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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36 : 김동식 '양심고백',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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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평점의 세상
 
<쓸데없는 랭킹을 매기던 한 예능 프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였다. 여름 특집으로 무서운 악마에 대한 랭킹을 매긴 어느 날, 단단히 화가 난 악마가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어이가 없군. 감히 어디서 평가질을 하는가?]
 
꼴등 악마로 뽑혔던 그 악마는 인간들에게 저주를 내리며 사라졌다.
 
[평가하기 좋아하는 너희 인간에게 똑같이 되돌려주마!]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것이 연출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전세계에 사람이 죽는 현장마다 이상한 제보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올해 화제의 작갑니다. 지난해 12월말, 데뷔 단편소설집 3권이 한꺼번에 나왔던 김동식 작가의 단편집 4, 5권이 또 동시에 4월 출간됐습니다. <양심고백> 그리고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입니다.
 
저는 지난 1월 '북적북적'에서 김동식 작가의 데뷔 단편집을 낭독한 적이 있는 심영구 기자의 얘기를 듣고 김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다가, 다음날 바로 출판사에 인터뷰 요청을 했더랬습니다. 착상은 기발하고, 문장은 꾸밈없으면서도 정확하고, 그런데 평생 교과서를 포함해 책 10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으며 '문학노동자'로서가 아니라 '주물노동자'로서 살아온 사람이라니... 무척 궁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어서, 김 작가가 일했던 서울 성수동의 주물공장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김 작가와 김 작가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거나 얘기를 전해듣고 돌아오면서, 저는 "그래, 역시 세상에는 '상식적인 기적'이란 것이 분명히 존재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 작가가 10년 동안 일했던 서울 성수동 주물작업장의 김정빈 사장님과 동료들. 아무리 10년을 일한 직원이었다지만, 이미 1년 전에 그만둔 예전 직원이 TV 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함께 즐거워하면서 그날 작업량의 손해를 무릅쓰고 공장을 인터뷰 장소로 내주었습니다. 저는 그후로 다른 매체들에 김 작가가 공장에서 인터뷰했다는 얘기가 나갈 때면, '사장님이 오늘도 김 작가를 위해 자리를 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본인도 작가이면서, 단지 이 사람의 글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올해는 거의 김 작가 작품집의 기획자로 지내고 있는 김민섭 작가님. 세상에 알리고 싶은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인 작가의 데뷔소설집을 선뜻, 한꺼번에 3권씩 출간하는 모험을 한 요다 출판사.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다는, 김 작가가 탄생한 '오늘의 유머' 공포게시판 이용자들.
 
그리고 그 본인, 김동식 작가가 있습니다. 인터뷰이에 대한 애정이나 기대가 이미 조금 생긴 채로 인터뷰를 시작하면, 조금은 감동적이거나 극적인 답변이 나올 걸로 예상되는 질문들을 저도 모르게 던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김 작가는 꽤 길었던 인터뷰 시간 내내 스스로에 대해 조금이라도 꾸며대거나, 뭔가 있어보일 만한, 그럴 듯한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시니컬하게 나오거나, 요샛말로 '무심한 듯 시크한 척'을 하느라 스스로 느끼는 바들을 부러 숨기지도 않고, 솔직하게 얘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인터뷰 다음날 김 작가가 제게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지금 세상에는 중졸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중학교를 중퇴했다. 바로잡을 시기를 놓쳤지만, TV뉴스는 전국에 나가는 거니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요.
 
김 작가의 주변에는, 당장 자신에게 떨어질 이득은 별로 없어도 새롭고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조금은 스스로에겐 무리가 될 정도로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마음들이 김 작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데뷔시켰습니다. 그리고 단시간에 유명해지고 있지만, 김 작가는 여전히 사람들이 읽고 있고 박수를 보내면서 생각하는 바로 그런, 청년입니다. 왠지 믿기지 않는 멋진 얘기죠. 하지만 어쩌면, 당연히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리라고 우리 대부분이 언젠가는 믿었던 적이 있는 종류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김동식 작가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일들을 '상식적인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기적이 계속되길 기도합니다. 
 
낭독을 허락해 주신 출판사 '요다'에 감사드립니다.
 
● 동물 학대인가, 동물 학대가 아닌가? 
 
<.....정말로 삼성은 무료로 모든 치료비를 지원해주었다. 심사도 없이, 가입하자마자 곧바로 말이다. 
 
"나비야, 힘들었지?"
 
어린 딸은 휴식 중인 나비 곁에 붙어서 울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눈물이 날 정도로 깊이 안도했다. 딸에게도, 자신에게도, 나비에게도, 모두에게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한 가지만 제외하면 말이다.
 
"삼성~"
 
바로 나비의 낯선 울음소리 말이다....>
 
● 죽음이 무서운 사람들을 위해
 
<..."저도 일하기 귀찮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이게 참, 죽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까 일이 힘듭니다. 어쩔 수 없이 대충 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한 번에 천 명씩 모아놓고 심사를 합니다. 물론 천 명을 일일이 심사할 순 없겠죠? 그래서 저만의 노하우를 개발했습니다. 자, 망자들이 광장에 가득 모이면 제가 맨 처음 뭘 하는지 아십니까?"
 
......(중략)
 
"그 다음으로는 '할머니 손에 자란 사람 손 드세요!'라고 외치죠. 
 
"..."
 
"그 분들은 그냥 천국 쪽으로 보내버립니다. 안 그랬다간, 왜 우리 손주를 지옥 쪽으로 보냈냐고 항의를... 어휴! 그냥 천국 쪽으로 보내버리는 게 맘 편하죠."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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