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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반도 훈풍에 '국방개혁 시계'는 멈추고…

[취재파일] 한반도 훈풍에 '국방개혁 시계'는 멈추고…
국방개혁 2.0 시계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국방개혁 2.0은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강한 군대 건설'을 비전으로 앞세우고 '싸워서 이기는 군대 육성'을 목표로 삼은 새 정부의 새 군대 구상입니다. 북핵 위협 억제 및 대응 능력 확보와 새로운 즉 공세적 작전수행개념 구현을 위한 군 구조 개편, 국민의 눈 높이에 맞는 병영문화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는데 한반도를 감싸고 부는 훈풍에 일단 정지, 더 나아가 방향 전환 태세로 접어드는 모양새입니다.

국방개혁 2.0에서 국민들이 체감도 높은 분야는 병사 복무기간 단축입니다. 군인들 최고 관심사는 장성 수 감축입니다.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체제인 3축 체계의 공세적 구축이었습니다.

국방부가 밝혔던 당초 계획은 지난 11일 대통령 보고를 마친 뒤 대부분의 윤곽을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야무야 공개는 없던 일이 돼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보고도 대통령과 군 지휘부가 의견을 주고 받는 토론의 장이지 국방개혁 2.0을 확정하는 절차는 아니라고 국방부가 살짝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북한 비핵화를 하면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 추진 방향이 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한다는데 북한 미사일을 선제 타격 및 요격하고 북한 지휘부를 응징보복하는 3축 체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북한이 비핵화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3축 체계 구축이 지체된다는 비판이 비등했는데 국방개혁 2.0이 정체되는 만큼 또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셈입니다. 국방개혁 2.0은 이전보다 강력한 3축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었는데 방어적으로 개악(downgrade)할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군은 양 갈래 길에서 결심을 못하고 헤매는 모양새입니다. 남북미가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며 티격태격 시간을 끌면 국방개혁 2.0은 그만큼 표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까지는 북한이 아무리 생떼를 써도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을 끌고갈 공산이 큽니다. 질이야 어찌됐든 훈풍은 최소 11월까지 불테고 국방개혁 2.0은 그동안 변질되기 십상입니다. 이쯤해서 국방개혁 2.0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겠습니다.

● 일약 부각된 '전방 18개월-후방 21개월' 안

먼저 병사 복무기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복무기간 단축은 대통령들의 단골 대선 공약이지만 실천이 매번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꼭 18개월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힙니다.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정 수는 급속히 줄어드는데 복무기간마저 줄이면 이른바 티오(TO)조차 못 맞춘다는 논리입니다. 정부는 병력 규모를 50만으로 줄여서 티오를 맞춰 보겠다는 계산입니다.

18개월이란 기간은 옛적 '방위'의 복무기간입니다. 장정이 입대해서 병사로서 전투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는 간부를 많이 충원해서 전문적인 전투력으로 대처하겠다고 하는데 인건비가 걱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육군에서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습니다. 직위별 차등 선택 복무제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약에 따라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되, 특정 직위를 선택하면 21개월 복무하는 식입니다. 특정 직위에는 병역특례를 대체할 사회전문 직위, 군악·어학 같은 전문특기 직위, 중장비·통신 자격증 소지자 등 기술행정 직위, 도심·후방·교육·지원 등 부대별 직위가 포함됩니다.

이런 특정 직위 병사는 21개월 복무하고 나머지 병사는 18개월 복무하는 식인데 결과적으로 전문 특기 병사와 후방 근무 병사는 21개월을, 전방 경계와 전투부대 병사들은 18개월을 복무하게 됩니다. 이 아이디어가 지난 11일 대통령 보고 때 문 대통령의 관심을 받았다는 전언입니다.

대통령 보고 전에는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유력한 방안이 됐습니다. 육군은 곧 한국국방연구원 KIDA에 직위별 차등 선택 복무제의 구체적 실행방안 연구를 맡길 계획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조직 특성 상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면 그냥 넘길 수 없다”며 “별 생각 없던 안이 유력 안으로 되살아났다”고 촌평했습니다.

국방부와 각 군의 신경전이 치열한 부문은 장성 수 감축입니다. 국방부는 많이 줄이려고 애쓰고 있고 각 군은 별 한자리라도 지키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100명 이상을 감축할 참이었는데 각 군의 반발로 하나둘씩 살아나더니 현재는 70명선 안팎 감축설(說)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 3축 체계와 전작권의 운명은
3축 체계의 '펀치' 현무2 탄도미사일
국방개혁 2.0의 하이라이트는 3축 체계의 공세적 구축과 전작권 전환이었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의 지론인 공세적 강군론에 따라 3축 체계가 보다 공격적으로 탈바꿈하는 내용이 국방개혁 2.0에 포함됐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량 보복 응징 KMPR을 KMPR 플러스로 강화하는 방안이었습니다. 탄도미사일과 공대지 미사일, 특공 전력을 대폭 증강해 북한 핵심 지역에 대한 공격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게 KMPR 플러스입니다.

요즘 남북미 정세에 맞춰 KMPR 플러스는 사장되는 것 같습니다. 3축의 나머지 2축, 즉 한국형 미사일 방어 KAMD와 킬 체인(Kill Chain)도 보다 방어적으로 구축하는 게 군의 화두가 됐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상정하고 전작권의 환수 시기도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하거나, 임기 내에 환수 시기를 못 박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전작권 환수의 핵심 조건인 3축 체계를 방어적으로 완화하면 3축 체계 구축이 쉬워진다”며 “이에 따라 전작권도 일찍 환수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북한 비핵화가 시간만 끌다가 무산됐을 경우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 준비가 꼬이게 됩니다. 국방개혁 2.0 즉 새 정부의 안보 구조가 제 자리 못찾고 헛돌게 됩니다. 한반도 훈풍에 안보 능력을 성급히 완화했다가 삭풍이 불면 뒷감당 어려워 지는 겁니다. 청와대의 지침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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