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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장애인활동가 "16년 전 비장애인 활동가에 성폭력 피해"

20여 년간 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한 여성 장애인활동가가 16년 전 함께 일하던 비장애인 활동가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대표 박지주(47·지체장애 1급) 씨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02년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총장이었던 엄 모 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미투(#Metoo·나도 당했다)'를 제기했다.

박 씨는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3년 초 성폭력 피해를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제보하면서 사건을 공론화했고, 가해자 엄 씨는 장애인단체들로부터 제명됐다고 한다.

이후 박 씨는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나와 '문화지대 장애인이 나설 때'라는 다른 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최근에는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를 꾸렸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다른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2007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결성했다.

전장연은 현재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장애인단체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 역사를 담은 영상을 만들어 홍보·교육에 활용해왔는데, 박 씨는 지난해 말 이 영상에 과거 엄 씨 모습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성폭력 가해자의 모습을 삭제해달라'고 전장연에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공식적으로 요청해달라"고 절차를 안내하고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는 박 씨가 16년 전 사건을 다시 공론화하며 '미투'를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박 씨는 "전장연은 영상에서 성폭력 가해자가 나오는 부분을 삭제해, 성폭력 생존자를 보호하고 지지해야 한다"면서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관해 전장연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박 씨 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면서 "조직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박 씨와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장애여성 성차별 지원 대책과 장애여성 양육권리 지원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삭발식도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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