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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펑' 선루프 사고…문제 알고도 대책은 없다?

곽상은 기자 2bwithu@sbs.co.kr

작성 2018.05.16 09:03 수정 2018.05.16 13: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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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펑 선루프 사고…문제 알고도 대책은 없다?
2주 전쯤 자동차 파노라마 선루프 사고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3시쯤 차를 몰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차량 선루프가 파손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를 만나 직접 차의 상태를 확인해봤습니다. 2014년식 고급 수입차 파노라마 선루프의 앞 좌석 쪽이 말 그대로 뻥 뚫려 있었습니다. 적어도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외부 충격이나 충돌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주행 중인 자동차의 선루프가 갑자기 굉음과 함께 사라져 버릴 수 있을까요?

제보자는 제조업체 AS센터에 사고가 일어난 경위를 설명하고 차량 수리를 문의했고, 이후 "충격을 받으면 선루프는 터질 수 있다"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보상처리는 불가능하니 보험처리를 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운전 중 선루프 부분에 어떤 충격도 받은 것 같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AS센터에서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충격'에도 선루프가 그렇게 파손될 수 있으며 심지어 '충격을 받은 뒤 한참 뒤에' 파손이 되기도 한다며 차량의 문제가 아닌 운전자의 탓이라고만 할 뿐이었습니다.

선루프가 설치된 부분에 '아주 작은 충격도 없었다', 그것도 '차량을 구입한 이후 사고가 날 때까지 쭉' 충격이 없었다는 걸 소비자가 입증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그보다 먼저, 이렇게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선루프 파손 사고는 대체 어떻게 일어나게 된 걸까요?
파노라마 선루프제보자가 겪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왜 이런 황당한 사고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짐작할 만한 데이터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파노라마 선루프의 안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파노라마 선루프 파손 사고 신고가 잇따르자 2014년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강도 측정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원판유리, 강화유리, 파노라마 선루프용 강화유리(세라믹 코팅된 강화유리)에 각각 무게 227g의 쇠구슬을 2m 높이에서 떨어뜨려 파손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는데, 놀랍게도 원판유리와 강화유리는 모두 멀쩡했는데 파노라마 선루프용 강화유리만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방법을 조금 바꿔 실험해보니, 일반 강화유리는 10m 높이에서 쇠구슬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원판유리의 경우 평균 3m 높이에서 부서졌고, 파노라마 선루프용 강화유리는 평균 1.4m 높이에서 쇠구슬을 떨어뜨려도 산산이 부서져버렸습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경우 강화유리를 차체에 접착하기 위해 세라믹으로 코팅을 하는데, 이렇게 코팅된 부분에서 강도가 떨어지는 걸 실험으로 확인한 겁니다. 고열의 코팅 과정에서 강화유리의 강도가 약해진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정부의 실험방식이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며 반발했습니다. 국내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한 차량의 숫자는 2014년 기준 이미 65만 대나 됐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치러야 할 리콜 비용은 상당했을 겁니다.
(사진=픽사베이)정부는 결국 이 문제를 국제기구로 가져갔고, 유엔 자동차기준관련회의에서 2014년 말 국제기준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4년이 다 되도록 국제기준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부에 그동안의 사정을 확인해보니, 전문가기술회의에 참석하는 국가 중 미국이 예산확보를 못했다는 이유로 연구를 차일피일 미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기준은 참여 국가 만장일치로 만들어지는데, 한 국가라도 이런 식으로 지연시키면 진행이 안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럼 급한 대로 국내 기준부터 만들면 안 되는 걸까요? 하지만 정부는 국제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기준을 먼저 만들면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발도 의식했을 겁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값이렇게 파노라마 선루프의 안전성 관련 국제기준도, 국내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불거진 지 벌써 수년 째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책임 회피 속에 차량 수리의 비용 부담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 됐습니다. 또 제조사 AS센터 측의 말대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얹고 달려야 하는 운전자들의 불안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문제를 알고도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유감스럽습니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