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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축구의 나라, 메시의 나라,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러시아 월드컵 참가국 분석 : D조 아르헨티나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축구의 나라, 메시의 나라,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아르헨티나의 한 축구 클럽 천장을 장식한 '천지창조' 패러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한 축구 클럽의 천장에 그린 그림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역작 '천지창조'를 패러디 한 이 천장화는 월드컵 제패의 노하우(?)가 있는 '축구의 신' 마라도나의 기운이 메시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축구가 종교이고, 그라운드가 성전인 아르헨티나에서 메시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상상 이상입니다.
▲ 2005년 20세 이하 월드컵 브라질과 준결승전에서 그림 같은 중거리 골을 터뜨린 메시

● 화려하게 등장한 축구 천재 메시

국제무대 데뷔부터 남달랐습니다. 메시는 18살 때인 2005년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6골을 몰아쳐 득점왕에 오르며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고, 3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디 마리아, 아구에로 등과 같이 팀 내 최다 골(2골)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2004년부터 14시즌 동안 뛰면서 9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클럽 월드컵 3회 우승 등 32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발롱도르 5회 수상, 라리가 MVP 6회, 득점왕 4회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개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이력을 써가고 있는 축구 스타도 월드컵 얘기가 나오면 작아집니다.
브라질 월드컵 MVP에 오르고도 굳은 표정의 리오넬 메시
● 메시의 월드컵 잔혹사!

19살이던 2006년 아르헨티나를 이끌 차세대 기대주로 처음 월드컵에 나선 메시는 본선 무대에서 데뷔골을 신고했습니다.(메시 1득점, 아르헨티나 8강 진출) 하지만,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이자 팀 내 에이스로 거듭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부담감 탓인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8강전까지 5경기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고, 팀은 8강전에서 독일에 4대 0으로 대패를 당하며 2회 연속 8강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남아공에서의 아픔을 되새기며 칼을 간 메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16강전부터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특유의 화려한 개인기로 경기를 지배하며 아르헨티나를 24년 만에 결승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4년 전에 이어 또 한 번 전차군단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메시의 날카로운 왼발 슛은 독일 노이어 골키퍼를 뚫지 못했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 끝에 1대 0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경기 MVP에 4차례나 오른 메시는 대회 MVP의 영예도 얻었지만 시상식 내내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악몽 같은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습니다. 2015년과 2016년, 2회 연속 남미 선수권 결승에 올랐지만 2번 모두 칠레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습니다. 특히, 2016년 대회 결승에서 승부차기 실축을 한 메시는 대회가 끝난 뒤 충격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 은퇴를 만류하고 전 국민이 메시의 대표팀 복귀 캠페인을 펼친 끝에 마음을 되돌렸지만, 메시의 은퇴 선언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대변해줬습니다.
▲ 아르헨티나의 러시아행을 결정한 메시의 에콰도르전 해트트릭

● 험난했던 Road to Russia! 그래도 3전 4기 기회는 잡았다!

은퇴를 철회한 메시는 러시아 월드컵을 생각하며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맸고, 복귀전인 우루과이와 남미예선 7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메시가 부상으로 빠진 3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1승도 거두지 못했고, 메시가 다시 돌아온 브라질 원정에서도 패하면서 6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위기에서 메시가 다시 힘을 냈습니다. 콜롬비아와 12차전에서 1골에 도움 2개로 3대 0 완승을 이끌었고, 칠레와 홈 13차전에서도 결승 페널티킥을 성공해 2연승을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메시는 칠레와 경기에서 심판에게 욕을 했다는 혐의로 볼리비아전 직전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메시가 빠진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 원정에서 충격적인 2대 0 패배를 당했습니다. 곧바로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FIFA에 항소했고, FIFA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징계를 취소해 메시는 다음 경기부터 출전할 수 있었지만, 한 번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쉽게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페루와 치른 15~17차전 3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남미 예선 마지막 1경기를 남겨 놓을 때까지 6위에 머물렀습니다.

마지막 에콰도르 원정에서 이기지 못할 경우 본선행이 좌절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몰렸는데, 여기서 메시가 슈퍼스타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메시는 적지에서 보란 듯이 펄펄 날아다니며 3골을 몰아쳐 3대 1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메시의 원맨쇼로 아르헨티나는 단숨에 3계단을 뛰어올라 3위가 됐고, 1974년부터 12회 연속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습니다.

● 원맨쇼에 지치는 메시…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메시가 건재함을 알리며 극적으로 본선에 올랐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약점을 또 한 번 드러냈습니다. 최종 예선 18경기 중 메시가 뛴 10경기에서는 6승 3무 1패로 단 한 번 패했지만, 메시가 없는 8경기에서는 1승 4무 3패로 단 한 번만 이겼습니다. 최종 예선의 절반 정도 출전한 메시가 팀 내 최다인 7골을 기록했고, 다른 선수들 가운데 최다 득점은 2골에 불과했습니다. 메시가 다치거나 집중 마크를 당할 경우 대책이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최근 3시즌 동안 68골을 기록한 젊은 에이스 디발라(24세)
그렇다고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메시 이외에 공격수가 없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차고도 넘칩니다. 올 시즌 세리에A 득점왕에 오른 마우로 이카르디(29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4년 연속 +20골을 기록한 세르히오 아구에로,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젊은 에이스 파울로 디발라(17-18시즌 26골), 올해 프랑스 FA컵 득점왕 앙헬 디마리아 등 세계적인 공격 자원들이 메시의 동료입니다. 문제는 공존입니다. 메시를 중심으로 뛰어난 재능들을 하나로 묶어 줄 조직력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몇 차례나 감독을 바꿔도 제대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공격에 비해 수비는 자원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골문을 든든히 지켜 줄 수문장 세르히오 로메로는 부상으로 낙마했습니다. 화려한 공격진이 모두 빛을 발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니콜라스 오타멘디, 가브리엘 메르카도 등 30대의 수비수들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이번에도 비운의 아이콘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정한 축구의 신이 되기에 단 하나(메이저 트로피)가 부족한 메시가 러시아에서 마지막 1%를 채울 수 있을지…. 다음번 천지창조 패러디 그림에는 메시가 마라도나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팬들이 궁금해하는 결과를 확인할 순간이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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