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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감사 참사'에 모르쇠…감사원의 정찰위성 감사는?

[취재파일] '감사 참사'에 모르쇠…감사원의 정찰위성 감사는?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수리온 헬기는 대표적인 국산 무기입니다. 세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국산 무기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감사원의 잘못된 감사로 만신창(滿身瘡)이 됐다는 점입니다.

현궁 개발을 맡은 젊은 연구원은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를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인 작년 말에 현궁 개발 관련자들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547억 원대 원가 부풀리기 범죄를 저질렀다고 몰아붙였지만 검찰과 법원에서 잇따라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잘못된 감사로 인해 정부는 국민 세금 100억 원을 KAI에게 이자로 물어줬습니다. 

기자가 담당하는 국방 분야에서 드러난 잘못된 감사의 사례들입니다. 정권의 하명에 따른 억지 감사였습니다. 더 있습니다. 의도가 불순한 편파적인 감사는 뒷탈이 있기 마련. 감사원이 현재 벌이고 있는 군 정찰위성 사업 감사도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 [취재파일] 감사원의 양동작전…추락하는 軍 정찰위성
)

● 불순한 의도의 감사…결국 참사로 판명
대전차 미사일
감사원은 지난 2015년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습니다. LIG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별 탈 없이 개발해 생산하고 있었지만 감사원은 트집을 잡았습니다. 하청업체가 현궁의 표적으로 쓸 전차의 자동 조종 모듈이라는 장치를 적게 납품했는데도 LIG넥스원이 눈 감았다는 혐의를 씌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듈을 가지고, 계획된 11차례의 시험사격 평가를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하청업체는 어떤 모듈 부품은 11개 이상, 어떤 부품은 11개 미만 공급했는데 감사원은 모듈 7개만 공급했다며 시비를 걸었습니다. 돈 낭비 없이 11차례 시험평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뒤로 돈 받은 자 한명 없었지만 감사원은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색출 바람을 타고 사건을 엮었습니다.

감사원은 현궁의 표적으로 쓰인 폐전차의 내부 피해 계측 장비도 걸고 넘어졌습니다. 계측은 정확히 됐지만 감사원은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됐으니 내부 피해가 측정된 건데도 감사원은 막무가내였습니다.

2015년 7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도 연구원들을 들볶았습니다. 검찰은 LIG넥스원과 ADD를 압수수색하고 연구원들을 체포하는 과정을 언론에 흘리면서 현궁 연구원들을 방산비리범으로 몰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LIG넥스원의 김 모 수석연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김 연구원은 LIG넥스원의 상장과 거짓 진술 요구 사이에서 번민하다 죽음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궁 사건으로 기소됐던 연구원들은 작년 12월까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수리온도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색출 바람이 한창이던 2015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547억원을 빼돌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부품 개발에 사업관리비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고, 방사청과 KAI가 맺은 ‘개발투자금 보상에 관한 합의 및 기술이전비 보상에 관한 합의’도 규정하는 일인데도 감사원은 문제를 삼았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원 홈페이지에 수리온 핵심부품의 원가를 1원 단위까지 공개했습니다. 앞으로 수리온 해외수출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심보가 아니고서는 하지 못할 행위였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이 부당이득이라고 규정한 547억 원은, KAI가 정부에 돌려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곧 반전이 펼쳐집니다. 수사 의뢰 받은 검찰은 2016년 말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작년 10월 법원도 감사원의 수리온 개발 원가 감사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감사원 처분에 따라 KAI로부터 빼앗은 돈 547억원에 이자까지 덧붙여서 KAI에게 돌려줬습니다. 정부가 KAI에게 현재까지 지불한 이자가 93억 원이고, 앞으로 갚을 돈도 꽤 됩니다.

● 감사 참사에 ‘모르쇠’ 감사원…軍 정찰위성 감사는?

감사원은 위와 같은 감사 참사를 저질렀지만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사람이 죽고 세금 100억 원을 버렸는데 책임지기는커녕 해당 감사 책임자들은 승승장구입니다. 수리온 개발 원가 감사위원회를 주관했던 주심 감사위원은 현재 감사원의 최고위직에 있습니다. 수리온 감사의 실무자는 서기관에서 부이사관으로 특진했습니다. 현궁 감사를 한 감사관들도 꽃길을 걷고 있습니다.

감사위원회가 의결을 한 이상, 추후 감사 결과가 엉터리로 드러나도 감사관과 감사위원들은 면책됩니다. 감사위원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감사관들은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과 높은 인사고과가 보장되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사 참사가 툭하면 벌어지는 건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원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군 정찰위성 사업도 심상치 않습니다. 정찰위성 사업은 작년, 현 정부의 청와대가 조율해서 ADD 주관으로 SAR 위성 4기를,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EO-IR 위성 1기를 각각 개발하도록 관련 부처간 합의를 했습니다. 항우연이 위성 개발 노하우와 장비 면에서는 분명히 앞서지만 현재 개발중인 위성이 많아서 계획된 기간 안에 정찰위성을 만들 수 없는 사정을 감안한 청와대의 교통정리입니다. 정찰위성이 2020년 초반 완성돼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을 구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전작권 조기 환수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은 정찰위성 사업의 윤곽이 이렇게 잡혀가던 작년 8월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감수에 착수했습니다. 사업자가 선정되기도 전에, 즉 감사할 대상이 없는 시점에 감사에 나선 건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사업의 틀이 왜 이렇게 잡혔는지를 감사할 요량이었다면 청와대를 감사했어야 했습니다.

지난 2월 작성된 감사원의 정찰위성 사업 잠정 결론 보고서에는 청와대의 조율을 뒤집고 정찰위성 사업을 항우연으로 넘기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원의 잠정 감사 결론은 항우연의 논리만 수용하고 정찰위성 개발 합의 정신은 기각했습니다. 게다가 방사청 방위사업감독관실에 파견된 감사원의 과장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군 정찰위성 사업의 본계약 체결을 막고 있습니다. 본 계약 체결이 안되는 사이, 감사원이 잠정 감사 결과를 감사위원회에 회부해 의결하면 군 정찰위성 사업은 공중분해돼 항우연으로 가겠지요.

동시에 킬 체인 구축은 몇 년 늦춰지고 전작권 조기 환수도 물 건너 갑니다. “정찰위성을 개발할테니 전력화 시기를 늦춰달라”는 항우연의 평소 바람대로 감사원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 위성 전문가는 “ADD가 정찰위성을 개발하면 항우연의 위성 개발 독점체제가 무너진다”며 “항우연은 뼈아프겠지만 국가적, 산업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처간 합의를 거쳐 군이 정찰위성을 조기에 개발하는 방안과 전작권 조기 환수까지 포기하면서 항우연 기술로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방안 중 어떤 게 옳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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