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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재판거래 의혹 수사, 김명수 대법원장에 달렸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6월 5일 (화)
■ 대담 : SBS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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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행정처, 양승태 사법부 시절 문건 98개 공개
- 악화된 여론과 조사 투명성 의식…추가 공개 가능
- 특정 판사를 문제 법관으로 지목해 감찰 강화
- 우리법연구회 등 법원 내 특정 모임 동향 분석
- 상고심 판사 임용에 靑, 임명권 행사 방안 논의
- 의혹 입증 위해선 진술, 녹취, 문건 등 물증 필요
- 잇따라 열리고 있는 법원 판사회의, 의견 엇갈려

▷ 김성준/진행자:

법원 행정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재판 거래 파문을 낳고 있는 문건 98건을 공개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요구가 있고 나흘 만입니다. 사법부 안팎에서 의혹과 관련한 인사들에 대한 징계, 형사 고발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SBS 시민사회부 법조팀의 김기태 기자 전화로 연결해서 지금 법조계 분위기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나와 있습니까?

▶ SBS 김기태 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우선 법원행정처가 의혹 문건 공개한 것.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요?

▶ SBS 김기태 기자:

오늘(5일) 오전 10시 반쯤이었는데요. 법원행정처가 판사 사찰과 재판 거래 의혹을 낳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 시절에 법원행정처 각종 문건들 중 사법행정권 남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문건 98개를 공개했습니다. 문건에 나와 있는 이름은 모두 가린 상태로 공개가 됐는데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보도자료에서 개인정보보호법과 사생활 비밀 침해 방지 등을 고려해서 비실명화한 상태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이렇게 문건을 추가 공개한 이유는 이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 지금 여론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고. 또 법원 안팎에서 조사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원문 공개를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안 처장은 남은 파일 중에서도 공개 필요에 따라서는 그 범위를 더 넓힐 수도 있다고 밝힌 만큼 추가 공개 여지도 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 지금 오늘 98건이 공개됐는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요구한 것은 410건 다 공개하자는 거잖아요. 그 문건들은 어떤 문건들입니까?

▶ SBS 김기태 기자:

사실 문건 내용이 워낙 많아서 지금 저희도 열심히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먼저 확인한 내용부터 설명을 드리면. 지난 25일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인용된 파일들입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확보한 파일들인데요. 특별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했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174개 문건을 보고서에 인용하는 형식으로 제한적으로만 공개를 했고. 이 과정에서 재판 독립 침해 우려가 없는 236개 문건은 보고서에 내용을 담지도 않았고, 또 파일 이름이나 암호가 설정됐는지 여부만 별첨자료 형식으로 공개를 했는데. 당시 보고서에 인용됐던 파일들 위주로 공개가 된 겁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들을 문제 법관으로 지목해서 감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하려 한 내용이나 심지어 특정 판사의 재산 상황을 파악하고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같은 법원 내 특정 모임의 동향 등을 분석하는 내용도 있고요. 또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많이 지적됐던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청와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서 특별조사단의 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았던 문건도 있다고 하는데요.

▶ SBS 김기태 기자:

예. 언론에서 의혹 제기한 주요 문서 5개와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조사했다는 이유로 특별조사단 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은 문서 3개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몇 가지 소개를 해드리면. 우선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이런 어려운 이름의 문건이 있습니다.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홍보 효과를 위해서 재판부를 어디에 맡길지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특히 특별재판부나 수석재판부와 같은 특정 재판부에 맡기는 방안을 위해서 사무 분담까지 바꿔야 한다. 이런 제안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청와대를 뜻하는 BH,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이라는 문건도 있는데요. 상고심 판사를 임명할 때 청와대가 사실상 임명권을 행사하면서도 외견적 겉으로는 사법부 독립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인데요. 이런 내용 역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문건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를 해 드리면 ‘VIP 보고서’라는 제목도 있습니다. 아마 VIP는 박근혜 대통령을 뜻하는 것일 텐데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도입하려 했던 게 상고법원입니다. 이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게 대법관을 늘리자는 것이었는데. 이 논리가 민변과 같은 진보 세력이 대법원 입성을 노리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논리를 세우면서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의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 거래. 이게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의혹만 갖고는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진실을 찾아낸다는 게 쉽지가 않은 분위기인 것 같은데. 취재 기자로서 현장에 가면 어떻습니까?

▶ SBS 김기태 기자:

사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재판 거래라는 게 조사단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내용이 문건을 통해 발견됐고 또 실제로 그 문건 내용대로 재판이 마무리된 결과까지는 나와있단 말이죠. 그런데 실제로 이 수사를 통해서 입증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상고법원 도입 목적으로 재판을 거래했다. 이런 진술이 나온다던가.

▷ 김성준/진행자:

본인의 진술이 나와야죠. 관계자의.

▶ SBS 김기태 기자:

그렇죠. 아니면 그러한 대화가 오간 녹취가 있다던가. 실제로 누가 그런 거래를 지시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이 나온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물증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입증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또 수사를 통해 그런 부분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법원 내부에서든 안팎에서든 방해하는 세력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요. 만일 검찰이든 어디든 본격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이 재판 거래를 완전히 입증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지금 각급 법원마다 판사들이 입장을 내고있는 것 같은데. 입장들이 엇갈립니까 아니면 일관된 입장이 있습니까?

▶ SBS 김기태 기자:

엇갈리는 분위기입니다. 오늘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를 비롯해서 전국 각급 법원회의가,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요. 우선 전국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어제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이렇게 의결을 했습니다. 또 서울가정법원에서도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사들이 목소리를 냈고요. 마찬가지로 인천지법 단독판사들도 수사 의뢰를 통해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이렇게 많은 젊은 판사들은 수사를 해야 한다, 이런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장판사들이 잇따라 수사를 촉구하는 모양새 때문에 고위 법관들도 자체 회의는 나선 상태인데요. 판사 경력 15년차 이상으로 부장판사급이 대부분인 서울고법판사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정도 입장을 내놨는데요. 결론적으로 수사 촉구 안건은 부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도 어제 두 차례 회의를 하고 오늘 오전에 또 회의를 했는데요. 의사정족수 미달이 됐습니다. 정족수가 미달됐다는 것은, 불참한 판사들이 많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 안건 자체를 논의하고 싶지 않다. 이런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고 볼 수도 있고요. 또 의사정족수 미달 때문에 간담회로 대체했는데. 그 내용 자체가 공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소장판사들은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견판사들은 수사 촉구에 신중론을 펴고 있기 때문에 법원 내에서도 시각차는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무래도 연조가 높은 판사일수록 이 사법부의 문제에 검찰이 수사하러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좀 어떻게든 너무 파장이 크게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든 김명수 대법원장은 가감 없이 이런 입장들을 들은 다음에 후속 대책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금 며칠 전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게 조목조목 재판 거래니 이런 것은 없었다는 거잖아요.

▶ SBS 김기태 기자:

예. 그렇다 보니까 재판 거래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밝힌 것처럼 재판 거래는 전혀 없었다, 이런 입장이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이 재발 방지책 마련이 우선이 아니냐. 이런 주장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전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김 대법원장이 고민이 굉장히 큰 상황입니다. 일례로 이런 게 있는데요. 김 대법원장이 오는 7일로 예정됐던 상반기 대법관 워크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이 워크숍이 오는 8월에 퇴임하는 고영한, 김신, 김창석 대법관의 환송식을 겸한 자리였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사이의 갈등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 이런 의혹까지 제기한 상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대법관들은 대부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있던 대법관들일 테니까요.

▶ SBS 김기태 기자:

그렇습니다. 또 특히 퇴임을 앞둔 대법관 중에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대법관이 있습니다. 만일 김 대법원장이 형사 조치를 결정하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분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오늘 아침 출근길에 나는 대법관들과 의견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사태를 지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는데.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김 대법원장의 고민이 상당히 깊은 것으로 보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사법부 전체가 뒤숭숭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 SBS 김기태 기자: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SBS 김기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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