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기록 오류로 500m 스타트 순서 바뀌었다

여자 500m 전자 계시 오작동…잘못된 기록으로 준결승 진행

[취재파일]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기록 오류로 500m 스타트 순서 바뀌었다
세계 최강인 한국 쇼트트랙의 국가대표가 되는 건 올림픽 메달만큼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보니 누가 대표팀에 선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대표 선발전은 그래서 더욱 공정해야 하고, 투명하게 치러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주 열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선수 기록 오류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잘못된 기록으로 다음 경기의 조 편성과 스타트 레인 배정이 됐고, 결국 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은 이득을, 또 다른 일부는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하필이면, 평창올림픽 전후로 생긴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문체부의 특별 감사를 받고 있는 기간에 생긴 일입니다. 단순 실수인지, 어떤 의도가 있던 것인지 빙상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빙상 쇼트트랙 블러 (사진=연합뉴스)
● 대표 선발전 기록이 잘못됐다

지난 14일 2차 선발전 여자 500m 준준결승 2조 경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예진(한국체대) 공상정(고려대) 김건희(만덕고) 김현민(화정고) 등 4명이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1위부터 4위까지 기록이 모두 42초대였습니다. 당일 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에 공지된 기록을 보면 1위 김예진의 기록은 42초 407. 평창올림픽에서 에이스 최민정이 작성한 올림픽 기록 42초 422보다 빠릅니다.

2016년 11월 솔트레이크에서 나온 영국 엘리스 크리스티의 세계기록 42초 335에 조금 못 미치는 아주 '놀라운' 기록입니다. 고속 빙질을 자랑해 세계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솔트레이크 오발 경기장, 또 올림픽 기록이 속출한 평창올림픽 아이스 아레나가 아닌 비교적 빙질이 떨어지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나온 기록입니다. 2차 대회 500m 우승자인 심석희 선수의 43초대 기록과 비교해도 정말 빠른 레이스였습니다.

그런데 SBS 취재결과, 전자 계시 오작동으로 기록이 잘못 나온 것이었습니다. 당시 전자 계시를 담당한 빙상연맹의 관계자는 "관중이 많다 보니 전파 혼선이 생긴 것인지, 출발 총선 신호가 컴퓨터에 수신이 되지 않으면서 총성이 울린 뒤 직접 스타트 버튼을 누르다 보니 기록이 잘못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총성이 울린 뒤, 전자 계시 오작동을 발견하고 직접 스타트 버튼을 누르다 보니 1~2초의 오차가 생기게 됐다는 겁니다. 연맹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에 도입한 전자 계시기 'ALGE'의 오작동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또 이틀간 열린 4종목 중 유일하게 나온 오작동입니다.
금메달만 딴다면..폭력 일상화된 쇼트트랙
● 잘못된 기록으로 준결승 조 편성 '촌극'

당시 연맹 관계자는 전자 계시 오작동을 인지한 뒤 수동 계시, 그러니까 사람이 직접 잰 준준결승 2조의 기록을 기록지에 적어 제출했습니다. (경기 기록지에는 전자 계시와 수동 계시 기록을 모두 적게 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전자 계시에 오작동이 있었다는 보고가 조 편성 담당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조 편성 담당자는 잘못된 기록으로 준결승 조 편성은 물론, 스타트 레인 배정까지 하게 된 겁니다.

준결승 1, 2조 선수 중 일부는 이번 기록 오류로 인해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42초대의 오류 기록을 낸 선수들은 높은 순위를 부여받아 좋은 레인을 배정받았고, 또 다른 일부는 레인배정에서 뒤로 밀려난 겁니다. 500m는 스타트 순서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 스타트가 아주 중요한 경기입니다. 스타트 순서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런데 조 편성 담장자는 "전자 계시가 오작동 한 조의 수동 계시 기록으로 다시 조 편성을 해본 결과 다행히 1, 2조 편성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2조의 일부 선수들 스타트 순서가 바뀌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나마 조 배정까지 뒤흔들 큰 오류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어 "우리는 계시 담당자로부터 받은 기록을 바탕으로 조 편성을 할 뿐이다. 워낙 경기가 계속 열리기 때문에 42초대 기록이 나와도 오류라고 의심할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맹은 경기가 열린 14일 42초대의 잘못된 기록을 연맹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가, 하루 뒤인 15일이 되어서야 수동 계시 기록으로 수정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 단순 실수일까…제기되는 의혹

대한빙상연맹과 대회 운영 관계자들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빙상계 일부 관계자들은 다른 시선으로 이번 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다'를 떠나 이 사건을 바라봐야 다양한 시선을 전하기 위해 일부 빙상계의 목소리을 담아봤습니다.

먼저 전자 계시 오작동 대해 전직 계시 담당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국내 대회에서 3년 이상 계시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수많은 대회를 경험했지만 전자 계시 오작동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전자 계시 담당자도, 전직 계시 담당자도 전자 계시 오작동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물론 오작동도, 또 실수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준준결승 2조 경기에서 오작동이 있었을까. 일부 빙상인들이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한 실업팀 관계자는 "선발전 종합 순위 2위 다툼이 치열한데 해당 선수가 있는 조에서 오작동이 발생했다.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방식과 순위가 갖는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은 1, 2차로 나뉘어 열리고 두 차례 종합 순위 합산 성적으로 남녀 7명의 대표를 선발합니다. (세계선수권 성적을 통해 자동 선발된 최민정과 황대헌 제외).

7명 중 상위 4~5명이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 출전하고, 그중에서도 자동 선발된 최민정과 종합 1위, 2위 등 3명만이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국가별 최대 쿼터인 3장을 확보했을 경우).

심석희가 1위를 차지할 것이 유력했고, 결국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출전권을 얻기 위해서는 종합 2위를 차지해야 했습니다. 이 와중에 종합 2위를 다투던 선수의 경기에서 오작동이 발생했고, 그 잘못된 기록으로 준결승 조 배정과 스타트 레인 배정에서 이득을 봤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실업팀 관계자도 이에 동의하면서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 조 편성을 두고 매년 잡음이 있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연맹 관계자들과 당시 계시 총 책임자, 그리고 조 편성 총괄 담당자 모두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또 "전자계시 오작동과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발생한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의혹의 시선을 차지하더라도 공정해야 할 대표 선발전에서 기록 오류로 피해자가 생겼고, 또 이득을 본 선수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연맹의 주장대로 의사소통 실수였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적인 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