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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증금 7천억 공사비로 다 쓴 건국대, 이거 정말 문제없나요?

[취재파일] 보증금 7천억 공사비로 다 쓴 건국대, 이거 정말 문제없나요?
"임대보증금은 임대기간 종료 시 반환해야 하는 고정부채로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하라"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교육부 지침)>


사학재단이 재정난을 겪을 경우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기 때문에 교육부는 각 사학재단의 재산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임대보증금은 뭉칫돈이 묶여 있는 거라 사학재단 입장에선 눈독을 들이기 쉬운데 교육부가 지침을 통해 최대한 임의사용을 자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 임대보증금 미예치 7천억 건국대 단연 압도적…감사원 "393억 원 보전해야"

지난해 3월 감사원은 ‘임대보증금을 각 대학이 임의로 사용했다’며 ‘보전 조치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건국대는 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들어선 스타시티와 실버타운인 더클래식500 등에서 받은 임대보증금 7,567억 원 중 495억 원만 금융기관에 예치해두고 7,072억 원은 이미 다 써버린 상태였다. 당시 지적된 대학 중 건국대를 제외하고 미예치 임대보증금이 5백억 원 이상인 학교는 없었다.
건국대 운영 실버타운 더클래식500
다만 감사원은 미예치 임대보증금 7,072억 원 중 재단 내 학교에 사용한 1,236억 원(교비전출)과 각종 공사비 등으로 사용한 5,443억 원(대체취득)은 기본재산의 실질적인 감소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며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393억 원만 보전 조치하라고 지적했다.

● 영업손실·이자·예치금으로 393억 원 이미 사용

▲클래식500 영업손실 108억 ▲이자지급 128억 ▲광진구 예치금 41억 원 등 393억 원은 재단의 기본재산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기 때문에 채워 넣어야 한다는 거다. 보전 계획도 없이 수백억 원을 영업 손실 메꾸는데 쓰는 등 법률상 배임 소지까지 있지만, 교육부는 “감사원이 보전 조치만 명령했다”며 아무런 제재도 없어 단순히 건국대에 393억 원을 ‘채워 넣어라’라고 지시했다.

건국대가 제출한 임대보증금 사용 내역을 교육부와 감사원이 면밀히 검토도 하지 않았다는 의구심도 있다. 광진구에 예치한 41억 원은 ‘교통환경개선대책 예치금’인데도 건국대가 ‘공중연결통로공사 예치금’이라고 써낸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쨌든 건국대는 2017년부터 5년간 393억 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겠다고 부랴부랴 약속했고 지난해 말까지 32억 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했다.

● "6,700억 원도 사라진 금액" vs "자산 형태 바뀌었을 뿐"

더 큰 문제는 교육부도 건국대도 393억 원을 제외한 6,679억 원의 미예치 보증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전 계획이 없다는 거다. 학교를 위해 사용했고(교비전출 1,236억), 비록 현금이 부동산 등으로 바뀌어 유동성 문제는 있지만 다른 자산으로 대체취득(5,443억)한 것이니 실질적 재산 손실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비로 전출한 임대보증금 1,236억 원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수익 사업 회계에서 학교 회계로 자금 이동은 가능하지만 학교에서 다시 수익 사업 쪽으로 자금을 빼가는 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 재정을 최소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처다. 사학재단 수익 사업의 궁극적 목적은 학교의 재정 안정화다. 하지만 그건 수익 사업에서 이익이 생기면 학교로 주라는 취지지 부채인 임대보증금을 막무가내로 주라는 건 아니다.

● 임대보증금을 대형 수익 사업 밑천으로 쓴 게 문제 발달

대체 취득한 임대보증금 5,443억 원도 문제다. 건국대는 ▲클래식500 공사비 3,795억 ▲백화점 공사비 159억 ▲쇼핑몰 공사비 184억 ▲영존 공사비 602억 ▲골프장 공사비 545억 ▲고정자산 매입 1,570억 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01년부터 김경희 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수익 사업 프로젝트가 사실상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시작됐다는 걸 단편적으로 알 수 있다. 땅만 있었지 돈이 없던 건국대가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대보증금을 대부분 당겨 쓴 것이다.

골프장 건립 과정을 보면 건국대가 임대보증금을 얼마나 쌈짓돈처럼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파주 파빌리온 골프장을 짓기 위해 건대는 2010년 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외환은행으로부터 643억 원을 빌린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임대보증금 545억을 추가로 투입했다. 골프장 부지가 축산대 실습목장이라 토지 비용이 들지 않았는데, 산술적으로 계산만 해봐도 1,188억 원을 빚내서 골프장을 만든 거다. 건국대는 실습목장 중간중간 알박기 한 토지 매입에 120억 원이 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상세한 골프장 공사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건국대 운용 '스마트 KU 파빌리온 골프장'(홈페이지 갈무리)
파주 파빌리온 골프장은 27홀 규모다. 골프장 설계와 시공을 13년 해온 한 전문가에 따르면 “1홀당 시공비는 20억 원이면 충분하고, 27홀 규모이면 클럽하우스와 인·허가비를 모두 포함해 700억 원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골프장 설계 전문 업체 관계자는 “리조트가 없는 골프장을 최상급으로 짓는다고 가정하면, 카트에 골프채 구입비까지 모두 포함하면 1,188억 원은 가능해 보이는 수치다”라고 말했다.

● 쌈짓돈처럼 쓴 임대보증금 일반 기업이었으면 가능했을까?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사업장끼리 임대보증금을 뭉텅이로 주고받는 내역은 일반 회사였으면 수십 번 감사를 받고도 남을 사항”이라고 지적한다. 하물며 일반 회사보다 더 보수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사학재단 수익 사업이 건국대에선 오히려 매우 공세적으로 이뤄졌다.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
게다가 재단의 수익 사업이 결국은 재단 김경희 전 이사장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김 전 이사장은 스타시티 펜트하우스를 공짜로 사용하다 2017년 4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당시 무죄가 난 부분이긴 하지만 김 전 이사장은 파빌리온 골프장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기업인들, 교육부 공무원 등과 공짜로 친 6,100만 원 상당의 골프피를 면제 받기도 했다. 골프장이 김 전 이사장의 사교 모임장처럼 한 때 변질됐던 거다.

건국대 수익 사업은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당기순이익은 ▲클래식500에서 49억 ▲AMC(임대사업체) 10억의 적자가 났고, ▲골프장에서 59억 흑자를 기록해 전체적으로 6억2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 2014년 동부지검 수사 때도 위험성 지적

건국대 임대보증금에 대한 세부적인 현황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지만, 임대보증금 사용으로 인한 재정 위험 경고는 꾸준히 있어 왔다. 동부지검에서 김 전 이사장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하던 2014년에도 임대보증금 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법인 전체 계좌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당시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건국대학교 설립자 유석창 박사의 딸이자 ‘건국대 정상화 위원장’인 유현경 씨는 최근 당시 수사 관계자로부터 “법인 계좌를 들여다보기 위해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윗선에서 묵살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사 외압 의혹’까지 주장하고 있다. 2014년 당시 검찰은 재판 도중 김 전 이사장과 공짜 골프를 친 명단을 익명 처리하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이례적인 행태를 보였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6개월간 원칙대로 최선을 다해 수사했으며, 외압은 없었다”고 답했다.

● 건국대 "실제로 188억 흑자…보증금 갚을 능력 충분"

건국대 측은 임대보증금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적자는 감가상각비를 적용해 수치상 적자가 났을 뿐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지난해 188억 원의 흑자였다고 반박한다. 매년 수익사업이 흑자를 기록해 성장하는 만큼 임차인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뱅크런’처럼 한꺼번에 임대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롯데백화점 등 대부분 장기 임대라 단계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임대시설 가치가 총 6,600억 원이며, 토지 자산도 개발 시작 직전인 2002년보다 올해 6배나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건대 사태’를 야기한 김경희 전 이사장은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하다. 장녀 유자은 이사장이 지난해 4월 취임했고, 더클래식500과 스타시티는 건국대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 상징의 그늘엔 이미 다 써버린 7천억 원대 임대보증금이 있다. 과연 이 임대보증금 문제가 건국대에 어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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