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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삼성 합병' 조작 자료 삭제…감사 결과도 누락

<앵커>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업가치 평가를 조작한 국민연금공단 실무 책임자가 합병 후 조작한 자료를 삭제하라고 두 차례나 지시했습니다. 또 다른 상관은 수사에 협조한 직원을 "조직의 배신자"라고 공격을 했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공개된 국민연금의 자체감사결과에는 이런 민감한 내용은 쏙 빠졌습니다.

장훈경 기자입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국민연금의 감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합병 비율을 조작하도록 지시한 리서치팀장은 실무진에게 관련 자료 삭제를 두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합병 찬성 이후 한 번, 검찰 압수수색 전에 또 한 번, 삭제 방법까지 직접 제시했습니다.

중간 보고서에 최종본 내용을 덮어쓰게 하고, 제목도 최종본과 똑같이 바꾼 뒤 중간 보고서들을 삭제해 최종본 파일만 남게 했습니다.

국민연금 감사팀은 "내용을 세탁하는 전형적 방법"이란 전문가 견해까지 덧붙였습니다.

[이상진/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포렌식(과학수사기법) 하더라도 (중간 보고서를) 밝혀낼 수 없게 하려는 시도 같거든요. 중간에 누군가가 했던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공개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삭제 방법이나 삭제 의도가 모두 빠졌습니다.

국민연금공단 내 고위 인사가 특검 수사에 협조한 부하 직원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직의 배신자"라고 부르며 갈등과 따돌림을 조장했다는 조사 내용도 모두 삭제된 채 공개됐습니다.

국민연금은 "합병 과정의 내부 업무 처리 지침 위반과 관련된 것만 요약공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민 노후자금 투자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서 징계 요구는 해임 1명, 견책과 경고 2명에 그쳐 자기 식구 감싸기란 지적도 나옵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징계가 아닌 수사 의뢰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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