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해 2017 마스터스에 첫 출전한 데 이어 지난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3년간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내면서 2년 연속 오거스타 무대를 밟게 됐습니다.
김시우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일요일(1일) 오거스타에 도착해 월, 화, 수 사흘간 18홀-(후반) 9홀-(전반) 9홀 연습라운드를 하며 코스를 구석구석 살폈습니다. 특히 수요일 '파3 콘테스트'에 나가는 대신 연습라운드를 택할 만큼 이 대회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김시우 선수를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하우스 앞에서 만나 출전 각오와 목표를 들어봤습니다.
"작년에는 샷도 안 잡혔고 허리 부상 때문에 컷 통과도 못 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컨디션도 좋고 스윙, 특히 숏게임이 많이 좋아졌어요. 우선 컷통과부터 하고 그 뒤로 20위 안에 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시우는 1, 2라운드에서 동갑내기 아마추어인 재미교포 김 덕, 그리고 1988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스코틀랜드의 샌디 라일(60세)과 같은 조에 편성됐습니다.
Q. 조 편성은 마음에 드나?
"작년에는 필 미컬슨이랑 치면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갤러리도 정말 많았고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 덕분에 올해는 누구랑 쳐도 긴장하지 않고 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조 편성을 보니 작년보다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덕은 친구(정윤)의 친구라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몇 년 전에 LA에서 같이 연습한 적도 있어서 편안해요.
그리고 이틀 동안 여기서 연습도 같이하면서 더 친해졌어요. 샌디 라일은 마스터스에만 33번이나 나오신 분이고 PGA 투어 6승 중에서 메이저 우승도 두 번(1985년 브리티시오픈, 1988년 마스터스)이나 하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시니까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재미있게 칠 생각이에요."
Q. 연습라운드 해보니까 작년이랑 달라진 게 있나?
"코스 컨디션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정말 좋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우즈가 복귀하면서 갤러리가 더 많아졌고 연습라운드부터 열기가 아주 뜨겁더라고요. 이런 분위기에서 저도 잘 쳐보고 싶고 기대도 되고 빨리 시작되면 좋겠어요."
Q. 예전부터 타이거 우즈랑 마스터스에서 같은 조로 쳐 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는데?
"어릴 때부터 정말 마스터스에 가서 타이거 우즈랑 같이 쳐보는 게 꿈이고 소원이었어요. 일단 마스터스에 나왔으니까 점점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기는 한데, 이번 대회에서 우즈랑 같은 조에서 치려면 우선 컷 통과를 해야 3라운드나 4라운드에서 만날 기회를 노릴 수 있는 거니까 일단 잘 제가 치고 봐야죠. 우즈는 잘 칠테니까 저만 잘 치면 될 것 같아요."
Q. 코치가 바뀌었는데?
"숀 폴리 코치와 결별한 지는 두 달 정도 된 것 같아요. 너무 테크닉적인 부분만 신경 쓰다 보니까 감각은 없어지고 부자연스러운 게 많았었는데 이제는 제가 해왔던 감을 섞어가면서 혼자서 제 자신의 스윙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조시 그레고리라는 코치가 두 달 전부터 숏 게임만 봐주시는데 확실히 퍼팅과 어프로치 감이 좋아졌어요. 숏게임 코치는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코스에서 어려운 상황이 와도 잘 극복하는 것 같아요.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어요."
Q. PGA 투어 2승을 모두 아버지와 함께해냈다. 이번에 아버지가 마스터스에는 처음 오셨는데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나?
"아버지가 골프 시작할 때부터 많이 도움을 주셨고 저에 대해 가장 잘 아시는 분이라서 멘탈이나 기술적인 면 모든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프로 데뷔 첫 우승은 2부 투어에서 엄마랑 함께 했는데 PGA 투어에서는 2번의 우승을 모두 아빠가 오셨을 때 했어요. 이번엔 엄마와 아빠가 함께 오셨으니 이럴 때 부모님 보시는 앞에서 더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어요."
Q. 오늘 연습라운드 때 8번 홀(파5) 페어웨이에서 세컨 샷을 드라이버로 치던데?
"첫날 연습 때도 같은 자리에서 드라이버를 쳤는데 오늘도 그렇고 두 번 다 잘 맞았어요. 공이 그린 근처까지 가서 두 번 모두 버디 잡았는데 내일부터 실전에서도 치기 좋은 자리 떨어지면 드라이버로 공략할 생각이에요. 후반에는 13번과 15번 홀에 파 5인데 여기서 이글도 많이 나오고 승부도 많이 뒤집히는 걸 봤어요. 모든 선수들이 이 두 홀에서는 투온이 가능하고 저도 아이언으로 투온 가능하니까 승부를 걸 때는 이글을 노리고 핀을 보고 바로 칠 생각이에요. 그래도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으니까 방심하면 오히려 타수를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은 해야겠죠."
<파3 콘테스트> 우승은 9개 홀에서 6언더파 21타를 친 68세의 톰 왓슨이 차지했습니다. 왓슨은 1974년 샘 스니드가 61세의 나이에 기록했던 파3 콘테스트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런데 역대 <파3 콘테스트> 우승자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올해 <파3 콘테스트>에서는 3개의 홀인원이 나왔습니다. 남아공의 딜런 프리텔리가 8번 홀에서, 미국의 토니 피나우가 7번 홀에서, 그리고 잭 니클라우스의 15세 손자 개리 니클라우스가 마지막 홀에서 각각 홀인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해야 하나요? 토니 피나우는 홀인원을 한 뒤 너무 좋아서 춤을 추며 앞으로 달려나가다가 그만 왼쪽 발목을 접질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다리를 절룩이며 걸어 나왔는데 본 대회를 앞두고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은 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이제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명승부와 드라마가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오직 신만이 점지한다는 그린 재킷의 82번째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