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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이는데 세금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는지요?

1년에 5,591원 더 내겠다…46.5%는 단 1원도 낼 수 없다고 답해

[취재파일]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이는데 세금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는지요?
올 들어 현재(5월 3일)까지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모두 6차례, 발령일수는 13일이나 된다. 특히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1월 16일부터 18일까지는 3일씩이나 연속해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현재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보통 특정 권역에서 한 곳 이상의 관측지점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90㎍/㎥을 넘어서면 곧바로 내려진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인 농도 90㎍/㎥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인 10㎍/㎥보다 농도가 무려 9배나 높고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보다도 농도가 높은 고농도 상태다. 노약자나 각종 질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도 무리한 야외활동을 피해야 할 정도로 고농도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전국적으로 매년 100회 안팎 발령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전국에서 한 권역이라도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41일, 권역별로 발령된 횟수를 모두 더하면 128회나 된다. 강원지역에서는 1차례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2016년의 경우도 전국에서 한 권역이라도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40일이나 됐고 권역별 발령 횟수를 모두 더하면 90회나 된다(자료: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이 같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를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소득세를 인상한다면 우리 국민은 얼마를 추가로 낼 수 있을까?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데 얼마를 기꺼이 더 지불할 수 있을까?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2017)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오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나쁨 이상 고농도 발생 일수를 2016년 대비 절반을 넘어 70%나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유승훈 교수팀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일대일 개별면접조사를 통해 도시에 사는 1천 가구를 대상으로 2022년까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를 2016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데 추가로 세금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는지 물었다.
초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에 대한 공익적 가치 추정을 위한 것으로 연구팀은 환경재화의 가치 또는 환경비용을 추정하기 위해 널리 적용되고 있는 기법인 조건부 가치측정법(CVM, contingent valuation method)을 이용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우포늪의 보전가치, 가로림만의 환경가치, 독도의 비시장적 가치, 대표적 석호인 송지호의 환경가치, 북한산 국립공원의 가치 등을 평가하는 데 조건부 가치측정법을 적용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의 질문은 “제안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시행을 위해, 귀하의 가구는 소득세 인상을 통해 OOO원의 세금을 추가로 낼 의사가 있습니까?”이었다.

단순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과대하게 응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금 인상을 통해 얼마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조건부 가치측정법의 기본 원칙을 따른 것이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사회과학 계열 국제학술지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최근호에 발표됐다(Kim et al, 2018).

조사결과 국민들은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를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각 가정에서 연평균 5,591원을 소득세로 추가 부담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주의보가 내려질 정도의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시행하는데 연평균 5천591원을 세금으로 더 낼 수 있다는 뜻이다.

2017년 기준 통계청 전국 추계가구수(약 1,952만), 도시지역 추계가구수(약 1,769만)를 고려하면 국민들이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소득세는 전국적으로 연간 1,092억원, 도시지역만 보면 연간 989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값을 앞으로 10년 동안 추가로 납부하는 소득세로 산출하면 2017년 말 기준 현재가치로 각각 9,026억원, 8,179억원이 된다고 연구팀은 밝히고 있다. 국민들이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가치다.

이번 연구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조사대상 1,000가구 중 46.5%에 해당하는 465가구는 단돈 1원도 추가로 낼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정부가 아무리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시행을 한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추가로 단 1원의 세금도 낼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추가 지불을 거부한 465가구 중 절반가량은 미세먼지 저감정책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미 정부가 걷은 세금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지 세금을 추가로 걷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나머지 절반가량은 정말로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지만 정부의 현재 미세먼지 저감정책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낼 수 없다고 응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 가정에서 고농도 초미세먼지를 절반으로 줄이는데 추가로 낼 수 있는 세금 1년에 5천591원, 많다고 보면 많을 수도 있다. 세금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먼저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달 내는 통신료 등 다른 것과 비교하면 결코 많은 돈은 아니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46.5%의 가정은 단돈 1원도 낼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거부한 것이다.

미세먼지 저감정책 관련 예산을 국민들이 실제 몸으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꼼꼼하고 효율적으로 써 달라는 주문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꼭 곱씹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 Ju-Hee Kim, Hyo-Jin Kim and Seung-Hoon Yoo,  Public Value of Enforcing the PM2.5 Concentration Reduction Policy in South Korean Urban Areas,  Sustainability 2018, 10, 1144; doi:10.3390/su10041144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개인 교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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