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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출연료요? 술값이나 벌까요" 그래도 연극인들이 대학로를 지키려는 이유

[취재파일] "출연료요? 술값이나 벌까요" 그래도 연극인들이 대학로를 지키려는 이유
지금 대학로는 ‘무대에서 죽을란다’라는 비장한 각오로 5개 극단(극단 디딤돌, 극단 Soulmate, 창작집단 농담, 극단 신인류)이 2주간씩 릴레이로 공연하는 ‘무죽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대학로의 다섯 개 극단이 힘을 합쳐 릴레이 연극을 벌이는 이유는 장비와 인력을 서로 나누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네 번째 작품은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숙주탐구>. 숙주 안에 살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적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기생생물의 이야기를 인간의 조폭 세계에 빗대 표현한 코믹 풍자극이다.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김시번 연출가는 "포스터를 비롯한 인쇄물을 통합제작해서 제작비용을 줄이고 홍보비용도 줄이는 등 협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숙주탐구><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179878"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508/201179878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여러 극단이 힘을 합쳐야 할 만큼 사실 대학로 연극계가 처한 현실은 열악하다.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학교나 학원에서 연극을 가르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 서빙, 동대문 의류도매 점원, 편의점 알바 등을 하고 있다.

김시번 연출가는 "공연 한편 출연하고 받는 돈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다수는 3~5만 원을 받아요. 월 20-30회의 공연을 해도 100만 원 벌기가 쉽지 않은 거죠"라고 말했다.

배우를 정상적으로 고용해 순수예술 연극 사업을 벌여 수지타산을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배우들은 주주로 연극에 참여한다. 이른바, '동인제 극단' 방식이다. 단원들이 제작비를 내고 공연을 하고 추후 수익금을 정산해 지분별로 나눠갖는 방식이다. 주주로 참여했으므로 적자가 나면 출연 뒤 받는 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쏟아가면서까지 연극을 하는 셈이다. 언제 연극에 캐스팅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극 캐스팅되면 바로 그만두거나 시간조정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설상가상으로, 대학로에 있는 상점들은 연극인을 아르바이트로 쓰기 꺼린다.
배우 이인화 씨가 연극 <숙주탐구><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에서 열연하고 있다" data-captionyn="N" id="i201179876"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508/201179876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연극 <숙주탐구>에 출연한 배우 이인화(29) 씨는 중소기업에서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1년에 2~5편에 출연하고, 편당 짧게는 5일에서 한 달간 공연한다.

이인화 씨는 "연극으로는 술값 정도 벌어요. 그런데도 연극을 왜 하느냐고요? 시간여행 하는 기분이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연극이 시작되면 무대가 아닌 다른 세계가 되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숙주탐구> 연습을 하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다. 미래를 걱정하는 하루하루에 이미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연극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배우 이충배 씨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충배(28) 씨는 1년에 평균 두 작품에 출연한다.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연극 무대가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는 "많은 연극인들이 순수함을 가지고 연극예술에 나의 모든 걸 쏟아 부으면 연극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이충배 씨가 <숙주탐구><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에서 열연하고 있다" data-captionyn="N" id="i201179880"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508/201179880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하지만 이러한 열정과 순수함만으로 얼마나 더 연극을 계속할 수 있을까. 최근 대학로 연극계의 가장 큰 고민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김시번 연출가는 "대학로의 지대가 점점 상승하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소극장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극장과 연극은 줄고 술집과 맛집은 늘어납니다. 대학로의 근본적인 힘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봅니다. 예술이 주인이 되고 연극인이 활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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