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갑자기 추워진 날 공사장서 사망…업무상 재해"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 원인을 알 수 없이 쓰러져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오늘(23일) 사망한 일용직 노동자 유족 박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지급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사망 당일 전날보다 체감온도가 10도 이상 저하된 상태에서 고층 건물 외부의 강한 바람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별다른 휴식시간 없이 작업을 계속한 사정이 인정된다"며 "이같은 사정은 고인의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씨의 남편 윤 모 씨는 2015년 12월 16일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이날 공사현장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3도로, 전날에 비해 체감온도가 10도 이상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듬해 4월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자 박 씨가 소송을 냈습니다.

1, 2심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고인이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단의 결정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망할 무렵 근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가중된 작업 강도가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