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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5·18 광주에서 계엄군에 성폭행 당한 여고생 3명…가해자는 어디?

[뉴스pick] 5·18 광주에서 계엄군에 성폭행 당한 여고생 3명…가해자는 어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들의 숨겨진 목소리가 공개됐습니다. 

광주의 한 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오정순 씨는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직접 찾으러 나섰습니다. 몇 시간 후 집으로 돌아온 정순 씨는 그때부터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갑자기 물건을 부수면서 난폭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6년 후, 정순 씨는 결국 스스로 분신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5.18 여고생 성폭행 사건
같은 학교 2학년이었던 권선주 씨도 비슷한 시기에 온몸에 상처를 입고 집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선주 씨의 어머니는 "병원에 가 있는데 막 헛소리를 하면서 얼굴이랑 사방 온 군데가 피로 난장판이 돼 있고, 뭐로 때렸는지 다리도 흉터가 크고 손목도 묶었는지 상처가 있었다. 달라져버린 게 아니라 아주 미쳐버렸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날 이후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선주 씨는 "그때 완전 정신을 잃어버렸다. 아무것도 모른다. 38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갈수록 더 무섭고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지역 고등학생이었던 최혜선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평범하던 여고생 3명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 사건은 1980년 5월 19일과 20일 벌어졌습니다. 바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시기입니다. 푸르던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5.18 여고생 성폭행 사건
정수만 5·18 유족 전 회장은 "5·18 이후 정신분열로 어렵게 생활한 분들이 120여 명 되더라. 고등학생들이라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이 사람들이 왜 정신질환을 앓게 됐는지 궁금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1999년 혜선 씨의 면담 녹음기록에는 "학교에서 일찍 가라고 해서 집까지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 셋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었다. 차로 실려 갔다. 맞고 육체적으로 당해서 정신이 없었다. 첫경험이고 나이도 어리니까 뭐 어떻게 된 건지도 몰랐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제작진이 확보한 혜선 씨의 과거 검찰 진술 내용에는 "군용 화물차 한 대가 와서 군인들이 내려 총을 대면서 차에 타라고 했다. 아줌마들이나 나나 울면서 내려달라고 사정했는데 총을 들이대면서 산속으로 데려갔다. 우리가 반항하자 발로 머리를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해 울면서 당했다. 계엄군의 복장은 얼룩무늬였다"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병원 진찰 기록에도 혜선 씨의 성폭행 피해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정순 씨가 숨지고 2년 뒤 정순 씨의 어머니가 딸이 겪은 일에 대해 경찰에 진술한 내용도 이어졌습니다. 어머니는 "딸의 행동이 이상해 같이 잠을 자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니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며 "'처녀막을 원상회복할 수 있냐'고 물어봐 운동을 심하게 하면 처녀막이 터질 수 있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혜선 씨도, 정순씨의 어머니도 정작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억에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심리전문가 김태경 교수는 "회피 반응이 많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쪽이 가깝다. 5·18이 포함된 사건들이 이전의 삶과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삶의 시작이었던 거다. 이런 일들을 입에 담는 게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5.18 여고생 성폭행 사건
당시 '화려한 휴가'라는 이름의 5·18 작전에는 7공수여단과 11공수여단, 3공수여단 보병 24단이 투입됐습니다. 여고생들의 피해 지역과 함께 분석해본 결과 전문가는 가해자가 7공수여단 33대대 요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11공수여단도 함께 언급됐습니다. 

11공수 부대원 이경남 씨는 "소문이 많았는데 다 알 수 없다. 수천 명의 군인들이 광주 시내에서 흩어져서 진압 작전을 하는데 어떻게 통제가 되냐"고 말했습니다.

또 7공수 부대원이었던 A 씨는 "부녀자를 그랬다는 건 상황상 있을 수가 없다. 트럭으로 이동해서 어느 지점에 내려놓고 완료가 된 트럭을 타고 동시에 이동하는데 개인적으로 떠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 역사에 새겨진 아픈 상흔을 안고 38번째 봄이 돌아왔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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