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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언니처럼 금방 복귀하겠지"…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 갑질

[리포트+] "언니처럼 금방 복귀하겠지"…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 갑질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파장이 심상치 않자 조 전무는 지난 12일 뒤늦게 자신의 SNS 계정에 사과글을 게시했습니다. 하지만, 조 전무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 커졌습니다.

게다가 이미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고개 숙였던 한진그룹의 반성이 진정성이 없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음료수병 던지고 물 뿌렸다"…익명게시판에 올라온 '물벼락 갑질' 논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은 한 광고대행사의 익명 게시판에서 시작됐습니다. 광고대행사 팀장이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조 전무가 화를 냈고, 음료수병을 던졌는데 안 깨지자 분이 안 풀려 물을 뿌렸다는 글이었습니다. 이 글이 일파만파 퍼지자, 대한항공 측은 영상 촬영장소가 어딘지 대답하지 못하는 대행사 팀장에게 조 전무가 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컵을 팔로 치면서 직원에게 물이 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픽
<한 광고대행사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광고대행사 팀장이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 하자 조 전무가 화를 냈고 음료수병을 던졌는데 안 깨지자 분이 안 풀려 물을 뿌렸다 //" data-captionyn="N" id="i201172668"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417/201172668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광고업계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조 전무의 과거 행동들에 대한 익명의 추가 폭로들이 등장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사명을 바꾸라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경찰은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했고 검찰에도 고발장이 접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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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측]
"음료를 얼굴에 뿌렸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기보다먼저 수사기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제(1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대한항공 측 관계자로부터 조 전무가 유리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조 전무가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컵을 던지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조 전무 측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지금 의혹을 일일이 해명하기보다 먼저 수사기관에서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 "무늬만 대기발령 아니냐"…삼 남매 '갑질 논란', 여론 조용해지면 경영 복귀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은 어제 조현민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발령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대한항공 갑질이 한 두 번이냐", "언니처럼 금방 복귀하겠지", "국적기 자격 없다, 태극마크 떼라"는 댓글을 남기는 등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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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 사장은 기내 땅콩 제공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난동을 부렸고, 비행기를 돌리게 만들어 국내외적인 논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지난달 집행 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앞서 조 회장의 둘째인 조원태 현 대한항공 사장은 2000년 단속 경찰관을 치고 도주하다 시민에게 붙잡히는가 하면, 2005년에는 난폭운전에 항의하는 70대 할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셋째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까지 불거진 겁니다.

■ 처벌은 솜방망이…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

재벌가의 갑질 논란은 잊을만하면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가 한 술집에서 종업원들의 뺨과 머리 등을 때리고 순찰차에서 난동을 부려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김 씨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는데요.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해 9월에도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변호사들에게 행패를 부려 다시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중견기업 두정물산 임병선 사장의 아들 임범준 씨가 만취 상태로 기내에서 난동을 부려 국내외적인 질타의 대상이 됐습니다. 임 씨는 2시간에 걸쳐 다른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정비사에게는 욕설과 함께 침을 뱉기도 했습니다.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세계적인 팝 가수 '리차드 막스'의 SNS를 통해 이 사건이 공개됐는데요. 임 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재벌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에는 3년 동안 운전기사 12명을 바꿨던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의 '갑질 매뉴얼'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 사장은 A4용지 140여 장에 달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당시 매뉴얼에는 '과속 카메라를 무시해라', '불법 유턴을 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 사장에게는 3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같은 해 3월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이 부회장의 전직 운전기사들은 이 부회장이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싫어해 룸미러를 돌려놓고, 양쪽 사이드미러를 접은 채 운전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폭행은 사실로 드러났고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재벌가에 벌금형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재벌가의 갑질, 언제쯤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요?
*그래픽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땅콩 회항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시간이 흐른 뒤 조현아는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복귀했습니다.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은 수년간 여승무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동으로 '미투'(Me too) 운동도 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은 잠시 국민의 공분을 살 뿐 금세 잊히고 있습니다. 또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습니다"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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