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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8주년 기념식 빛낸 '푸른 눈의 목격자들'


1980년 5월 고립된 도시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들은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도 빛냈습니다.

18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아놀드 피터슨 목사, 광주 참상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해외 언론에 기고한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 5·18을 가장 먼저 세계에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유가족이 참석했습니다.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라라 피터슨 여사,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는 각각 남편과 함께 항쟁 진실을 기록해 직접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50분간 이어진 기념식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피터슨 여사와 헌틀리 여사는 애국가와 '님을 위한 행진곡'을 시민과 함께 힘차게 불렀습니다.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는 한국어를 할 줄 몰지만 '님을 위한 행진곡' 일부 소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하고 타계한 헌틀리 목사의 아내 마사 헌틀리 여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며 기념사를 낭독했습니다.

헌틀리 여사는 기념사에서 "우리 부부는 광주에서 살았던 17년 동안 광주 시민을 사랑했고 배움을 얻었고 경탄의 마음을 갖게 됐다. 특히 5·18 이후 그 마음은 더 커졌다. 제가 본 5월 광주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광주 시민의 인간애는 뜨거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38년째 아들을 찾아 헤매는 이창현(당시 만 7세) 군의 아버지 사연을 기념공연으로 지켜보며 말없이 눈물을 닦기도 했습니다.

기념식이 끝나고 나서는 망월동 5·18 옛 묘역으로 이동해 힌츠페터 추모비를 함께 참배했습니다.

힌츠페터 추모비 참배에는 '택시운전사' 속 만섭(송강호)의 실제 모델인 김사복 씨의 아들 승필 씨가 동행했습니다.

브람슈테트 여사와 김 씨는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 시사회가 열린 지난 15일 서울에서 만났고, 항쟁 역사현장인 광주에서 두번째 재회했습니다.

나란히 헌화하고 묵념하며 5·18로 운명적인 인연을 맺은 고인들을 기렸습니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참배를 마치고 나서 "제 남편은 '내가 죽으면 5·18 때 희생됐던 대학생들 옆에 묻어달라'고 했다"며 "이렇게 광주에 추모비라도 마련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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