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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와 그의 남자를 고소합니다"…성폭력 방조한 母

<앵커>

한 20대 여성이 고등학생 때부터 수년 동안 친엄마의 내연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이 남성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엄마가 범행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겁니다. 피해 여성은 엄마를 함께 고소했고 내연남과 엄마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27살 A 씨는 지난해 9월 엄마의 내연남인 60대 남성 B 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2014년까지 성추행과 성폭행이 계속됐다는 고소였습니다.

악몽은 엄마와 같이 간 찜질방에서 시작됐습니다.

[고소인 : 갑자기 '너 성관계 해본 적 있냐'고 하면서 옷을 확 들추더라고요.]

A 씨는 모텔과 집에서 B 씨에게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고소인 : 그냥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이겨낼 수가 없고 내앞에 있는 거 자체가 공포라 소리치지도 도망갈 생각도 못하게 돼요.]

10년이 넘도록 침묵했다 검찰 고소까지 용기를 내게 된 이유는 우연히 사촌 언니도 B 씨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소인 사촌 언니 : 작년에 제가 털어놨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막 엉엉 울면서 언니 나도 당했다고 이러더라고요. 진짜 둘이 경악해서 끌어안고 막 울었죠.]

엄마의 방조와 묵인이 있었다는 얘기도 같았습니다.

A 씨는 올해 1월 엄마까지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고소인 : 엄마한테 제가 도와 달라고 했어요. 막아 달라고. 그랬더니 엄마는 차를 내주고서 마당으로 나가요. 제가 강간을 당하는데 들어오지 않아요.]

취재진은 반론을 듣기 위해 B 씨에게 연락했지만 B 씨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어머니 내연남 : 제가 말씀을 못 드리는 게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라 어떤 영향을 줄까 봐서…]
 
검찰 조사에서 B 씨는 성폭행은 없었으며 A 씨가 성년이 된 뒤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엄마의 태도도 비슷했습니다.

[고소인 어머니 : 할 얘기 없습니다.]

엄마는 딸 A 씨에게 B 씨의 경제적 지원이 없어지면 살 곳이 없어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A 씨를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가해자에게 바라는 건 처벌밖에 없어"]

["쇠고랑 차면 엄마가 더 차" "엄마 죄가 더 중하다는 거야"]

자매를 직접 상담한 성폭력 전문가는 엄마들의 묵인과 동조가 피해를 오래가도록 한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경제적 지원에 대한 엄마의 의존이 이른바 그루밍, 즉 자신도 꼼짝 못 하고 가해자의 도움을 받으며 성폭력을 당하는 단계로 악화됐다는 분석입니다.

[김태옥/천주교 성폭력상담소 : 친족 성폭력의 일종으로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어렸을 경우 피해자들이 생각할 때 자기가 입 다물고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요.]

검찰의 지시로 수사를 한 경찰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고, 친고죄가 적용되지 않는 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해 A 씨의 엄마와 내연남 B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주용진,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이준영·김종갑·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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