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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기차 보급과 걷고 자전거 타기, 미세먼지 해결에 어느 것이 더 도움이 될까?

[취재파일] 전기차 보급과 걷고 자전거 타기, 미세먼지 해결에 어느 것이 더 도움이 될까?
6월로 들어섰지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이따금씩 ‘나쁨’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3월 27일부터 기준이 강화된 탓도 있지만 최근 공기가 정체되면서 발생한 먼지가 원활하게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6월이 되면 봄철에 불던 북서풍이 남서풍으로 바뀌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적게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봄철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26일 발표한 새정부「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임기 내 미세먼지 국내배출량 30%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수송 부분에서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비롯해 수소차와 LPG차 등 친환경차를 200만대까지 확대 보급한다고 되어 있다.

전기차가 친환경 차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어떻게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단순히 운행과정만 봤을 경우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만큼 미세먼지 배출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를 점진적으로 친환경차로 바꿔나갈 경우 적어도 수송 부문에서는 목표하는 대로 온실 가스나 미세먼지를 충분히 줄일 수 있을까? 전기차 보급 확대 뿐 아니라 개개인의 국민들이 가까운 거리는 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법으로 자동차 사용 자체를 줄인다면 온실 가스나 미세먼지를 얼마나 더 줄일 수 있을까?

점진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와 가까운 거리는 걷고 자동차 대신 친환경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생활습관 변화 가운데 어느 것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일까? 수용자인 일반 국민은 현재와 같은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중국과의 협력, 기술혁신 등 공급자만 제대로 하면 목표한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만한 연구가 최근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 연구팀이 스코틀랜드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Brand et al., 2018). 스코틀랜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여서 2050년에는 1990년에 배출했던 탄소배출량의 20% 정도만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30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나 줄이겠다는 것이다. 2100년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궁극적으로는 1.5℃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약 30년 동안 수송 부문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야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조사했다.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가솔린이나 디젤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고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최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이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4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험했다. 연구팀은 (1)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과 수송 수단에 아무런 변화 없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시나리오, (2) 두 번째는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를 점진적으로 전기차로 대체하는 시나리오다. 공급자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2020년까지 전기차 비율을 전체 자동차의 9%까지 끌어올리고 2030년에는 전기차 비율을 전체의 60%까지 끌어올리는 등 시간에 따라 전기차 비율을 점점 크게 확대하는 방안이다. (3) 세 번째는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등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시나리오다. (4) 네 번째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시나리오와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시나리오를 동시에 시행하는 방안이다.
새로 개통된 자전거 전용로
조사결과 현상 유지 정책으로는 당연히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시나리오나 급격한 생활습관 변화 시나리오 역시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한 가지 방안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자동차를 친환경차로 대체함과 동시에 일상생활에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 습관을 급격하게 바꿔야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두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이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작성한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시나리오에는 멀지 않은 거리는 자동차를 타는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횟수와 이용 시간을 늘리고 평소 자동차 이용 횟수와 운행 거리는 줄이면서 친환경 대중교통 이용은 늘리고, 여행 횟수와 여행 거리는 줄이는 방법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기술혁신을 통해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 또한 크게 향상시켜야 한다.

생활습관을 바꾸는 시나리오의 한 예를 보면 2012년 현재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동하는 거리의 74%는 자동차로 이동을 하고 있는데 2030년에는 자동차 이용을 줄여 이동 거리에서 자동차가 담당하는 비율을 61%로 낮추고 2050년에는 41%까지 낮춰야 한다. 대신 이동할 때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하는 거리 비율은 현재 3%에서 2050년 17%까지 높여야 한다. 버스나 철도 등 친환경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거리의 비율도 현재 14%에서 2050년에는 28%까지 배로 높여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나 산업체의 혁신과 함께 일반 국민 개개인이 불편함을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수고를 감당해야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이나 초미세먼지 또한 원하는 만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으로 대표되는 디젤게이트처럼 기술혁신을 해야 할 공급자들이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스코틀랜드는 감축 목표나 계획 등 분명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지구온난화 문제가 나올 때면 개개인의 생활습관을 생각하기 전에 중국이나 대형 산업체, 정부부터 탓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이나 대형 산업체, 정부의 정책이 대기오염이나 온실가스 배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이나 대형 산업체, 정부부터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공급자뿐 아니라 수용자인 국민 개개인도 생활습관을 급격하게 바꾸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문제,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 Christian Brand, Jillian Anable, Craig Morton. Lifestyle, efficiency and limits: modelling transport energy and emissions using a socio-technical approach. Energy Efficiency, 2018; DOI: 10.1007/s12053-018-9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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