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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페이 미투 ① - 2017년 여성 연봉은 남성보다 1,584만 원이나 적었다

[마부작침] 페이 미투 ① - 2017년 여성 연봉은 남성보다 1,584만 원이나 적었다
페이(Pay)

일하는, 또는 일하고 싶은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노동의 대가를, 또는 기회를 제대로 받고 있는가?' 비정규직·청년실업·장시간 노동·채용비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노동 분야 숙제들도 같은 맥락의 의문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미투(Me Too)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따라 울려퍼지는 이 목소리들은 성(性)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아리다. 당신의 성이 무엇이든, '성 때문에 차별받거나 폭력의 대상이 돼선 안되며, 차별과 폭력에 함께 맞서겠다'는 것이다.

페이 미투(Pay Me Too)

누군가는 매일 경험하고, 누군가는 매일 목격하지만, 침묵과 방관 속에서 이렇다할 폭로도, 이렇다할 저항도 없이 잠잠히 덮여 있는 문제가 있다. 이를 거론하면 본질에서 벗어나 성(性)대결로 번지기도 하는 문제, 바로 '남녀간 임금 불평등'이다. 대기업 횡포·불공정 거래·기업 오너 갑질처럼 '인권·정의·평등에 반(反)하는 문제'인데도 아직 '페이 미투'의 목소리는 작다.

2018년 4월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인구는 51,790,131명으로 여성이 25,932,168명, 남성이 25,857,963명이다.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는 말은 남녀 인구의 수(數)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그 역할에 따른 대가는 공평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남녀간 임금 격차 즉, '페이갭(Pay Gap)'은 어느 정도일까? 성차별적 채용·승진, 독박 육아 같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성차별이 응축한 결과물, 이 '페이갭'의 실태를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4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대한민국 2,441개 기업과 352개 공공기관의 페이갭 실태를 최초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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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기준" data-captionyn="N" id="i201186485"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528/201186485_1280.jpg" style="float:left; margin:20px 20px 20px 0px">

(※ 편집자주(註): <마부작침>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2,590개(4,313개 사업 부문) 기업의 사업보고서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ALIO)에 등록된 353개 공공기관의 경영보고서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임금이 명백히 잘못 기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29개, 직원이 전부 남성 또는 여성만 있는 기업 120개 등 149개 기업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결국, 분석 대상에 포함된 건 2,441개 기업(직원 183만 명)과 올해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된 1곳을 제외한 352개 공공기관(직원 32만 명)이다. 기업의 임직원 가운데 임원은 분석 자료가 없어 제외하고 직원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페이갭을 기업들의 남녀 임금 평균으로 분석할 경우, 특정기업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축소 또는 과장 해석이 가능하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크다. 때문에 전체 기업의 남녀 임금을 크기 순으로 나열한 뒤 가장 가운데있는 중앙값(중위 임금)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페이갭 수치를 산정할 때, 남성과 여성의 중위 임금 차이로 분석하는데, <마부작침>도 OECD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페이갭 계산 방법


●2,441개 기업의 2017년 남녀 직원간 연봉 격차 "여성이 남성보다 1,584만 원 더 적었다"
 
<마부작침>이 우리나라 2,441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우리나라 기업 남성 직원의 연봉은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여성 직원은 3,416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여성이 남성보다 1,584만 원이나 적게 받은 것으로, 페이갭은 31.7%나 됐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이 100만 원을 벌었다고 했을 때, 여성은 남성의 68.3%(=100%- 31.7%)인 68만 3천 원만 벌었다는 뜻이다.

2017년 남녀 임금격차 비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매년 35개 회원국을 포함한 각국의 페이갭 수치를 분석해 발표한다. 분석 대상 국가 가운데 대한민국은 2001년부터 16년 연속으로 최하위다. OECD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16년 페이갭'에서도 한국은 무려 36.7%. 전체 38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인 38위였다.

(※ 편집자주: OECD와 <마부작침>의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이는 분석 연도, 분석 대상이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마부작침 분석 결과(31.7%)를 OECD 순위에 적용하더라도 한국은 여전히 최하위다. 'OECD 2016 페이갭'에서 1위는 코스타리카로 1.8%였으며, 37위인 에스토니아는 28.3%였다.)
 
●17개 산업 중 건설업 45%, 금융업 40%...페이갭 가장 '심각'
 
페이갭은 산업별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전체 산업을 통틀어 31.7%의 격차를 보였지만, 세부 업종을 들여다 보면, 업종별 수치는 전체와 상당히 달랐다. <마부작침>은 통계청 기준에 따라 '21개 산업 대분류-77개 산업 중분류' 기준으로 2,441개 기업을 분류해서 별도로 분석했다. 2,441개 기업은 다시 대분류로는 17개 산업군으로, 중분류로는 64개 산업군으로 나눌 수 있었다 (※편집자주: 공공행정 등 4개 산업군(대분류)에 속한 기업은 없었음.)
 
17개 산업군(대분류) 페이갭

※ 개별 기업 페이갭 현황, 그래픽 등 더욱 상세한 내용은 (http://mabu.newscloud.sbs.co.kr/2018paymetoo_1)에 접속하면 볼 수 있습니다.
 


대분류 17개 산업군 중 가장 높은 페이갭을 보인 업종은 건설업이다. 2,441개 전체 기업 중 건설업으로 분류된 회사는 모두 84개로, 이들 회사의 페이갭은 45.2%나 됐다. 지난해 건설업 남성 직원의 연봉은 6,200만 원이었는데, 여성은 3,400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2,800만 원(페이갭 45.2%)이나 덜 받는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다음이 수도·하수·폐기물처리업종(6개 기업)으로 페이갭은 41.3%였고, 금융 및 보험업종(210개 기업)의 페이갭은 39.3%로 그 뒤를 이었다.

페이갭이 가장 낮은 산업군, 다시 말해 남녀간 임금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군은 교육 서비스업(15개 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서비스업 남성 직원은 2017년에 4,300만 원을 벌었는데, 여성은 3,400만 원을 받아갔다. 연간 900만 원(페이갭 20.9%)의 임금격차로, 다른 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역시 남성이 더 많이 받는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 교육 서비스업 다음으로 페이갭이 낮은 산업은 '예술 스포츠 및 여가 서비스업(35개 기업)'으로 25.6%였다.
 
●"여성 직원이 더 많아도, 여성 임금은 더 적다"
 
페이갭을 두고 일각에선 노동시장에서 여성 비중이 낮기 때문에 당연히 적게 받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적으니 상대적으로 고위직도 더 적고, 따라서 임금도 더 적은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틀린 경우가 많았다.

<마부작침>이 확인한 2,441개 기업의 직원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남성인 건 사실이다. 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직원의 수는 모두 183만 명. 이들 중 남성은 73.7%(135만여 명), 여성은 26.3%(48만여 명)이다. 여성 직원의 수가 훨씬 적어 남성의 3분의 1 수준이다. 채용시장에서 여성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인데, 더 큰 문제는 페이갭 분석 결과를 보면, 더 두드러진다. 여성 직원이 더 많은 산업에서도, 임금은 남성에게 쏠려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여성 직원이 더 많은 4개 산업

 
17개 산업 중 여성 직원 비중이 더 높은 분야는 '교육 서비스업', '협회 및 단체 기타 개인 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4개 분야다. 이들 4개 산업은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분야지만, 1인당 임금(연봉)은 남성 직원이 더 많은 구조였다.
 
여성 직원의 수가 남성보다 두 배 더 많은 교육 서비스업의 페이갭은 앞서 언급했듯 20.9%로 분석됐다, 여성 비중이 64%에 육박하는 개인 서비스업의 페이갭도 32.4%다. 지난해 남성이 3,400만 원을 받을 동안 여성은 1,100만 원(페이갭 32.4%) 더 적은 2,300만 원에 그쳤다. 여성 직원이 훨씬 많은 산업에서도, 여성은 남성 소득의 68%에 그친다는 말이다.
 
● "64개 업종 중 63개 업종서 男이 女보다 더 받아"
 
17개 산업(대분류)을 더 세부적으로 64개 분야(중분류)로 분류해 페이갭을 분석하면,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실상을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중분류 64개 분야 중 가장 높은 페이갭을 기록한 건 '종합 건설업'으로 페이갭이 46%나 된다. 지난해 남성이 6,300만 원을 받을 동안 여성은 3,400만 원을 받는데 그쳤다. 여성이 같은 기간을 일해도 남성보다 2,900만 원(페이갭 46%)을 더 적게 벌었다는 뜻이다. 다음이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으로 페이갭 45.6%다. 남성이 연간 100을 받으면, 여성은 54~55에 그친다는 뜻이다.
 
64개 산업군(중분류) 중 페이갭 40% 이상 산업

 
64개 분야 중 페이갭이 30% 이상인 산업은 42개, 40%이상 산업군도 9개에 달한다. 즉, 65% 이상의 산업군(42개)에서 심각한 남녀 임금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픽에서 볼 수 있듯 금융 및 보험관련 서비스업, 임대업(부동산 제외)부터 음료제조업, 어업, 농업, 우편 및 통신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중분류 64개 산업군 중 여성이 더 많이 받는 업종이 딱 하나 있다. 금속 광업이다. 즉, 나머지 63개 분야에선 남성이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일무이한 여성 우위의 '금속 광업' 역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실상은 착시 현상에 가깝다. 공시 의무를 가진 2,441개 기업 중 '금속 광업(중분류)'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CNK인터내셔널 딱 한 곳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CNK인터내셔널의 남자 직원은 29명, 여성 직원은 3명인데, 이 회사 '유통 사업부문'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한 명의 지난해 연봉(8,000만 원)이 월등히 높아 평균을 높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나머지 여성 2명은 CNK의 '농지개량 사업부문'에서 일하는데 같은 사업부문에 일하는 남성 25명의 평균 연봉은 3,100만 원, 여성 평균 연봉은 1,900만 원으로 페이갭 38%로 나타났다.)
 
●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평가하라"
 
"If she's not paid the same as the men, I'm not doing it."
영화 <어벤져스>의 히어로 중 한명이자, 영화 <닥터스트레인지>로도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여성 배우가 남성 배우와 동일한 출연료를 받지 않는다면, 출연하지 않겠다"는 '페이위드유(Pay With You)' 선언이었다.
 
페이갭을 두고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곳은 영국이다. 국회가 나서 '#페이 미투(#PayMeToo) 운동'도 벌이고 있다. 시발은 영국 BBC 캐리 그레이시 전 편집장이었다. BBC 편집장 중 한 명이었던 그레이시는 화려한 스펙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중국 특파원을 역임하는 등 30년간 BBC에서 근무해 여성 편집장까지 올랐다.
 
BBC가 공개한 자사의 15만 파운드(약 2억 2천만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명단이 남성 일색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녀는 페이갭이 생긴 이유, 즉 어떤 업무차이로 임금차가 발생했는지를 설명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BBC는 설명 대신 큰 폭의 연봉 인상을 제안했지만, 그레이시는 거부했다. "나는 이미 임금을 매우 잘 받고 있지만, BBC가 그저 평등법을 준수하고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평가하길 바란다"며 편집장직에서 사퇴했다. 그의 보직 사퇴는 '영국 페이 미투 운동'의 분수령이 됐다.
 
영국의 페이갭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페이 미투 운동으로까지 확대됐을까. OECD 2016년 페이갭 발표에 따르면, 영국 페이갭은 16.8%, 한국의 절반 이하다. 한국과의 차이는 <마부작침>이 분석한 17개 산업별 페이갭과 영국 가디언지가 지난 4월 보도한 영국 산업별(17개) 페이갭을 비교해보면 더욱 신랄하게 드러난다.
 
영국과 한국의 페이갭 비교

 
그래픽을 보면 영국 역시 남녀 임금격차가 존재하지만, 그나마 페이갭이 '제로(0%)'인 가운데 구간에도 기업들이 다소 모여 있거나, 여성이 더 많이 받는 기업도 적게나마 존재한다. 반면 한국의 기업 대부분은 오른쪽, 즉 절대적으로 남성이 더 많이 받는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 분석 결과만 보면, '페이 미투(#PayMeToo)'는 사실 한국에서 더 먼저 시작됐어야 마땅해 보인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분석가(hyeminan@sbs.co.kr)
디자인 개발: 김그리나
인턴 : 김인곤              

※ 2,441개 기업 및 352개 공공기관 개별 페이갭, 상세 그래픽 등 더욱 자세한 내용은 (http://mabu.newscloud.sbs.co.kr/2018paymetoo_1/)에 접속하면 볼 수 있습니다.  
[마부작침] 페이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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