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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박원순 vs 김문수' 미세먼지 논쟁…누구 말이 맞나?

[사실은] '박원순 vs 김문수' 미세먼지 논쟁…누구 말이 맞나?
[2018 국민의 선택]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어제(5월 30일) KBS가 중계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의 미세먼지 현황과 대책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현안을 얘기하다가도, 토론은 곧 미세먼지로 돌아왔습니다. 팩트 여부를 떠나,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그래프를 효율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토론에서는 후보가 들고 나올 수 있는 표나 사진을 3개로 제한했는데, 그걸 들고 있는 시간에 제한을 두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일 때 미세먼지가 올라갔다는 내용의 그래프를 15분 가까이 들고 있었습니다. 방송 토론에서는 대단히 긴, 무려 15분 동안, 김 후보는 본인의 주장을 서울시 유권자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시켰습니다. 이제 그래프 내용을 따져보겠습니다.
[사실은] '박원순 vs 김문수' 미세먼지 논쟁…누구 말이 맞나?
● 김문수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미세먼지 농도 나빠졌다."
팩트키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박원순 시장 시절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졌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박원순 후보는 연합뉴스의 팩트체크 기사를 확인해보라고 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김 후보가 들고 나온 그래프의 출처는 국립환경과학원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매년 '대기환경연보'라는 두꺼운 보고서를 내는데, 그 안에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데이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나온 '대기환경연보 2016'을 확인해 보니, 김 후보가 데이터를 정확하게 인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서울시의 PM-10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41㎍/㎥에서 2016년 48㎍/㎥로 올라갔습니다. 박원순 시장 시절, PM-10 미세먼지 농도는 악화됐습니다.
[사실은] '박원순 vs 김문수' 미세먼지 논쟁…누구 말이 맞나?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대기환경연보 2016'에 수록된 원래 그래프, 즉 환경과학원에서 작성한 위 그래프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등락이 심하지 않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인 세로축을 0에서 120까지 놓고 그래프를 그렸기 때문이고, 김문수 후보 측은 등락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세로축을 35에서 65로 제한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환경연보에 실린 원래 그래프에서 오른쪽 빨간 박스를 쳐놓은 구간을 김문수 후보 측이 자체적으로 재가공해 만든 그래프로 보입니다. 김 후보가 들고 나온 그래프를 보면 박원순 시장 시절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느낌을 주지만, 실제 상승한 농도는 2012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7㎍/㎥ 입니다. 오세훈 시장 시절의 농도 하락폭은 20㎍/㎥였습니다. 물론 1㎍/㎥의 농도 차이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박원순 "과거보다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크게 나빠진 것도 아니다."

박원순 후보는 연합뉴스가 팩트체크 기사를 보도했다고 하면서 미세먼지가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2017년 서울시 미세먼지(PM10) 연 평균 농도는 43㎍/㎥로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47㎍/㎥)보다 낮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취임 초보다 공기 질이 나아졌으니까, 박원순 후보의 미세먼지 정책을 실패작으로 규정짓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보도 내용입니다.

박원순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국립환경과학원의 같은 데이터를 인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비교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2011년' 연 평균 농도 47과 비교해 실패작은 아니라고 한 보도를 인용한 것이고, 김문수 후보는 '2012년' 연 평균 농도 41을 기준으로 삼아 "박원순 시장 임기 중에 올랐다"고 한 겁니다. 박원순 시장의 취임 날짜는 2011년 10월 27일입니다. 2011년 연 평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박 후보의 말처럼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만, 김문수 후보 측은 2011년 말에 취임한 것이니, 2012년 연 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기환경연보 2016'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미세먼지 추이도 집계돼 있습니다. 김 후보는 서울 측정치를 언급했지만, 서울 공기-인천 공기-경기도 공기가 명확히 나뉘지 않는 만큼, 다른 행정구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후보 측이 제작한 그래프 선에서, 취재진이 두 구간을 빨갛게 표시했는데, 하나는 2012년에서 2013년 구간입니다.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가 4㎍/㎥ 올랐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다른 7개 지역(인천,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니, 모두 상승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상승폭은 부산이 6㎍/㎥으로 가장 컸고, 울산이 1㎍/㎥으로 가장 작았습니다. 즉 2013년에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간 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사실은] '박원순 vs 김문수' 미세먼지 논쟁…누구 말이 맞나?
김 후보 측 그래프에서 빨갛게 표시한 다른 구간 하나는 2015년에서 2016년입니다. 이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3㎍/㎥ 올라갔습니다. 2013년 상승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면, 2016년은 다릅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7개 지역 모두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지거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락폭은 ㎍/㎥ 기준으로, 인천 4, 부산 2, 대구 3, 광주 3, 대전 2, 울산 3이었고, 경기는 동일했습니다. 유독 서울만 3㎍/㎥ 상승했습니다. 만일 김문수 후보가 좀 더 정교하게, 2016년에 서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울만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느냐고 박 후보에게 질문했다면 답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PM 10과 PM 2.5가 동시에 상승,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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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의 미세먼지 논쟁은 'PM 10'을 놓고 오간 것이고, 입자가 훨씬 더 작은 PM 2.5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보겠습니다. 역시 2016년, 서울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대기환경연보에서 PM 2.5 측정치는 2015년부터 집계된 걸로 나옵니다. 주요 도시의 PM 2.5 연 평균 농도를 보면, 서울과 부산만 올라갔고 나머지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은 농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2016년 서울은 PM 10과 함께 PM 2.5의 농도도 함께 올라간 도시입니다. 그래프 방향이 다른 주요 도시와 다르게 움직인다면, 거기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어떤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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