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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물가 1% 상승" 나만 올랐나?…장바구니 물가의 비밀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정부가 매달 물가가 얼마 올랐다, 발표하는데 아마 뉴스 보시는 분들 대부분 관심을 안 가지실 것 같아요. 내가 장 보러 갔을 때 느끼는 거와는 너무 차이가 크니까 "저게 뭔 소리야." 생각을 하시는데 지난달 물가도 최근에 발표 난 거 보니까 1% 정도 올랐다고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딱 1.3% 올랐다고 나왔습니다. 게다가 지금 반 년째 안정적으로 1%대 상승을 기록 중이다. 그렇게 기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무슨 말인가 싶으실 겁니다.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서 얼마가 올랐다 내렸다를 보는 건데요, 장을 보시는 분들이 당장 이 1이라는 숫자를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오늘 저녁에 반찬으로 오징어 볶음하고 시금치나물 해야지 생각하고 시장에 간다고 하면 지금 쌀 2kg, 4천700원대입니다. 

2kg이면 약간 무거운 봉지 수준인데, 지금은 1년 전보다 1천 원 넘게 더 줘야 됩니다. 그리고 말린 오징어만 해도 평균가가 지금 한 마리에 4천600원꼴인데 1년 전에는 3천100원이면 샀습니다. 시금치는 한 단에 평균 200원 정도 올랐습니다.

당장 쌀 한 봉지, 오징어 한 마리, 시금치 한 단 사는데 1년 전보다 3천 원 가까이 더 듭니다.

그렇다고 외식을 한다? 잘 아시겠지만, 올 들어서 짬뽕, 짜장면, 김밥, 햄버거 등 그나마 저렴한 외식들도 많이 올랐습니다. 이러니까 당장 "아니 지금 먹는 데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무슨 얘기냐?" 하시게 되는 거죠.

<앵커>

통계청에 물어보면 그런 얘기는 해요. 예를 들면, 최근에 달걀값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떨어진 건 사람들이 잘 안 보고 오른 것만 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래도 물가지수를 정할 때 구조적인 문제도 사실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방금 보신 것 같은 품목들 아침저녁거리, 간식값, 이런 게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입니다.

지금 통계청이 물가를 계산할 때 보는 품목이 460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460가지가 다 가중치가 있습니다.

전국의 표본가구들이 한 달에 어디에 얼마나 돈을 썼나를 바탕으로 해서 어떤 품목에는 가중치를 더 주고, 어떤 품목은 덜 주거든요. 예를 들어서 지금 월세 가중치는 43점인데요, 아까 장본 오징어는 1점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실제 시민들이 돈을 쓰는 데를 봤더니 한 달에 1천 원을 쓴다고 하면 월세 내는 데 43원을 쓰고, 오징어 사는 데는 1원을 쓰더라는 겁니다.

이 가중치가 높은 품목들이 전세, 월세, 휴대폰 요금, 그리고 휘발유 이런 것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실제로 가정에서 돈을 많이 쓰는 품목들은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자주 쓰지 않죠. 한 달에 한 번 월세 내고, 2년에 한 번, 목돈을 내잖아요. 그런데 자주 사고 매일 먹는 쌀은 5점, 오징어 1점, 시금치 0.5점, 외식하자고 봤더니 짜장면 가중치는 1.5점 이런 정도거든요.

이번 달에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달걀 같은 축산물가만 1년 전에 비해서 조금 내리고 농산물, 수산물, 외식비 이런 건 올랐습니다.

실제 부문별로 들어가서 보면 수치가 다 1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렇지만 전체를 다 합치면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1% 초반대가 된다고 하는 겁니다.

<앵커>

전세, 월세 이런 것 다 합치지 말고 우리가 좀 장바구니 물가 이런 것 좀 알아보기 쉽게 여러 가지로 만드는 게 어떨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기자>

사실 그런 게 좀 있습니다. 일단 아까 말씀드린 물가를 구성하는 460가지 품목들이 계속 바뀝니다. 그런데 5년에 한 번씩 바뀌거든요.

예를 들면, 이제는 종이사전은 아예 조사도 안 합니다. 사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이게 2015년까지는 품목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금 당장을 반영하는 데 시차가 있을 수 있고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각 품목에 매기는 가중치는 당연히 돈으로 계산을 합니다.

그런데 쌀값이 전셋값이랑 비교하면 얼마 되지 않는 건 맞지만, 쌀처럼 자주 사는 중요한 생활품목들은 빈도에 따른 가중치 같은 걸 보조지표 같은 걸로 둬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도 나옵니다.

일단 지금은 한국은행에서 "전국의 2천200가구에 그럼 체감물가는 어떻습니까?" 묻는 물가 인식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이건 3월에 2.5% 오른 거 같다고 나왔습니다. 소비자물가에 비해서 1% 포인트 이상 더 높게 느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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