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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난민 문제, 이것부터 보고 보자' 최초공개 대한민국 난민 보고서 ②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07.07 17:00 수정 2018.07.07 18: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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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으로부터 8,000km 떨어진 중동의 예멘, 그리고 제주를 찾아온 예멘 난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논란을 낳아온 난민 문제가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대한민국의 난민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국내 언론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엔 난민기구 UNHCR의 2000~2017년 난민 자료와 우리나라 법무부의 1994~2017년 자료를 전수 분석했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법무부의 연도별 난민 신청·인정 사유와 신청·인정자의 성별 분류 자료, 심사 단계별 인정 자료를 입수해 들여다봤다. 데이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의 난민 실태를 톺아봄으로써 난민 이슈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한다. 한국을 찾은, 행운의, 혹은 불운의 난민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도 취재했다. 2회에 걸쳐 보도한다.
[마부작침] 난민(2) 어느날난민 한구절(*편집자 주: 안다가추씨와 차크마씨는 모두 가명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두 분, 두 분의 조력자와 충분히 상의한 뒤 가명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8년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1 에티오피아 출신 안다가추(가명)씨는 3년 전 한국에 와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고국에서 야당 선거운동을 하고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구금되고 고문까지 받았는데 "돌아가면 박해받게 될 것이라는 공포의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며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의 신청을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안다가추 씨는 난민 인권단체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안다가추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심사 당국인 법무부가 난민 불인정 처분이 적법했다며 항소했다. 2018년 4월 2심에서도 안다가추 씨가 승소했고 당국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안다가추 씨는 비로소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난민 신청한 지 3년 3개월, 2번의 심사와 2번의 재판을 거친 뒤였다.

#2 방글라데시의 소수민족인 줌머족은 현 방글라데시 정부와 주류 민족의 탄압 때문에 상당수가 모국을 떠나야 했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80%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줌머족은 불교 신자라는 점이 가장 큰 갈등 요인이다.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 인정자 96명 중 줌머족은 절반이 넘는다. 줌머족에 대한 박해 상황은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고 경기도 김포에는 줌머족이 모여사는 작은 공동체도 생겼다.

줌머족인 차크마(가명) 씨도 한국 정착을 원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난민 심사에서 3번 떨어졌고, 소송에서도 3번 패소했다. 자국에 가면 위협받는다는 차크마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불인정 이유였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1단계: 10% 확률부터 뚫어라
[마부작침] 난민(2) 회부율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먼저 심사 신청을 해야 한다. 2013년 난민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 체류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공항이나 항구 등 출입국항으로 들어와 입국 심사받을 때 난민 신청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때는 난민 심사를 받을지부터 심사받는다. 일종의 사전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사전 심사 회부율은 낮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882명이 사전 심사를 받았는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3명, 46.8%만 통과했다. 469명은 본 심사도 못 받고 송환 대상이 됐다. 심사 회부율은 2013년엔 대상자의 59.3%였으나 2016년 32.6%, 2017년 단 10.7%, 21명만이 사전 심사를 통과했다. 사전 심사는 이의 신청도 불가능해 여기서 떨어진 신청자는 본국 강제 송환과 소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개는 소송을 택하는데 그러면 결과가 나올 때까진 출국대기실에서 장기 체류해야 한다.

2014년 강제 송환이 결정된 신청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열악한 대기실 환경 등 인권 문제가 제기되자 관련 조항 개정이 추진됐다. 2015년엔 사전 심사 회부율도 72.3%로 반짝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2015년, 사전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법령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법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난민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출입국항 사전심사의 회부율은 더 낮아지는 추세다. 법무부는 불회부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2단계: 난민심사관 37명에게 달렸다
사전심사를 통과하거나 국내 체류 중인 상태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1차 조사를 받을 수 있다. 1차 조사는 사전 서류조사와 면접조사로 이뤄진다. 담당은 각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소속된 난민심사관이다. 2018년 현재 전국에 37명이 배치돼 있다. 2015년엔 8명이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신청자 수가 크게 증가한 데 비하면 심사관 수는 부족하다. 이 37명이 지난해 난민 신청 9,942건을 골고루 나눠 맡았다고 보면, 심사관 1명이 맡은 심사가 269건이나 된다. 휴일을 제하고 보면 하루 1명씩 심사하는 셈이다. 2018년 올해는 신청자 수만 1만 8,000명에 이를 것으로 법무부는 추정한다. 최근 제주에 예멘인 등 난민 신청자가 몰렸는데도 배치된 심사관은 단 1명뿐이라는 점이 보도되기도 했다. (정부는 제주 심사관을 우선 증원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2017년의 경우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균 소요시간이 7개월 정도라고 밝혔다. 7개월 기다려 면접 한 번 치르는 식이다. 2017년 심사 완료된 6,041건 기준으로 볼 때 1차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건 92건, 1.5%이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심사 완료는 1만 9,360건, 1차 심사에서 난민이 인정된 건 549건이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 3단계: 난민위원회부터 법원까지
[마부작침]난민2

1차 심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이의 신청할 수 있다. 법무부 난민위원회에서 2차 심사를 한다.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난민위원회는 변호사와 교수, 실국장급 공무원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2017년 난민위원회는 6번 회의를 열었고 4,542건을 심사했다. 회의 한 번에 평균 757건 심사한 셈이다. 실무조사는 산하 분과위원회에서 한다지만 한 건 한 건 들여다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난민위원회 2차 심사에서 난민 인정받은 건 2017년에 24건, 심사 완료 건수 대비하면 0.40%이다. 1994~2017년 24년간 2차 심사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건 151건이었다.

2차 심사에서도 난민 인정을 못 받으면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행정법원의 1심, 고등법원 2심과 대법원 3심까지 합치면 3번의 기회가 더 있는 것이다. 이렇게 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2017년 5건, 역시 심사 완료 건수에 대비하면 0.08%이다. 1994~2017년 소송을 통한 난민 인정은 92건이었다.
[마부작침] 난민 데이터 보기* 출입항만 사전심사 연도별 회부 현황 / 난민 신청 단계별 인정 현황 ☞ http://bit.ly/2tYIvGj

앞에 소개한 에티오피아 출신 안다가추 씨는 이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통과한 기적의 난민, 운좋은 난민이다. 반면 줌머인 차크마 씨는 6번의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린, 불운한 난민이다. 확률로 보면 차크마 씨 같은 이들이 월등히 많다.

난민 심사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서 "난민 면접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거나 "난민 면접 조서에 신청자에게 불리한 진술만 적혀 있다"는 등 심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신청자 수에 비해 현저히 적은 심사 인력으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심사 체계 속에서 저런 바늘구멍을 통과한 난민들만이 난민법에서 규정한 '난민'으로 인정받는 셈인데, 이게 과연 합리적인 상황인 걸까. 그들은 그저 지극히 운이 좋았던 이들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건 아닐까. 하필이면 이토록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한국을 택했던 나머지 97%가량은 과연 모두가 난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서 떨어졌던 걸까. 그저 전반적으로 불운한 사람들이었던 건 아닐까. 이렇듯 난민 심사가 '복불복', 일종의 '로또'가 됐다면 이는 제도의 성공인가, 실패인가?

-난민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하여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64만 명이 넘었다. 조두순 출소 반대(615,354명), 빙상연맹 처벌(614,127명)을 제치고 역대 1위의 청원 규모를 기록했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제주 예멘 난민 수용 설문조사 결과는 찬성 37.4%, 반대 53.4%로 반대가 더 많았다. 6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현행과 같은 방식의 난민 수용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문화 충돌이나 사회적 불안을 우려한 난민 반대도 있다. 조혼이나 여성할례, 히잡, 일부다처제 같은 가부장적인 여성 억압의 관습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무슬림 일부가 난민으로 들어오는 건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독일 등 유럽 일각에서 난민·이민자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피해는 주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걱정 등이 그렇다. 한국 난민신청자의 남녀 비율이 4.6 대 1로 남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강화시킨다.(인정자는 남녀 1.6 대 1이다.) 여기엔 한국 사회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지금도 특히 여성은 불법 촬영 등 각종 범죄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는데 난민까지 늘어나면 감당할 수 있겠냐는 주장도 나온다.

난민이 정말 한국 사회 현실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인지, 현행 법에 따라 수용한다면 어느 정도 규모가 적정한지, 난민 중에 과연 위험한 이들이 섞여 들어올 가능성은 없는지, 이를 위한 심사는 믿을 수 있는지, 즉, 우리에게 난민은 무엇인지, 2018년 제주에서 불거진 난민 이슈는 한국 사회 전체에 이런 질문을 사실상 처음으로 던졌다.

아직 누구도 모두가 만족하거나 수긍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마부작침의 이번 분석 또한 어떤 해답이 되기엔 부족하다. 다만 지금의 난민 심사는, 제대로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그래서 '운'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받기가 '로또'가 되지 않도록 현행 난민 심사를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부는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6월 29일, 한국 정부는 난민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난민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난민심사관의 수를 늘리고 이의신청과 법원의 1심까지 담당할 난민심판원을 신설하며 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난민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서도 국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김그리나 디자이너·개발자(greenaa@sbs.co.kr)
인턴 :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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