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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급소 찌르기? 치킨 게임?"…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전' 향방은?

[리포트+] "급소 찌르기? 치킨 게임?"…미국과 중국의 '관세 대전' 향방은?
지구 상 역대 최강 대국 두 나라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날카롭게 벼린 칼로 급소를 노리고 덤벼드는 모양새입니다. '세계 관세대전'을 벌일 것 같은 미국과 중국의 이야기입니다. 두 나라가 벌이는 무역 전쟁의 무기는 '관세 폭탄'입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중국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첨단 산업 분야를 정조준했습니다. 무려 1,300여 개 품목에 25%나 되는 관세를 부여하겠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으름장이 아닌 '위협사격' 수준입니다.열 받은 중국도 맞불을 놨습니다. 미국이 애지중지하는 대두(大豆)와 자동차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응전을 예고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2018년 관세 대전'은 어떻게 끝날까요? 이번 '말 폭탄의 향연'을 어떤 수준으로 봐야 할까요? 미·중이 기침하면 독감 앓는다는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리포트+'에서 짚어 봤습니다.

■ 주먹 들고 으름장 놓은 트럼프.."중국의 미래를 공격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관세 조치의 시작은 지난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중국의 경제 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a Presidential 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을 '경제 침략 국가'로 규정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조치를 두고 "핵심 첨단 기술을 지닌 제조업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주먹 들고 으름장 놓은 트럼프.."중국의 미래를 공격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지난 3일 발표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USTR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책임을 묻겠다며 산업용 로봇, 우주 항공 부품, 화학제품, 의료 기기 등에 최고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습니다. USTR은 "중국의 해로운 관행과 정책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관세가 부과될 품목은 2018년 연간 교역 추정치 기준으로 약 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52조 원에 달합니다.

새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된 품목이 중국의 산업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의 혜택을 받는 품목이라는 점도 관심 대상입니다. '중국 제조 2025'는 로봇 산업,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10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자며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국가 핵심 정책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중국의 미래를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감히 짓뭉갠다고? 트럼프의 망상일 뿐" 격앙된 중국

중국 정부는 크게 분노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영문판 매체를 통해 '중국을 강압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너무 위험하다'라는 사설을 내놨습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을 짓뭉개려고 하는 것은 망상일 뿐이며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례 없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중국 외교부의 루캉 대변인이 "무역 전쟁에 휘말린다면 당당하게 중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맞대응 원칙을 밝힌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격앙된 반응입니다.

화가 많이 난 만큼 대응도 빨랐습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 항공기, 화공품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상황에 따라 추후에 공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미중 고율관세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 관세를 적용하면 미국의 피해는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대두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수입합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대두 3천200여 톤을 수입했는데 금액으로는 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조 8천750억 원에 달합니다. 캐나다에 이어 미국산 자동차도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이고 있고, 보잉사를 비롯한 미국의 항공기 수입량의 경우 중국이 압도적 최우량 고객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 위태로워진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공격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대중 수출품인 대두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산 대두 약 3,200만 톤, 우리 돈으로 14조 9천억 원을 수입한 최대 고객입니다. 옥수수, 수수, 소고기 등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미국 농민들의 가정 경제에 직격탄을 때린 셈입니다.
관세 부과 규모
■ "미·중 기침하면 독감 오는 한반도"..고래 싸움의 영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한국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칩니다. 득은 없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피해가 연간 최대 367억 달러, 우리 돈 약 39조 4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선에서 전쟁이 끝나면 한국의 수출량은 0.03%(1억 9,000만 달러) 감소하고 만약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 확대 요구를 받아들이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무역량이 4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우리로서는 새우등 터지는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쟁을 벌이기에는 서로 잃는 것이 너무 크다"며 미국과 중국이 정면 출동을 피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등 양국 통상 최고 책임자들이 실제로 막후 대화 채널을 열고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관세 갈등이 강력한 말 폭탄으로 상대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뒤 양보를 얻어내는 트럼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과연 서로의 급소를 찌를지, 아니면 정면 충돌 직전 누군가 결국 회피를 택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중 어떤 전략 택할까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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