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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검은 개는 별로인데"…'블랙독 증후군'에 '유행 견종'까지, 정말 가족 맞나요?

[리포트+] "검은 개는 별로인데"…'블랙독 증후군'에 '유행 견종'까지, 정말 가족 맞나요?
한 어린아이가 가족과 함께 유기 동물 보호소에 들어섭니다. 아이는 유기견들을 살펴보다가 새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를 선택합니다. 보호소에는 검은 털을 가진 유기견들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픽
하얀 개가 입양된 뒤, 철창에 남아있는 여러 마리 검은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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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와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제작한 '블랙독 캠페인' 영상을 기반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data-captionyn="N" id="i201169251"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406/201169251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동물권단체 케어(CARE·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와 한 광고회사가 함께 제작한 '블랙독 캠페인' 영상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영상은 털이 검다는 이유로 입양되지 않는 검은 개 한 마리가 보호소를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 "나는 평생 검은 개와 살았다"…'블랙독 증후군'이 뭐기에?

블랙독(black dog)이라는 영어 단어는 '검은 개'라고 풀이되지만 '우울증', '낙담'이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블랙독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 기원은 명확하지 않은데요.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소개한 검은 개와 그 새끼들을 불길한 징조로 보는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 표현을 대중화한 것은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입니다. 처칠은 "나는 평생 블랙독(검은 개)과 살았다"며 평소 자신을 괴롭혔던 우울증을 자주 검은 개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영국 설화에서도 검은 개 모습을 한 유령은 '죽음의 전조'나 '악마'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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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조'나 '악마'로 묘사되는 검은 개
"나는 평생 블랙독(검은 개)과 살았다"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윈스턴 처칠 //
이처럼 오랜 시간 검은 개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면서 '블랙독 증후군'이 등장하게 됩니다. 블랙독 증후군이란, 단지 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검은 유기견 입양을 꺼리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특히 대부분의 동화책에서 강아지는 흰색이나 갈색으로 묘사되고, 종(種)이 섞인 개를 기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 "예뻐서 데려왔는데"…반려동물 입양에도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해 청와대에 함께 사는 '퍼스트 도그'(First Dog) 토리는 도살되기 직전 구조된 유기견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잡종견인데다가 '블랙독 증후군'으로 2년 가까이 입양이 이뤄지지 않았던 토리를 입양한 것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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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 "검은 동물을 기피하고 연한 색상의 털을 가진 반려동물을 선호하는 한국에서 유기견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보호소에서 2년이 지나도록 입양되지 못했다"
AFP "대다수 한국인이 순종견을 선호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잡종견을 입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시설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사육자의 절반 이상인 53.3%가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계기를 '예쁘고 귀여워서'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김새나 털 색만 보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유기동물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약한 신체 부위는 어딘지,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은 적절한지 등 반려동물마다 특성이 다른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입양했다가 '털이 빠진다', '짖는다'는 이유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입양과 유기
■ "그 연예인이 키운 개 주세요"…유행 견종까지 등장한 우리나라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TV나 인터넷 매체의 영향에 따라 시대별로 유행하는 견종이 따로 있습니다. 일본 토종견인 시바 이누의 경우, 1990년대에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SNS 상에서 해당 견종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시바견 입양이 늘어났습니다. 지난 2015년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장모 치와와가 나오자, 해당 견종을 입양하는 사람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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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유행한 견종
(표)
*자문: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한국애견협회 //
유행에 따라 무분별하게 입양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유행이 끝난 뒤의 상황입니다. 특정 견종이 화제가 되면 바로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되고 유행이 끝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해당 종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한국애견협회 전기창 팀장은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유기동물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TV나 매체 등에 나오는 동물의 귀여운 모습만 보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기에 귀엽고 예뻐서 입양된 뒤, 짖는다고 버려지고, 검은 털을 가졌다는 이유로 버려진 뒤에도 미움받는 반려동물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요?
다양한 강아지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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