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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끝까지판다] "예산 없지만 불법진료는 하지 마라" 국방부 황당 지침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18.06.30 20:55 수정 2018.06.30 20: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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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BS 탐사보도 팀이 군 병원 불법 의료 실태를 연속 보도하자 국방부는 대책반까지 꾸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논의한 내용을 살펴봤더니 필요한 예산을 다 줄 수 없지만 불법 진료는 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지원 없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건 정말 옛날 군대 방식 아니었습니까?

한세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 각 부대에서 모인 아픈 병사들이 버스를 타고 지역 군 병원으로 들어갑니다. 병원 일과 시간에 진료를 받지 못해도 병사들은 오후에는 부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런 '미진료 사례'는 이 병원의 한 과에서만 이달 들어 배 이상 늘었습니다.

SBS가 불법 의료 실태를 지적하자 적법 의료만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군 병원 관계자 : (군의관이) 진료 보다가 가서 깁스 직접 해주고, 그러다 보니까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그런 현상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피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에게 돌아갑니다.

[현역 병사 : 작은 부대에선 군 병원을 잘 안 보내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아픈 걸 참다가 그 지역에 있는 민간병원에 가서 제 돈으로 (치료) 했어요. (다치신 지는 오래됐나요?) 예, 한 달 정도요.]

SBS는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통해 각 군 의료부대가 국방부 긴급대책반에 보고한 대응방안을 확인했습니다.

적법 진료를 위해서는 연간 500억 원을 들여 의료인력 1,600명을 충원해야 한다는 안이 담겼습니다.

군 의료 인력 충원 대신 아픈 병사를 민간병원에서 진료받게 한다고 해도 연간 400억 원이 필요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대책반은 연말까지 50억 원을 줄 테니 그 안에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의료 부대에 내려보냈습니다.

예산은 다 못 주지만 불법은 알아서 막으라는 겁니다.

[야전 부대 군의관 : (진료가) 더 밀리는 그런 문제가 생기고요. 야간진료는 더 큰 문제입니다. 엑스레이나 피검사 같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야간에는 돌릴 수가 없어요. (현재) 면허가 있는 사람들로는.]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미세먼지 마스크 구매에 2백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이동이나 훈련 중 숨만 가쁘게 해 마스크를 벗는 병사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나온 결정입니다.

마스크 구매 예산의 4분의 1만 불법 의료 개선에 책정한 셈인데 국방부가 아픈 병사의 건강 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입니다.

[김록권 전 의무사령관/예비역 중장 : 국방 예산 전체의 0.5%만 군 의무 예산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1/14밖에 안 되는 거죠. 그렇게 (조금) 투자해서, 질 높은 의료 수준을 요구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같습니다.]

국방부 긴급대책반은 불법 진료 개선 대책을 송영무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인데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