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日 오사카 지진, 통학로 사고에 난리난 이유

지난 18일 오전 7시58분 일본 오사카에서 진도 6약(한국 기준 진도 9)의 강진이 일어났습니다. 880여만 명이 사는 오사카부(府) 일대에서 진도 6 이상이 기록된 것은 1923년 관측 시작 이래 처음입니다. 이후 여진도 40회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자 5명, 부상자 417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400여 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피해 가운데 일본 언론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다카쓰키시 시립 쥬에소학교에서 일어난 만 9살 어린이의 사망사고였습니다. 이 학교 4학년 미야케 양이 지진으로 학교 수영장 외벽이 무너지면서 숨진 겁니다.
지난 18일 오사카 지진으로 학교수영장 외벽이 무너진 모습(일본 NTV방송)
외벽이 무너지면서 등교하던 9살 어린이 사망
조사결과 쥬에소학교는 외벽을 규정보다 높게 불법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로 쪽에서 수영장 어린이들을 보지 못하도록 벽을 올렸는데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겁니다. 무너지기 전 모습을 보시죠.
무너지기 전 학교수영장 외벽 모습(구글 스트리트뷰)
당장 다카쓰키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즉각 시내 모든 학교의 외벽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다카쓰키시 측은 시립 소학교 외벽 붕괴사고에 사과했다.(NTV방송)
학교 외벽들을 점검하는 다카쓰키시 공무원들
일본 언론들이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사고 현장이 학교 '통학로'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생들에게 개인 통학 코스를 그림으로 그려 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 측이 정한 통학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합니다. 즉, 통학로는 그냥 '아이들이 다니는 등굣길'이 아니라 학교 측이 지정하고 위험요소를 어느 정도 관리하는 길을 말합니다.
관련 사진
아래는 일본 학교들의 통학로 지도입니다. 걸어가는 길과 자전거 길 등이 나눠져 있고 지나다닐 수 없는 통학 금지지역(노란색)도 표시돼 있습니다.
후쿠오카시 메이노하마 소학교 통학로 지도
에히메현 세이세키중학교 통학로 지도
통학로는 학교 안 선생님이나 학교 밖 학부모 어느 한 쪽이 100% 관리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통학로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무조건 학교 측이 책임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통학로 안전은 사실 모든 어른들의 몫입니다. 교사들은 매년 한 차례씩 통학로 안전점검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학부모에게도 어린이를 통해 '통학로를 둘러보고 신경쓸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가정통신문이 전달됩니다. 경찰관도 수시로 통학로 주변을 순찰합니다.

그래도 사건사고는 일어납니다. 앞서 소개한 오사카 학교 외벽 붕괴사고도 있었고, 자동차가 등굣길 어린이들을 치는 사고와 심지어 범죄자가 학생들을 노린 살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등굣길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됩니다.

우선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방범부저'를 나눠줍니다. 위험할 때 끈 같은 것을 당기면 아주 크게 '삐!' 소리가 나는 제품입니다.
일본 소학교 '방범부저' 제품 (MC JAPAN 홈페이지)
또 학생들이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통과 시간을 학부모들에게 메일로 전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 속 작은 감지기를 책가방에 넣어두면 됩니다. 제 딸이 다니는 일본 소학교의 경우 교내 방과후 돌봄 교실이 있는데요, 오후 7시까지 돌봐주는 유료반(매달 2만원 정도 간식비 지불)은 무료로 감지기를 나눠줍니다. 추가 비용은 없습니다. (오후 5시까지는 돌봄교실 이용 무료)
학교정문 통과시간을 학부모에게 메일로 알려주는 감지기
이밖에 구청에서도 메일 서비스를 합니다. 지역 내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줍니다. (제가 실제로 받은 메일)
최호원 월드리포트 표
일본의 안전대책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종 대책에 비해 사건사고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아이들의 통학 안전을 위해 학교와 가정, 지자체, 경찰 등 어른들이 모두 힘을 합치고 있다는 겁니다. 학교외벽 붕괴사고는 이런 사회적 신뢰를 깼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진때문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들의 통학 안전을 학부모들에게 떠맡기고 있지 않나요? 혹시 통학 안전의 의미를 교통안전 정도로만 국한하고 있지 않나요?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충분히 투입하고 있나요? 오사카 지진 뉴스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