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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추행 대책위 권고 무시하다 고발 부른 검찰

[취재파일] 성추행 대책위 권고 무시하다 고발 부른 검찰
2015년 후배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전직 검사 A씨. SBS는 친고죄 폐지 이후 발생해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수사 대상인 해당 사건이 수사는 물론 감찰도 없이 종결된 사실을 고발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녹음된 녹취 파일이 사라진 점, 가해자인 전직 검사 A씨는 조사를 받지 않은 점, A씨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점과 함께 A씨가 소위 검찰 로열패밀리라는 점은 2015년 당시 검찰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의 배경이었다. ([취재파일] 검사 성폭력 사실 알고도 덮은 검찰…윗선 개입했나?)

SBS 보도 이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당시 대검 감찰라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권고했다. 전직 검사 A씨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지 않은 이유와 중요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녹취 파일이 사라진 경위에 대해 진상 파악을 넘어 필요하다면 수사까지 하라는 것이었다.
여가부 친고죄 보도자료 1
여가부 친고죄 보도자료

● 법무부 대책위의 수사 권고…묵살한 검찰

대책위가 공개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지난 2월 대책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유일한 일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중대하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수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대검은 대책위의 수사 촉구 당시 뒷짐을 졌다. 당시 활동 중이던 성추행 조사단에게 사실 관계 파악 등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대검이 성추행 조사단이 관련 사안을 맡긴 것은 '셀프조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일견 타당한 조치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선의였을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조사를 맡긴 곳이 다른 아닌 ‘성추행 조사단’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전직 검찰총장과 검사장급이 연관될 수밖에 없는 사안을 '능력도, 의지도, 공정성도 없어' 3무(無) 수사단이란 비판을 받은 성추행 조사단이 맡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실제로 성추행 조사단은 관련한 수사 결과를 아무것도 내놓지 못 했다.

대검의 조치를 선의로 보기 힘든 것은 성추행 조사단 해체 이후의 대검의 행태 때문이다. 지난 4월 26일 성추행 조사단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이후 전직 검사 A씨에 대한 감찰 문제를 조사할 주체는 대검이 됐다. 공을 넘겨받은 대검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이와 관련해 대검 대변인은 “감찰 중인 사안이라 정확히 알지 못 한다”고 말했지만, 현재 대검 감찰본부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검이 대책위의 권고를 대놓고 묵살한 셈이다. 대검의 묵살 속에 2015년 당시 대검 감찰본부 검사들에 대한 징계시효는 이미 지나버렸다. 지금부터 감찰을 진행한다고 해도 당사자를 ‘징계’할 수 없으니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명분이 생긴 것이다.

● 감찰 사무감사와 고발…의혹은 해소될까?

그럼 전직 검사 A씨와 관련된 2015년 대검의 수상한 행적은 의혹으로만 묻히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현재 두 갈래로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대책위는 130여 건의 감찰결과를 검증하고 있고, 임은정 검사의 고발로 2015년 당시 대검 수뇌부와 감찰라인에 대한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임 검사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관련자들을 고발했는데, 각각 공소시효가 7년과 5년으로 시효는 충분히 남아있다.

물론, 불안감은 있다. 전직 검사 A씨 사건과 관련해 대검은 2015년 당시 감찰조사가 아닌 진상조사만 했다고 밝힌 만큼, 대책위가 검토하고 있는 감찰결과 서류에 A씨 관련 건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 임 검사 고발건의 수사 주체는 검찰이라는 것도 한계다. 현재 대검이 사건을 묵살하고 있는데, 일선 검찰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

임 검사의 고발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과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검찰에 해가 될 사안은 왜 다시 끄집어내서 분란을 일으키려하냐는 비판과 돈키호테처럼 왜 또 다시 나서냐는 비아냥이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적폐를 스스로 교정할 기회를 차 버린 것은 검찰 스스로다. 그리고 여러 돈키호테 덕분이 사회는, 그리고 조직은 조금씩 발전해 왔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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