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여러분은 욱일기(旭日旗)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욱일기'를 검색해보면, "욱일기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근거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그런데 지난 24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일본과 세네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도중 욱일기가 관중석에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욱일기 논란. 오늘 리포트+에서는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욱일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 "독일은 법으로 금지하는데"…욱일기, 자위대 공식 깃발로 사용하는 일본

욱일기란,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 가운데에 그려진 태양 주위로 16줄기의 햇살이 퍼져 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일본의 군기(軍旗)입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는 국가를 '제국주의 국가'라고 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사용한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범죄국가(이하 전범국)인 일본이 사용했기 때문에 전범기로 분류되는 욱일기는 1945년 전쟁이 끝나면서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일본과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은 '반나치 법안'을 통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제복 등 모든 나치 상징물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하지만, 일본의 행보는 독일과 달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잠시 자취를 감췄던 일본의 욱일기는 1954년 자위대가 만들어지면서 부활했습니다.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16줄기 햇살이 그려진 욱일기를, 육상자위대가 8줄기 햇살 욱일기를 활용한 깃발을 공식 군기로 채택한 겁니다. 또 일본 기업들은 욱일기 디자인을 각종 제품에 넣어 상품화하고, 일부 일본 사람들도 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도 버젓이 등장…유럽, 미국에서는 인식 부족

특히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욱일기 사용으로 인한 논란은 반복돼 왔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일본 대표팀 유니폼에 전범기 디자인이 사용됐다는 논란이 일었고, 욱일기 응원도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일본 축구팬들의 욱일기 응원이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수원 삼성과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중 일본 관중석에 욱일기가 등장한 겁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해당 구단 측에 1만 5,000달러의 벌금과 한 경기 무(無)관중 징계를 내렸는데요. 하지만 당시 다시마 고조 일본 축구협회장은 "욱일기는 정치적, 차별적 의도가 없고 문제도 없다"며 욱일기 응원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 허용되도록 AF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 축구 단체를 설득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욱일기는 등장했습니다. FIFA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공식 SNS에 욱일기 분장을 한 일본인 사진을 게재했다가,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진을 교체했습니다. 또 FIFA의 공식 유니폼 판매 홈페이지에는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가 지금까지도 올라와 있습니다.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FIFA의 규정에 따르면, 상대 팀에 모욕감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인식되는 슬로건을 내보이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지난 19일 러시아의 한 술집에서 나치 경례를 한 영국의 축구 팬 마이클 허버트는 5년간 축구 경기 입장 금지령을 받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영국 경찰과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나치와 관련해서는 술집에서 한 행동만으로도 처벌이 이뤄진 것과 달리, 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의 욱일기 응원에 대해 FIFA 측은 조사에 착수하거나 제재를 내릴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아시아권 밖에서는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아시아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욱일기를 일본의 국기로 생각하거나, 특이한 디자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겁니다.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부분을 FIFA 측에 말해줘야 그들도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과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 우리 민족의 아픔이 담겨 있는 만큼 제대로 알고, 제대로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리포트+]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또다시 '펄럭'…욱일기 실상 알려야 하는 이유는?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소경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