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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 젊은층 조기 치매 부른다

[취재파일] 미세먼지, 젊은층 조기 치매 부른다
한때 세계에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던 도시가 있다. 중국이나 인도의 도시가 아니라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다. 하지만 멕시코시티는 1980년대부터, 특히 1990년대 들어 대기오염이 급격하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최근 대기오염에 대한 규제가 조금 느슨해지면서 다시 나빠지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지만 2012년에는 미국 LA 수준까지 개선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자료: Wikipedia).

이런 가운데 멕시코시티의 대기오염이 젊은층 치매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Lilian et al., 2018).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미국 환경청(EPA)의 환경기준(12㎍/㎥)보다 높은 대도시에 평생 거주할 경우 젊은층이나 청소년, 심지어 영유아시기에도 치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멕시코시티의 대기오염은 8~90년대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도 여전히 미국 환경청의 환경기준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공동 연구팀은 멕시코시티에서 거주하다가 사망한 생후 11개월에서 40살 사이의 시신 203구를 부검했다. 치매가 발병하거나 진행될 때 뇌에 쌓이는 특정 단백질인 과인산화된 타우(hyperphosphorylated tau)와 베타 아밀로이드(β amyloid)가 혹시 뇌에 축적되지는 않았는지 또 축적됐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대기오염 물질이 치매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 특히 젊은 나이에 치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뇌 조직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분석결과 사는 동안 지속적으로 미국 환경청의 환경기준을 넘어서는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 젊은층뿐 아니라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된 아이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2가지 특정 단백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젊은 멕시코시티 시민들이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일찍 시작될 가능성이 있고 치매의 진행 속도 또한 빠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젊은층과 아이들,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가 혈관-뇌장벽(BBB, blood- brain barrier)까지 뚫고 뇌로 침투해 염증반응이나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스트레스를 발생시키고 신경세포에 이상을 초래해 치매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치매는 흔히 나이가 많이 들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젊은 나이에도 치매가 발생하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미세먼지가 젊은층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단지 멕시코시티만의 일일까 하는 점이다. 한때 대기오염이 심하기로 악명 높았던 멕시코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느 정도나 되고 현재 오염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 수준과 비교하면 어디가 더 나쁠까?

멕시코시티의 연평균 미세먼지 추이는 OECD 국제교통포럼(International Transport Forum) 자료나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멕시코시티 연평균 미세먼지(PM10) 추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1989년 175㎍/㎥이었던 멕시코시티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후 급격하게 떨어져 90년대 중반에는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공기질은 계속해서 좋아져 최근에는 평균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1988년부터 2013년까지 멕시코시티의 미세먼지 농도가 71%나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의 연평균 감소 추이가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45~50㎍/㎥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농도도 매우 비슷하다.

멕시코시티의 초미세먼지 농도 연평균 추이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2004년 25㎍/㎥를 조금 밑돌던 멕시코시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에는 22~23㎍/㎥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미세먼지(PM10)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 폭은 작지만 보고서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7% 정도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3~26㎍/㎥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멕시코시티의 공기질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결코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 한때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았던 도시지만 전반적인 연평균 변화 추이나 농도가 우리나라와 별로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 때문에 젊은층에서 치매가 보다 일찍 발생하고 또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결코 그냥 흘러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국내에 아직 유사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멕시코시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멕시코시티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추이
물론 치매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나이 특히 고령과 유전적 요소, 다른 질병 등 다양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이나 유전적 요소 등은 우리가 어떻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주로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인간이 얼마든지 줄일 수도 있다. 당장 치매 발병 요인을 하나 줄일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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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Lilian Calderón-Garcidueñas, Angélica Gónzalez-Maciel, Rafael Reynoso-Robles, Ricardo Delgado-Chávez, Partha S. Mukherjee, Randy J. Kulesza, Ricardo Torres-Jardón, José Ávila-Ramírez, Rodolfo Villarreal-Ríos. Hallmarks of Alzheimer disease are evolving relentlessly in Metropolitan Mexico City infants, children and young adults. APOE4 carriers have higher suicide risk and higher odds of reaching NFT stage V at =?40 years of age. Environmental Research, 2018; 164: 475 DOI: 10.1016/j.envres.2018.03.023

* OECD International Transport Forum, 2017: Strategies for Mitigating Air Pollution in Mexico City(29 May 2017)
https://www.itf-oecd.org/strategies-mitigating-air-pollution-mexico-city

* Mexico City-Harvard Alliance for Air Quality and Public Health
https://www.hsph.harvard.edu/cdmx/about-us/air-quality-surveil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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