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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데이트 폭력으로 하도 맞아서 남자만 봐도 무섭고 떨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4월 5일 (목)
■ 대담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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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대학 병원에서 만난 인턴 의사와 교제
- 처음엔 물건 던지는 걸로 시작, 나중엔 깁스할 정도로 폭행
- 폭행 후 울면서 용서 구하는 모습에 처음엔 넘어가
- 나중에는 "맞을 짓 했다"며 폭력 합리화
- 약물로 죽이겠다는 협박에 당시 너무 두렵기도
- 경찰에 신고했지만 "해코지하면 신고해라"는 답변
- 병원,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관


▷ 김성준/진행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한 대학병원에서 여자 간호사와 남자 인턴의사가 만나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남성이 여성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고 여성은 심지어 정신을 잃거나 인대가 끊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충격으로 피해 여성은 병원을 그만둬야 했지만 가해 남성은 아무 탈 없이 전문의가 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해당 병원이 직원 사이에 수년간 폭행이 벌어졌지만 병원은 사건을 외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피해 여성 연결해서 자세한 사건 내막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네.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네. 우선 문제가 됐던 전 남자친구하고는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되셨습니까?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2012년도에 동국대학교 병원에 입사하면서 그쪽에서 만나자고 요청이 왔고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됐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교제를 시작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부터 폭력이 시작됐다는 건데 폭력의 정도가 어느 정도였습니까?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처음에는 사실상 물건 던지고 벽을 찬다던가 하는 수준이었는데 그다음부터 만나는 기간이 오래되면서 폭행이 시작됐는데요. 처음 제가 맞아서 다리를 깁스했을 때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태어나서 처음 당하는 경험이었고 깁스 하고 병가를 내서 휴직해야 하는 상태가 오고.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는데 울면서 빌더라고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내가 미쳤던 것 같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사람이 앞에서 무릎 꿇고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안 속아 넘어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저는 이제 그 말을 믿었고 속아 넘어간 거고 그렇게 여러 번 폭행이 시작되니까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이 저를 폭행한 것을 합리화해서 네가 이걸 잘못해서 맞은 거야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시킨다던가. 내가 때린 것을 어디에다가 말하면 죽여버릴 거야. 이런 식으로 그 친구가 저한테 항상 하던 말이 있었거든요. 나는 의사고 너는 간호사야. 네가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누구 말 믿어줄 것 같아? 하며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고. 또 그러다가 어느 날은 선물을 내밀면서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기도 하고요.

▷ 김성준/진행자:

폭력과 사과, 또 협박. 이런 것이 계속 복합적으로 반복되다 보니까 그 고리를 끊을 생각을 하시기가 조금 힘들었다는 말씀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사실상 가장 무서웠던 점은 협박을 당할 때 항상 미다졸람이랑 KCL이라는 약을 섞어서 저를 죽이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 김성준/진행자:

그건 어떤 약인데요?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KCL은 심장을 멈추는, 과다투용하게되면 심장을 멈출 수도 있는 전해질이고요. 미다졸람은 향정신성 의약품이라고 해서 의식을 소실하게끔 하는 약인데. 저도 의료인이니까 그걸 알고 그 사람도 의료인이니까 그걸 너무 잘 알고. 제가 그 협박을 받던 시절에 병원에 그 친구가 정말 마음먹고 병동에서 KCL 하나 주머니에 훔쳐서 나를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지 나는 정말로 누구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겁이 나고 그런데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경찰이 저를 24시간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론적으로 경찰에 신고했을 때도 경찰에서 저를 그렇게 보호해주지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경찰에 신고했을 때 잘 보호해주지 않았다는 건 어떤 말씀입니까?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마지막 폭행 때 너무 많이 맞아서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악몽을 꾸는데요. 마지막 맞은 날 너무 심하게 맞았어요. 인생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많이 맞았고 그 뒤로 트라우마가 생겨서 사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잖아요. 남자만 봐도 무섭고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뛸 정도로 불안한 상태가 돼서 결국에는 경찰에 신고했고 도움을 받아서 접근가처분 신청을 해달라고 했는데 같은 직장 내에서는 접근금지를 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 사람이 저한테 해코지하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해코지를 하면 그때 다시 신고하면 된대요.

▷ 김성준/진행자: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죠. 지금 병원에도 당연히 말씀하셨을 것 아니에요. 병원은 어떻게 대응을 하던가요?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개인적인 사건이니까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방관식이었고요. 처음부터 그 남자 쪽에서 병원에 저를 때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의사 직군이니까 자기 과 교수님, 제가 일하는 과 교수님, 과장님까지 찾아가서 자기는 절 때리지 않았고 제가 거짓말하는 것이라고. 그러다 보니 병원에서는 정말 참담한 심정인데 간호사 말보다는 의사 말을 믿어주더라고요. 정말로 맞았다는 증거도 있고 진단서도 있고 경찰에서도 곧 조사 결과도 나올 것이라고 해명해도 그 사람에게 변명을 들은 교수님들이나 윗분들은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고 개인적인 일들은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 김성준/진행자:

네. 그래서 결국 고소까지 하게 되셨는데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저는 절대로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검찰에서 검사님께서 형사조정 기일을 그냥 잡으셨어요. 조정할 생각이 없더라도 제가 거기에 안 나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갔는데 그 사람 보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그 자리에서까지도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거기 조정위원님께서 의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저한테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실상 저 친구 직업이 의사라서 앞으로 내 의술로 다른 사람을 살려서 이런 죗값을 덜고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식의 반성문 혹은 탄원서를 제출하면 아예 벌금형도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기소유예 나올 확률이 99.9%라서 너무 안타까운데 차라리 합의하고 더 이상 병원에 제 험담을 하지 말고 괴롭히지 말라는 조건을 넣으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게 좀 마음이 아팠어요. 직업이 의사가 아니면 맞은 게 억울해서 고소했는데 당연히 처벌하고 싶고 그러니까 벌금형이 나오든 아니면 그것보다 센 형이 나오든 재판에 가라고 이야기할 텐데 상대가 의사면 그런 식의 탄원서나 반성문이 들어가면 절대로 벌금형이 안 나온다는 거예요. 기소유예의 확률이 너무 높아서 제 삶을 살 수 없을 거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제가 몇 년 동안 겪어오면서 너무 힘든 부분이 우리나라의 의사에 대한 특권, 의사가 받는 혜택에 너무 많은 자괴감도 느꼈고 큰 벽을 많이 느꼈거든요.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서 지금 21세기잖아요. 조선 시대도 아니고 계급사회처럼 양반, 천민 나누는 거 아니잖아요. 이제는 조금 힘이 있으신 분들, 정치하시는 분들이 나서서 이런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주셔야 하지 않을까.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이 큽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어쨌든 감정 추스르시고요. 참 아픈 기억이지만 빨리 잊으시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저희가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오늘 어렵게 저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익명):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참. 이게 법이 사람을, 직업을 차별하는 건가요?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남성의 입장은 저희가 연결이 안 돼서 입장을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추후에 입장이 나오는 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데이트 폭력 피해를 당한 한 여성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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