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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사형수에게도 인권은 존재할까?

하륭 기자 ryung@sbs.co.kr

작성 2018.06.27 11:50 수정 2018.06.27 11: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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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장호원읍, 국방부 조사본부 예하 국내 유일의 군 교도소가 있다. 이곳의 한 사형수가 몇 년 전부터 ‘죽고 싶다. 다른 수감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해왔고, 교도관에게 심한 언어폭력을 당해왔다’라며 목사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 말미에 그는 사형수의 신분으로서 과연 이런 고통을 호소할 자격이 있는지 절규하고 있었다. 군 교도소 측은 한 교도관이 사형수에게 폭언을 한 건 사실로 확인되었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가해자가 현재 민간인 신분이 되어 전주지방검찰청에서 별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먼 걸음 하신 건 죄송하지만, 저희는 취재에 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취재진은 오랜 시간이 걸려 사형수의 부모를 만나러 집에 찾아갔다. 적막한 공기가 이 집에 고여있었다. 분명 낮이었지만 눈길 닿는 곳마다 어둠이 짙게 그리워져 있었다. 평범한 집이지만 벽을 둘러보면 흔한 가족사진조차 없다. 이곳은 또 하나의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형수의 아버지는 인터뷰할 수 없다는 단호한 말 한마디를 내뱉고는 깊은 한숨을 쉰다. 우리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꽤나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사형수 부모의 심정을 모두 듣고 나서야 취재에 응하였다.

사형수의 부모는 사형수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죄인이기에 이걸 취재하는 자체가 사실 좀 창피스럽고 부담스럽습니다. 내 아들만 생각하는 것 같고, 정말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사는 게 아니죠. 천륜이라는 게…… 지금도 일상생활이 안 돼요. 그냥 뭐, 사회와 단절하고 싶고…… 지금이라도 별로 그래요. 너하고 나하고 같이 죽는 게 속 편하다. 내가 늘 그러죠. 그 사건 터지고 자기하고 나하고는 죽은 목숨이나 똑같지. 자기하고 나하고 차라리 그 때 죽었으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하죠” 라고 했다. 아버지는 다시 “늘 우리 자식이 살아 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유가족들한테 정말 죄송합니다” 라며 말끝을 흐렸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 왕따를 당하던 아들은 군대를 인생 전환의 돌파구로 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입대한 아들은 결국 군에서도 따돌림을 당했고, 총기 사고로 사형수의 신분이 되었다. 죽었어야 했던 아들의 목숨. 그 아들은 교도소에서 사형수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들과 부모 모두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죄를 뉘우치고 후회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형수는 교도소 내에서 받은 인권침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주저했다. 본인이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의견은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사형수는 노트 5권의 분량으로 2년간의 교도소 내 사건 일지를 기록해 두었다. 교도관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복기에서 적어놓은 듯했다. 또한, 군 교도소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사형수는 이 사실을 교도소 측에 알렸고, 당시 헌병이 나와서 조사를 했다고 한다. 사형수가 작성한 진술서에는 ‘매일 성추행을 당하며 모멸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적혀 있다. 군 교도소에서 당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사형수는 그대로 감내해야 하는가?

성준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사형수의 권리와 과거 피해자의 권리를 마치 대척점에 두고, 어느 한쪽이 보장되면 다른 한쪽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관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입니다. 사형수는 가장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형수는 인간 대접을 받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가장 사회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 대접을 받는다면 이 사회에 있는 누구나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군 인권센터의 임태훈 소장은 “자기 죗값을 치르며 생활하게 하는 것이 문명사회의 기본적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군 교도소에서 사형수라 할지라도 짐승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한 짓이 얼마나 나쁜 짓이라는 것을 문명사회는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한다.

부모는 여전히 아들의 방을 군 입대하기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놓아두고 있었다. 방엔 아들이 군 입대 전 입던 옷들이 그대로 있었다. 그의 책장엔 ‘생각의 해부’, 생각을 읽는다’, ‘사고의 오류’, ‘비판적 사고’, ‘생각 수업’ 등의 인문서가 빼곡하게 꽂혀있었다. 방 한 편엔 아령과 권투 장갑이 보였다. 부모는 이전에도 늘 아들에게 참으라고 했다. 이번 군 교도소에서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언과 성추행에도 부모는 같은 대응을 요구했다. “네가 조금만 참아라. 네가 잘못했으니까. 네가 받아야 될 죗값도 있고. 뭐 미흡한 점도 있고 이래도 늘 참아라.”

국가는 범죄수사와 처벌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이 잘 반영하여 형벌을 내려야 한다. 국가형벌권 안에서 재소자, 사형수들은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된다. 기본적으로 형사 사법의 절차가 사적 구제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사형수의 교도소 내 사건들을 외면하여 얻을 수 있는 어떠한 이득이 있을까?

(영상취재 : 하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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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언·성추행까지"…사형수에게도 인권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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