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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가 독해졌다…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문제

[취재파일] 미세먼지가 독해졌다…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문제
연평균 관측 자료로 볼 때 우리나라 대기 중 먼지 농도는 198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50~60년대의 경우는 한국이나 중국 모두 각종 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시기였고 자동차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 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인 관측 자료가 없어 확인은 어려운 상태다. 중국발이든 아니면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든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연평균 농도만 놓고 볼 경우 80~90년대는 지금보다 먼지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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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최근 먼지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 줄 수 있는 국내 조사나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다만 원인을 일부 설명할 수 있는 주장은 나오고 있다.

우선 고농도 미세먼지가 잦아지거나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예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하루 이틀에 지나갔다면 최근에는 3일, 5일, 심지어 1주일 이상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나타나거나 그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연구팀이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고농도 스모그가 발생한 날을 조사한 결과 4일 이상 연속적으로 스모그가 이어진 날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Pei et al., 2018). 1980년대부터 2000년대, 2010년대로 올수록 스모그가 2~3일 이어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4일~8일까지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연평균 미세먼지는 중국 역시 전반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지만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전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오래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나 연구 결과는 없지만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이 늘어나고 고농도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날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한 예로 지난 3월에도 23일부터 30일까지 8일 동안이나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35㎍/㎥를 넘어서는 ‘나쁨(36~75)’ 또는 ‘매우 나쁨(76~)’ 수준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다.

80~90년대 자료를 제외하고 2008~~2017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의 서울지역 일평균 미세먼지 자료를 분석해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PM10)가 나타난 날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가 나타난 날은 최근 들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까지는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2013년에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나타난 날이 65일로 늘었고 2016년에는 74일, 2017년에도 64일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나타난 날이 다시 늘어난 것이다.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날만 보면 서울의 대기질은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연도별 서울 미세먼지 '나쁨' 일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나타난 날이 최근 다시 늘어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공기질이 예전(2010~2012년)에 비해 더 나빠졌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초미세먼지가 독해진 것이다. 특히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에 비해 시야를 더 뿌옇게 만들기 때문에 실제 농도가 높아진 것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더 심해진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대기 정체도 고농도 미세먼지를 부채질했을 가능성이 있다. Huang et al(2017)은 1985~2014년까지 중국 대륙에서 실제로 대기 정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고 Zou et al(2017)은 2013년 중국 최악의 스모그가 북극 해빙(sea ice)이 감소하면서 부쩍 심해진 대기 정체가 큰 원인임을 밝힌 바 있다. Pei et al(2018)도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약해지면서 대기 정체가 심해져 연속적으로 스모그가 이어지는 날이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지속적으로 줄어들던 미세먼지 농도가 2012년 이후 크게 줄지 않고 다시 늘어나는 경향까지 보인 것은 대기 정체가 심해지면서 미세먼지가 빠져 나기지 못하고 오히려 쌓였기 때문이라고 학계는 밝힌 바 있다(Kim et a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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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가 늘어나면 건강에는 더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 것도 문제다.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크기가 매우 작은 초미세먼지는 온몸으로 퍼져 눈과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장질환, 뇌질환, 심지어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각종 사업장과 차량 등에 필터가 의무적으로 장착되고 엔진의 연소 효율 또한 좋아지면서 입자가 큰 먼지는 줄었지만 대신 입자가 매우 작은 먼지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농도가 낮아지더라도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는 얼마든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체로 배출된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을 일으켜 2차로 초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특히 예전과 달리 단순 흙먼지가 아니라 건강에 해로운 각종 중금속이나 화학 물질이 들어 있는 작은 먼지가 늘어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80~90년대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먼지 농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점점 더 심해지는 대기 정체, 특히 2012년 이후 건강에 더 해로운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더 자주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관심 증가와 함께 5~6년 전부터 다시 독해지고 있는 초미세먼지가 문제다. 국민들이 최근 예전보다 미세먼지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입자가 큰 미세먼지(PM10)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 점점 더 독해지고 있는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와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 정체 영향까지도 넘어설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 Lin Pei, Zhongwei Yan, Zhaobin Sun, Shiguang Miao, and Yao Yao, 2018: Increasing persistent haze in Beijing: potential impacts of weakening East Asian winter monsoons associated with northwestern Pacific sea surface temperature trends, Atmos. Chem. Phys., 18, 3173-3183

* Qianqian Huang, Xuhui Cai, Yu Song, and Tong Zhu, 2017: Air stagnation in China (1985–2014): climatological mean features and trends, Atmos. Chem. Phys., 17, 7793–7805

* Yufei Zou, Yuhang Wang, Yuzhong Zhang, Ja-Ho Koo, 2017: Arctic sea ice, Eurasia snow, and extreme winter haze in China, Science Advances, Vol. 3, no. 3, DOI: 10.1126/sciadv.1602751

* Hyun Cheol Kim, Soontae Kim, Byeong-Uk Kim, Chun-Sil Jin, Songyou Hong, Rokjin Park, Seok-Woo Son, Changhan Bae, MinAh Bae, Chang-Keun Song, and Ariel Stein, 2017: Recent increase of surface particulate matter concentrations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Korea, Scientific Reports 7,
doi:10.1038/s41598-017-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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