니다.

'알아서 하라고 맡겨 놨더니 안 되겠다.', '너무 풀어져서 안 되겠다.' 이런 문제의식이 확실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직전에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원장이 낙마하고 윤석헌 원장이 왔을 때 늑대가 가더니 호랑이가 왔다. 이런 말까지 나왔거든요.

금융이라는 게 돈이 필요한 곳에, 그리고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곳에 배분하는 역할을 해주는 건데, 여기서 사고가 난다는 건 이 배분 구조와 기능이 왜곡되는 겁니다.

감독 강화, 규제 강화가 금융사들을 위축시키고 혁신을 방해한다는 얘기도 맞는 부분이 있지만, 잘못된 관행이나 명백한 범죄를 또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 컸던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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