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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0.9%가 여론 좌지우지"…네이버 댓글은 과연 진짜 여론일까

[취재파일] "0.9%가 여론 좌지우지"…네이버 댓글은 과연 진짜 여론일까
● "드루킹은 피라미 수준"…네이버 게시물 조작 전력자의 고백

드루킹 일당의 범행이 밝혀지면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충격적인 조작이기는 했지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인터넷 업계 전문가들은 매크로를 이용한 조작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실제 포털 게시물을 조작했던 A 씨를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네이버 게시물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업계를 떠났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이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 근무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넷 세계에서 입소문을 내, 의뢰인이 원하는 게시물의 순위를 올려주거나 주목도를 높여주는 일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마케팅은 아니었고, 입소문은 매크로 프로그램이 내주는 불법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작업의 첫 순서는 아이디를 사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트위터나 구글 검색을 통해 아이디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지금도 검색어를 조금만 조합하면 아이디 판매를 원하는 업자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대형 정보 유출 사고가 났을 때 누군가 수집한 것들인데, 모든 사이트에 같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둔 사람들이 먹잇감이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같이 대형 포털에 로그인이 되면 바로 판매가 가능합니다. 보통 중국에 있는 업자를 통해서 아이디를 사 모으는 데 싼 거는 300원, 500원 정도 하고, 비싼 건 1천 원까지 주고 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번에 수백 개씩 아이디를 사는데, 일주일만 작업을 해도 아이디가 수천 개로 훌쩍 늘어난다고 털어놨습니다.
[취재파일] '0.9%가 여론 좌지우지
다음 작업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일입니다. 보통은 아이디 판매업자들이 포털에 발각되지 않고 게시물을 조작할 수 있는 최신 버전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구해줬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이렇게 약간의 초기 투자로 아이디와 매크로를 구매하고는 PC 몇대로 프로그램을 돌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매크로만 돌리면 금방 탄로 나기 때문에 IP를 바꾸는 다양한 기술이 추가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블로그같이 광고주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곳에 게시물을 올려주고, 순위를 끌어올리며 돈을 벌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댓글 조작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미 이런 포털의 게시물을 조작하는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게 A 씨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조작의 대가가 얼마였느냐는 질문에 A 씨는 처음에는 "대기업 다니는 것보다는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다가 구체적인 액수를 묻자 "3, 4시간 작업에 500만 원 정도 벌었다"고 털어놨습니다.

A 씨는 드루킹에 대해서 "피라미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이유는 지금까지 드러난 수사 결과에 따르면 동원된 아이디 숫자가 600여 개에 불과해 업계에서 놀랄만한 조직은 아니라는 겁니다. 업계에 있을 때 경험으로 알던 대규모 포털 여론 조작 집단에 비해 턱없이 작다고 언급했습니다. 비정상적이고, 대규모의 게시물 조작은 그때나 지금이나 존재하고, 네이버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그걸 뚫고 게시물을 조작하는 건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자신같이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주변에서 조작을 하다 걸려도 벌금이 대다수여서 죄의식 없이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지금도 포털에서 게시물 조작은 일어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 "댓글을 선점하라"…인터넷에 난무하는 댓글 장악 요령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에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속합니다. 특히 뉴스에서 댓글을 다는 행위는 종이 신문, TV뉴스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큽니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국가기관이 댓글을 통해 여론 조작을 하면서 포털은 전쟁터가 된 지 오랩니다.

진보 영역은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저항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보수 진영도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포털에 의사를 표시하는 강도가 훨씬 강력해졌습니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댓글 전쟁에 참여하는 방법을 설명한 게시물을 올려놓은 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기사가 올라오면 언제까지 몇 개의 댓글을 올려야 한다고 자세히 설명한 내용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진영에서 선점한 기사를 네이버나 다음이 안 올리고 감추기 때문에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독려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사람이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표시층의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문제가 아니라, 이 활동이 벌어지는 포털에 문제가 있습니다. 세력과 사람을 규합하면 게시물이 변화하고, 댓글의 순위가 춤추기 때문에 특정 의사 표시를 하는 사람들은 더 절박하고 필사적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이 불리하게 움직이는 건 자신들의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 댓글 참여자 0.9%, 적극 참여자 0.029%…네이버 댓글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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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모든 댓글 통계를 보여주는 워드미터(http://wordmeter.net)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한 개발자가 만든 사이트인데, 네이버에 몇 개의 개정이 댓글을 얼마나 썼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4월 19일 네이버 기사의 댓글을 분석해보면 118,912개의 계정이 참여했다고 나옵니다. 하루에 네이버 기사를 보는 사람이 1천 300만 명이니까, 댓글을 단 사람은 0.9%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네이버 댓글은 하루 20개까지 달 수 있는데, 10개 이상 댓글을 달아 적극적인 의사 표현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3천 743명에 불과했습니다. 0.029%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한 사람이 3개까지 아이디를 만들 수 있으니 산술적으로는 3개의 아이디를 모두 활용하고, 20개 댓글 한도까지 댓글을 다 단다고 가정하면 1천 명이면 적극적인 의사 표시층을 다 채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 단단한 각오로 뭉친 1천 명을 규합하는 데 성공한다는 전제로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7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는 통계가 있는 상황에서 최대 포털인 네이버도 이 정도 숫자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건 좀 허망해 보이기도 합니다.

수백 명이 동시에 움직인다면 기사 배치를 바꾸고, 댓글 순위를 끌어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매크로의 도움을 얻어 불법적으로 여론을 움직이겠다고 마음먹으면 더 손쉽게 포털 여론을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다수의 생각이라고 믿었던 포털 여론이 실제로는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뉴스 플랫폼 독점의 부작용…네이버 '가두리 양식'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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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출범한 네이버 댓글은 이미 15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개편을 거쳤지만, 일관된 원칙은 이용자들은 네이버 안에 가두고 네이버 안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처음 네이버 댓글은 시간순으로 배열됐었지만, 경쟁의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2015년부터는 호감순으로 댓글을 배치해 공감과 비공감을 계산해 상단에 노출하는 식이었습니다.

정확한 알고리즘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공감에 가중치가 있다는 건 네티즌들의 경험으로 알려졌습니다. 비공감을 클릭하면 댓글 밀어내기가 가능하다는 게 확인됐고 진영이 단단하게 규합해 전쟁을 치르는 심정으로 네이버 댓글에서 충돌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공감비율순과 순공감순으로 배열 방식으로 또 변경했습니다. 공감에서 비공감수를 단순히 뺀 값으로 정렬한다는 것이었지만 세력의 개입은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개편을 거듭하고도 드루킹 세력이 매크로를 이용해 조작을 했다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습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댓글은 포털의 영업모델이자 자극적인 양념 같은 존재"라며 "포털 댓글이 민주주의에 가져오는 폐해는 이미 두 번의 대선에서 진영과 관계없이 조작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악용 소지가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포털이 이윤 추구를 위해 소비자를 포털 내부에만 머물게 하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을 포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 "언론으로 책임은 못 지겠다"는 네이버…감당 안 되는 댓글 권력 내려놔야

방송사의 경우 기자들이 송고한 기사는 편집부에서 기사 채택과 방송 시간표인 큐시트 배치 권한을 갖습니다. 기사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편집부는 기사의 가치를 결정하고 뉴스의 편집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부서입니다. 방송사 보도국 기자 누구도 편집 기자가 기사를 안 쓴다고 해서 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사를 더 잘 알고 더 고민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입니다.

우리나라 미디어 업계에서 네이버는 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든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를 기자로 거느리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편집부 같은 존재입니다. 네이버가 첫 페이지에 오를 기사를 결정하는 건 방송사로 치면 톱 아이템을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섹션별로 순서를 정하면 주요 단락 기사를 배치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은 네이버의 뉴스 배치를 통해 뉴스 가치의 경중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렇게 막강한 언론의 역할을 하지만 언론으로 책임은 외면해왔습니다.

만약 네이버가 가짜뉴스를 전면에 배치한다 하더라도 책임은 언론사가 질뿐이지 네이버는 아닙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총수는 "기사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없다는 발언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에는 목소리를 높여 역차별을 주장하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는 지적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이미 댓글 전쟁으로 인한 파열음은 네이버라는 한 기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네이버는 여전히 돈벌이의 수단으로 댓글을 보고 있지만, 정치권력은 댓글을 권력투쟁의 도구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잡은 쪽, 잃은 쪽 모두 포털 댓글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사생결단식으로 댓글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벌써부터 외부 기구를 구성해 댓글 문제의 모든 것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그런 해법으로 대안이 나왔을 거면 십 오년 가까운 세월에 댓글의 폐해는 이미 해결됐을 겁니다. 외부에 논의를 맡기면서 시간을 끌면 된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포털 내부에 달리는 댓글의 운영을 개선하자는 주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게 사실입니다.

결국 땜질식 처방보다는 모든 국민이 뉴스를 포털로만 보는 극단적인 뉴스 플랫폼 독점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합니다. 누군가 포털을 장악하면 국민들의 생각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뉴스 플랫폼 독점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책임 없는 권한을 내려놓는 게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포털에만 댓글을 달고 포털에서만 국민들을 머물게 하는 ‘가두리 양식’을 전향적으로 포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뉴스 섹션은 있지만, 기사를 선택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시키는 '아웃링크' 방식을 택하고 있는 구글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큽니다. 이런 아웃링크 방식에서는 기사와 댓글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언론사가 질 수밖에 없고, 또 그게 당연합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스스로 언론사라고 얘기한 바 없고, 외부에서도 그들을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고, 소비자들은 그 사이트에 댓글로 의견을 표시하고 그에 대해 언론사가 추가로 반응하는 게 건전한 뉴스 소비 방향입니다. 댓글 조작에 따른 여론 왜곡을 막을 기술적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각 언론사로 뉴스 소비를 분산시키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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