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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함께 달린 '남과 북'…한국 육상 간판 김국영과 북한 샛별 조금령

북한 육상 트랙에 샛별이 떠올랐습니다. 이름은 조금령. 1999년생으로 19살. 대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조금령은 어제(25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오픈 국제 육상경기대회 100m에 참가해 10초 75를 기록했습니다. 초속 2.6m의 뒷바람을 받아 공인되지 않았지만 대회 조직위에 등록된 자신의 최고 기록 10초 90보다 빨랐습니다.
타이완 오픈에 참가한 조금령 선수는 밝은 표정으로 관중을 향해 인사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예선 상위 8명이 결선에 진출하고 차순위 8명이 9~16위전에 나서는데, 조금령은 17위로 100분의 1초차이로 순위결정전 진출 기회를 놓쳤습니다.

4조의 조금령에 이어 6조에서 예선 경기를 펼친 김국영은 10초 35(+0.2m/s)의 기록으로 결선에 올랐습니다. 결선에선 10초 40으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0초 07의 한국 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은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9초 대 진입을 목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김국영은 대만 오픈 예선에서 10초 35의 기록으로 결선에 올랐습니다.
기록과 순위를 떠나 기억할만한 날입니다. 남과 북의 단거리 선수가 국제 대회에서 경쟁을 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 베일에 싸인 북한 단거리 육상

그동안 북한 단거리 선수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1985년 자카르타에서 세운 200m 한국 기록을 여전히 보유 중인 장재근 SBS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조금령 이전에 북한 단거리 선수를 국제대회에서 본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홈페이지에 등록된 선수 명단을 봐도 그렇습니다. 명단에 오른 북한 남자 선수는 16명으로 모두 마라톤 및 장거리 종목 선수입니다. 장재근 위원은 "단거리 종목 선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토대로 장기간 섬세하게 육성해야한다"며 "그동안 북한엔 단거리 종목 지도자와 육성 노하우가 부족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 뒤 북한에 기술을 전해줄 곳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100m 최고 기록도 분명치 않습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연감에는 1991년 유종림이 평양에서 세운 10초 60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공인 기록은 아닙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연감에 표시된 북한의 100m 최고 기록.
10초 6대 기록은 한국 기록 변천사에서 찾기 힘든 기록입니다. 수동으로 재던 일제강점기, 김유택이 조선-관서 학생대항전에서 세운 10초 5보다 늦습니다. 전자 계시가 시작되고는 1979년 서말구가 10초 34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이 남한보다 몇 년 뒤졌다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 혜성 같이 등장한 조금령

조금령은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국제연맹이 발행한 실내경기 연감에 따르면 조금령은 18살이던 지난해 8월 24일 평양에서 60m를 6초 7에 달려 북한 기록 보유자가 된 것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100분의 1초 단위 표기가 돼 있지 않은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데다 공인 기록도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 육상계가 새 기록을 국제연맹에 제공해 수정을 요구한 자체만으로도 조금령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부문 한국 기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내 비슷한 기록의 선수와 비교해 조금령 선수의 잠재력을 내다볼 수는 있습니다. 60m 6초 74의 기록을 보유한 조규원 선수의 100m 최고 기록은 10초 53. 비공인 기록은 10초 46입니다. 조금령의 60m 기록이 사실이라면 100m 10초 4대 진입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 당돌한 조금령, "한 수 가르쳐 주세요."

김국영과 조금령은 경기에 하루 앞서 조직위가 마련한 만찬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8살 어린 조금령 선수가 먼저 김국영에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더니 마치 오래 알고 지낸 형에게 대하듯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하더랍니다.
김국영과 조금령. (출처:김국영 선수 페이스북)
두 사람은 주스를 채운 잔을 주고받으며 한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탁구나 체조, 여자 축구처럼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는 종목의 경우 남과 북 선수들이 대회가 끝난 뒤 서서히 친분을 쌓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이렇게 첫 만남부터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경우는 드뭅니다. 김국영은 “첫 인상이 아주 좋았다. 성격이 씩씩하고 당찼다”고 말했습니다. 샛별처럼 등장한 조금령 선수와 한국 단거리 간판 김국영 선수는 8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재회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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