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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자발찌 찬 채로 초등생 성폭행…잇따르는 재범, 대안은 없나

범행 당일 "일이 늦어서 모텔서 잔다" 거짓말…그대로 믿은 보호관찰소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작성 2018.06.11 08:0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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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전자발찌 찬 채로 초등생 성폭행…잇따르는 재범, 대안은 없나
지난 4월 18일,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인 46살 이 모 씨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습니다. 이 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초등학생인 13살 A양을 만난 뒤, 수도권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 인근의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이 씨는 "A양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폭행 피해와 그 강제성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A양과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겁니다.

일주일 넘게 범행 사실 몰랐던 보호관찰소

이 씨가 초등생인 A양을 성폭행한 것은 체포되기 여드레 전인 4월 10일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이 씨의 귀가를 매일 확인한다는 법무부 보호관찰소는 이 씨가 긴급체포될 때까지도 일주일 넘게 범행 사실을 인지조차 못 했습니다. 범행 당일 "업무가 늦어져 모텔에서 자겠다"던 이 씨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겁니다.

이 씨를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측은 "범행 전날인 4월 9일에도 직접 이 씨의 직장을 찾아가 이 씨가 일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매일 이 씨의 귀가를 확인하고, 한 달에 서너 번씩은 이 씨의 직장을 찾아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지 확인해왔다"면서 "이 씨는 2014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이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착실히 일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알고보니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피해자 가족 '분노'

13살의 나이에 성폭행 피해를 입은 A양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A양의 가족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이 씨가 1996년 특수강도강간과 살인 혐의로 17년을 복역한 강력범으로,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대요. 나라에서 전자발찌를 차도록 줬으면 이 사람이 어디서 뭐하는지를 알고 잡아줘야죠. 저희 애는 지금 모든 꿈이 사그라진 상태가 됐는데…."

피해 초등생의 어머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보호관찰소가 이 씨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끔찍한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과 분노의 눈물이었습니다.

"신상공개 대상자도 아니었다"…피해자는 '속수무책'

"이 사람이 성범죄에 살인까지 저질러서 17년을 복역하고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인터넷에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 이 사람 이름을 쳐봤어요. 안 나오더라고요.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요."

이 씨의 범행에 피해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씨의 경우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긴 했지만, 신상고지나 신상공개의 대상은 아닙니다. 때문에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시스템인 '성범죄자 알림e'를 포함해 그 어느 곳에서도 이 씨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동네 주민'으로 이 씨 가까이서 지내더라도, 이 씨가 과거 살인까지 저질렀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범죄자의 신상공개, 신상고지 여부는 법원에서 전자발찌 부착 여부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상공개 대상이 아닌 사람의 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결국 이 씨를 감시해야 하는 '전자발찌'가 이 씨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원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발찌전자발찌는 '위치 추적기'일 뿐…재범 방지 '한계'

전자발찌는 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입니다. 즉, 부착 대상자의 위치만 알 수 있지 해당 위치에서 무엇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이들의 행동을 관리ㆍ감독해 재범을 방지하는 것은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모든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매 시간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까지 감시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2018년 5월 기준으로 법무부 보호관찰소 직원 1명당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18.5명을 관리감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들의 재범 건수는 모두 77건으로, 2011년 15건에서 6년 사이 5배나 늘었습니다.

전자발찌 도입 10년…"재범 방지 위한 현실적 대안 필요"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들의 재범 방지를 위해선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들 가운데 재범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한 밀착 관리나 추가 교육, 치료 등이 그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장기적으로는 과연 전자발찌가 기대하는 만큼 성폭력 범죄자들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건지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서 과감히, 아니라면 다른 용도로 전용하거나 교육이나 치료 같은 다른 성폭력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죠."

하지만 이 또한 범죄자들에 대한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법원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 정도를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추가적인 성폭력 치료나 관리 감독 등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위치 추적 기능밖에 없는 전자발찌에, 턱없이 부족한 보호관찰소 인력만으로 재범 방지까지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잇따르는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은 현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들의 재범을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해 피해자들의 분노와 원망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08년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제 10년이 됐습니다. '재범 방지'라는 전자발찌의 원래 목적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보다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