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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인터넷에서 이렇게 하라던데"…잘못된 의료 정보에 두 번 우는 환자들

[리포트+] "인터넷에서 이렇게 하라던데"…잘못된 의료 정보에 두 번 우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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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는 사람: "왜 이렇게 아랫배가 아프지"
여러 가지 답변: '맹장염일 수 있어요' / '난소종양 때문에 아플 수 있습니다' / '△△진통제 먹어보세요'
대학생 A 씨는 몸이 아플 때면 포털 사이트나 유튜브를 자주 이용합니다. 지난주에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껴 포털 사이트에 '아랫배 통증' 검색했습니다. A 씨는 주로 다른 사람이 올린 비슷한 질문을 찾아보는데요. 의사부터 일반인까지 답변을 남기는 사람도 다양하고 진단도 제각각입니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의료 정보나 건강 정보를 검색해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최근에는 특정 질병에 효과 있는 치료법이라며 유튜브 등에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는데요. 이런 정보들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걸까요?

■ "아플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과장된 영상 보며 치료법 찾는 사람들

60대 여성 B 씨는 15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병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각종 식이요법과 효과 있다는 다양한 시술을 찾아다니느라 시간도, 돈도 많이 썼습니다. 파킨슨병은 약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약이 잘 듣지 않고 완치도 어렵습니다. 환자들이 직접 인터넷 등에 검색해가며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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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 / 파킨슨병 환자]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을 시도할 때는 괜찮은 거 같다가도, 약을 완전히 끊기는 힘들더라고요. 돈만 버리는 거죠…" //
문제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다 믿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가 유튜브에 올라온 파킨슨병 관련 영상 138개를 분석했는데요. 그중 91개만 신뢰할 만한 동영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분의 2만 제대로 된 정보를 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영상의 조회 수를 비교해 보면 올바른 정보를 담은 영상보다는 잘못되거나 과장된 영상을 더 많이 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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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동영상 분석
유튜브 영상 138개 중 91개만 신뢰할 만한 동영상(원그래프)
동영상 평균 조회 수
자료: 서울대병원 신경과
파킨슨병 이외에 신장결석이나 고혈압 등 여러 질환 관련된 외국의 유튜브 동영상도 믿을 만한 정보는 55%~63%에 불과했습니다.

■ '심장마비 오면 기침해라'…SNS로 삽시간에 퍼지는 잘못된 건강 상식

잘못된 건강 상식이 SNS를 통해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배우 김주혁 씨가 사망한 이후, SNS에는 '심장마비가 오면 기침하라'는 메시지가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이 메시지는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도 김 씨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단정하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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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그래픽
김주혁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혼자 있을 때 심장마비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요한 정보라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즉시 지인들에게 보내주세요.
**서울아산병원** //
메시지의 첨부 파일에는 혼자 있다가 심장마비 전조증상이 나타나면 강하게 반복해서 기침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어 기침을 하면 혈액순환이 이뤄져 병원까지 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성자로 돼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관련 자료를 제공한 적 없다고 설명했고 전문의들은 잘못된 의학 정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울산대병원 심장내과 안서희 전문의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심장마비 환자들은 15~30초 이내에 의식을 잃는다"며 "기침 등으로 심장마비가 오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터넷 치료법에 돈과 시간 낭비, 올바른 정보 담긴 콘텐츠 마련돼야…

치료가 어렵고 병이 빨리 호전되길 기대하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상의 불확실한 정보에 의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의료·건강 정보는 과거에 비해 더 쉽게 공유되고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상의 의료 정보에 대해 전문가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인터넷 의료 정보 인증제' 도입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씩 쏟아지는 정보를 일일이 인증할 현실적인 방법과 주체를 찾지 못해 인증제 도입은 흐지부지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인터넷 정보는 질환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이 올바른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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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석/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환자들이 고생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치료를 위해 낭비하는 시간, 그리고 거기에서 생기는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환자들이 다른 치료를 찾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정보에 지속해서 매달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취재: 남주현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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